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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11-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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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생고생이 내게 없는 것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나의 장점, 내가 사랑하는 것들 때문에 생긴다는 걸 아는 순간, 구멍에 불과했던 단순한 욕망은 아름다운 고리의 모양을 지닌 복잡한 동기가 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이 인생을 이끌 때, 이야기는 정교해지고 깊어진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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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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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時代

Book- 2014. 9. 19. 21:31

#1. <미스터 모노레일>이 출간되고, 출간 기념 이벤트였던 작가와의 만남을 하던 날, 김중혁 작가님의 "동시대"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조금씩 영향을 주는 소설이었으면 좋겠어요. 도미노처럼 서로를 조금씩 움직이게 해 주는 것이 동시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날 받은 그의 사인 옆에 "同時代" 라고 적혀있었다.



#2. 몇해 전 읽었던 신경숙 작가님의<모르는 여인들>. 어느 단편을 다시 읽으려고 책을 꺼내뒀는데 책 뒷편 표지에 <작가의 말>중 일부가 마음을 울렸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채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따금 나를 행복하게 했던 나의 문장들도 사실은 나 혼자 쓴 게 아니라 나와 연결되어 있는 나의 동시대인들로부터 선물받은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이 우울하고 고독한 시대에도 문학이 있다는 것에 나는 아직도 설렌다."



#3. 빨간 책방에서 도리스 레싱의 <다섯 째 아이>를 다루던 날, 도리스 레싱의 삶을 요약해주던 이동진 기자님과 김중혁 작가님의 대화. 소설가로서 경험의 다양성과 폭'에 대하여 얘기하던 중,  "박완서 작가님 같은 분이 전쟁과 4.19등 많은 일들을 겪으신 후에 뒤늦게 등단하셨으니 (그게 다 소설의 소재가 되어) 얼마나 든든하셨을까요? 향후 20년간 끄떡없잖아요?" 라는 농담 섞인 기자님의 질문에 김중혁 작가님이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렇진 않을거에요. 소설가들은 소재를 발굴하거나 선택할 때, 동시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지금의 시간과 맞출것일가'를 생각하면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경험의 폭이 아무리 넓어도." 



#4. 어릴 땐 잘 몰랐으나, 예술을 접할 때 마음을 울리는 것은 동시대성을 갖고 있는 것들이라는걸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는다. 최근 나온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 그리고 이기호 작가님의 <차남들의 세계사>와 같은 소설들이 단순한 시대물이 아닌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유효함을 가지는 까닭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동시대성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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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린디합을

저자
손보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8-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는데 (......) 거기에는 중력을 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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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굴드는 죽기 몇 년 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거예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란다."

<과학자의 사랑>중 


'린디합'이 뭔지도 모르고 이 책 속에 수록된 단편 <과학자의 사랑>의 저 문장 때문에 읽게 된 책. 

지금의 나는 그 어떤 선택도 바꿀 수 없는데 - 참 clear한 문장이라고 생각됐다.



단편은 서로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는데,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며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되거나, 혹은 키워드가 겹치거나, 등장 인물이나 주제가 비슷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 구성이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얽힘이 조금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너무 성기게 얽힌건 아닌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린디합을>을 에서 이야기하는 '감정의 간격'을 손보미 작가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얽혀있는 이야기 사이의 '간격'이 읽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책 중간 중간 장난 가득한 포인트를 숨겨놓고 있고, <그들에게 린디합을>이나 <과학자의 사랑>에서 번역문체를 이용한 형식이 독특하고 재밌었는데, 다음 소설은 어떻게 쓸 것인지, 이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장편은 어떻게 쓸지 이런게 궁금해진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단편으로 꼽았지만, 난 제일 별로였던 <애드벌룬>

그래도 마지막 그와 그녀의 대화 장면이 좋았다.

"있잖아. 약속 하나만 해줄래?"

"뭔데?"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그러니까 다른 세상에서는 나만 사랑해줄래?"

그는 가슴이 무척 아팠지만 그녀를 더 꼭 끌어안은 후 대답했다.

"그래. 너만 사랑할게."





플러스.

<그들에게 린디합을>에 나오는 ILHC (International Lindy Hop Championship), invitational Jack and Jill 이런게 실제 존재하는 지는 나중에 알았다. 허구와 사실을 교묘하게 섞는데 능하신듯. 샤론 데이비스, 후안 비야파네도 실제 인물이라고 해서 영상을 봤는데 그들이 또  invitational Jack and Jill 무대에 섰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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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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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자

저자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8-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베른하르트의 독일어로 쓰인 최고로 아름답고, 정밀하고, 기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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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의 책을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라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통해 먼저 접했는데,

그러고 나서 <몰락하는 자>를 읽으니 그 순서로 읽는 쪽이 훨씬 도움이 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는 평생을 함께한 친구 파울의 광기와 자살, 그를 방치한 스스로에 대한 변명 혹은 미안함에 대한 스스로의 끊임없는 독백과 같은 책이었는데, <몰락하는 자>의 자살한 베르트하이머에 대한 화자의 감정에서 실제 베른하르트의 모습을 엿봤다.


