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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2

Diary/2013 2013. 8. 2. 13:07

#1. 긴팔에 카디건을 걸쳐줘야 오피스 패션의 완성....이 아니라 이렇게 해야 에어컨이 심하게 나오는 여기서 하루 버티고 앉아있다. 어젠 반팔을 입고 왔더니 카디건을 걸쳐도 너무너무 춥고 머리 아파서 그냥 퇴근해버렸네. 여름이 지겹다. 내내 가을을 기다리고 있지만 가을은 잠깐일테고, 더 견디기 힘든 길고 긴 겨울이 오겠지. 그리고 또 한살 나이를 먹고. 이렇게 사는게 맞는건지 요즘 계속 생각중이다. 아닌것같다, 아무래도. 


#2. 울산에서의 나의 하루를 읊어주자, 그애가 말했다. 넌 참 편안해 보인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네. 내가 이 안정됨과 규칙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반문하려다가 꿀꺽 말을 삼켰다. 울산에서의 나의 삶엔 이 regularity가 중요하다. 얼마전 김소연씨의 <마음사전>이란 책에서 "조금의 의욕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 평안함은, 스스로가 속해 있는 관계와 장소, 시간 따위를 잘 영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녀는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이렇게 명징하게 표현해준다. 그래서 참 좋다. 저거였다. 내가 그날 하려던 말.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인다.


#3. 가지가 뛰어놀다 장미꽃 가시에 살짝 스쳤는데 엄청 아파하길래 "너에게 발톱과 이빨이 있듯 이 장미꽃도 가시가 있는거"라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거"라고 가르쳐줬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처음 떠올렸을땐 차가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차가워지지 못하는 나다. 어쩌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많은걸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잊으려고 노력하고, 누군가는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던 프리모 레비의 말을 여기에 인용하면 너무 거창한가. 어릴땐 그의 음악 뒤에 숨어있으면 됐었는데. 세상이 무서울 때, 외롭고 힘들 때 언제든. 이제 그러지 못한다는 걸 안다. 서글프다. 하지만 내 안에 부모에게 받지 못한 seed money가 존재한다면, 그건 그와 그의 음악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그 시절에 그를 만나 스스로를 소중히 하는 법을 배웠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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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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