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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을 붙들고 엉엉 통곡하고 싶은 하루였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울고싶어졌다.

이 외로움과 

늘 종종대며 발을 온전히 땅에 붙이지 못하고 살아가는 불안정함. 

누군가를 붙잡아야 한다면 다른 누구도 없지.

당신일 테.지.

황정은의 책을 읽으며 엉엉 울고 싶었지만 

왠지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하루를 보내며 당신이 빨리 보고팠다.

당신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전히, 결국은, 당신.

어쩌면 이 감정들이 지루하고 안타깝다고도 생각되었던 것 같다.


우리의 한 시절은 지나갔는데.

난 여전히 당신에게 파묻혀 있고 싶다.



#2. 

<watch out>을 부를 거란걸 모르지 않았었는데

어,어- 하는 순간 시작해버린 그 노래.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나는 종종 이 노래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 나는 네가 외롭다는 걸 알아

- 네 절망 끝엔 내가 서 있을게

꾹꾹 눌렀던 눈물이 터질 것 같다.

당신은 여전히 나에게 감동 그대로인 존재. 

마음 속으로 사랑한다고 백번도 넘게 말하면서.


나는 당연히 나나일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전심전력, 애자였나- 라고 생각한다.

애써 나나이고 싶었지만 애자였나. 단 한 사람 당신에게 전심전력 살았나.

그래서 어쩌면 당신을 뺀 다른 것은 어찌되어도 상관없어져 버리는 허무함과

매번 이렇게 싸우고 있나.


진짜 두려운건,

사실 진짜 경계하고 있는 건,

아무데도 섞이고 싶지 않은 안쪽의 어느 부분이 불쑥 튀어나올까봐.

나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나의 허무와 싸우고 있다.


그의 공연을 보며,

딱 이 자리에서, 이 순간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위해 여기까지 왔구나,

이 길 끝에 당신이 있었구나.

이 앞에도 당신이 있어준다면 또 몇 발자국 떼어볼까.


평생 이렇게 당신을 따라왔구나.


저 눈빛, 미소를 따라.


그런 주제에 한 시절이 지나갔으니 난 당신을 좀 내려놓아야지, 하고 생각했다니.

미안해진다.



#3. 

그렇게 당신과 함께 시간을 건넜다.

해를 넘겼다.

폴짝, 징검다리 건너듯. 

새로운 해를 이렇게 맞아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까마득하다.

이까짓게 뭐라고 이렇게 감동인가. 아마 

2014년의 끝에 당신이 서 있었기 때문일거다. 이렇게 한 해를 지났는데 거짓말처럼 당신이 서 있었고,

같이 또 가보자고 말하는 당신을 보며, 위안받았기 때문일거다.


그 끝에 당신이 서 있다면. 나는 또 걸어갈 테니까.



#4.

선물을 받았다. 숲을 선물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이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함께 있을 것이다.

순환. 

순환하는 우주의 어느 작은 일부분이 되어 우리는 남아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하나씩 내가 다시 노력할게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노력하고 있구나, 당신은.

일분 일초 쉬지 않고 감동으로 다가오는 당신은, 사실은 아주 많이 노력하고 있는 거구나.


당신은 우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고 했지만.


나무도 너무 외로웠으니까 소년을 사랑한게 아니었을까, 나처럼.

어쩌면 숨쉬기 위해 나무도 소년을 사랑한게 아니었을까, 나처럼. 

마음을 내어 자유로운 소년에게 매달아 놓지 않으면 한없이 가라앉아버릴까봐 사랑한건 아니었을까, 나처럼.

그게 그렇게 각인, 되어버린건 아니었을까,

나처럼.

-찰나의 순간 네 눈빛조차 내 안에 소중히 각인되어 있으니까 


황정은의 소설에서처럼, 나도 새끼 오리였을것이다. 

그리고 그 때 당신을 만났지. 24년전에. 아무데도 마음붙일 데 없었던 새끼 오리가.

당신과 당신의 음악을 만났지.

그렇게 각인, 되어버린 것일테.지.




#5.

맞다.

우리의 한 시절은 분명 지나갔다.

근데 또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었고, 우린 더 안정되고 따듯한 관계가 되었다.

분명 그런 마음이 들었다.

더 노력하지는 못해도 덜 잊어버리며 살고 싶다.

당신은 결국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고, 나의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부분.

나의 약점, 그리하여 나를 강한 존재로 만드는

당신은.


여전히 

나에게 

아이러니한 

그런 사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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