"난 면목도 없이 베르트하이머를 저버렸어, 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가 궁지에 몰려있을 때 등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난 친구의 죽음에 얼마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 했으며, 그 친구한테 어차피 도움이 안됐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였어도 그를 살리지 못했을 거라고, 그때는 이미 자살하기 일보 직전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베른하르트가 화자 "나"에게만 투영되는 것은 아니다. 베른하르트는 굴드에게도, 몰락하는 자였던 베르트하이머에게도 투영된다. 모국어에 무감각한 자들과 생각하지도 않고 말하는 자들에 대한 혐오, 무의미한 것들을 겪어내야 하는 것들이 굴드의 입을 통해 말해진다. 예술의 극한에서 감탄하고, 질투하고, 또 절망하고, 좌절하고. 누군가는 피아노와 한 몸이 되려하고, 누군가는 피아노를 쳐다보는 것마저 괴로워진다.

그 극한의 예술이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베른하르트가 선택한 건 글렌 굴드였고, 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는데. 따라서 소설의 굴드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의 실제 연주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피아노와 한 몸이 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나는 한평생 바흐와 스타인웨이 사이에 낀 채로 마모될까봐 두려워서 있는 힘을 다해 그런 끔찍한 사태를 면해보려고 애쓰고 있어, 라고 그는 말했다. 내가 스타인웨이가 돼서 글렌 굴드란 인간이 필요없어진다면 정말 이상적일텐데, 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스타인웨이가 되어 자기 자신을 불필요한 존재로 만든 피아노 연주자는 아무도 없어, 하고 글렌은 말했다. 



"절망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유일뮤이한 존재로 여기고 또 그래야만 하는데 베르트하이머는 그럴 줄 몰랐던 거야, 난 생각했다. 사람은 그 누가 됐든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난 끊임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그렇게 함으로써 살아남았다."


이렇게 말하는 화자 역시도 평생 결국 글렌 굴드의 그늘 아래에 있었다. 그 역시 피아노를 그만두고 퇴화되기 시작했으며 굴드에 대한 책을 평생 쓰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예술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과연 '궁극의 예술'이란 존재하는걸까.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예술이 '이상'에 가려져 소멸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옳고 그름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제 두번째 읽은 책이었지만 베른하르트의 날 서있는 독설과 서늘한 문장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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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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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저자
이언 매큐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3-09-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8년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어톤먼트'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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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과 서명한 진술서, 증언, 그리고 나이가 어려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법정 밖을 서성이며 느꼈던 두려움에 대한 기억은 브리오니가 앞으로 살아갈 세월 동안 그 여름날 밤과 새벽에 대한 기억의 단상들만큼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죄책감은 자신을 고문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해냈고, 시간이 가면서 떠오르는 세밀한 기억의 구슬들을 하나하나 실에 꿰어 평생 동안 돌리면서 기도해야 할 묵주를 만들어 놓았다. p.248

#1. 영화 <어톤먼트>를 무척 좋아해서 몇번이나 봤기 때문에 원작 소설을 읽는게 약간은 망설여졌었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 소설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이 사건의 발단이 로비 터너를 사랑하는 어린 소녀의 질투로 인한 것으로 그려졌으나, 소설에서의 묘사는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질투가 뒤섞인, 인정 받고 싶은 사춘기 소녀의 자의식,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은 마음, 말을 내뱉으며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스스로의 말 속에 말려들어가는 어린 마음과 생각들.

이 모든게 복잡하게 그려져 있으며, 어쩌면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그 부분은, 어린 소녀의 마음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음을 보인다.


그녀가 "오늘은 전에 얘기했던 해부학 책을 보러 도서관에 갔어. 조용한 구석을 찾아서 책을 읽는 척하고 있었어"라고 썼을 때, 그는 그녀 역시 매일밤 감옥의 얇은 담요 아래 누운 그의 마음을 빼앗는 바로 그 추억의 힘으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p.290


가장 관능적인 기억들 - 서재에서 함께했던 몇 분과 화이트홀 버스 정류장에서의 키스- 은 너무 자주 불러내어 이젠 그 색깔이 바래버렸다. (...) 이런 기억들이 그를 지탱해주고 있었지만, 기억에 지탱해 하루하루를 살아내기란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p.320


기다릴게. 돌아와. 그토록 소중했던 이 말도 지금은 그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 그것은 수학공식처럼 분명하고 감정이 배제된 일임이 분명했다. 기다림.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기다림이란 너무나 힘겨운 말이었다. 그는 그 단어가 군용 외투처럼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지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해변가의 모든 군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녀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어쩌란 말인가? 그녀의 목소리가 '기다릴게. 돌아와' 라고 말하는 것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려 애써보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였다. p.368


#2. 영화 속 로비와 세실리아의 사랑이 좋아, 아마 이 영화를 여러번 봤을 것이다. 기다릴게. 돌아와-

우정이 사랑이 되는 그 찰나의 순간.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고 긴 사랑. 추억의 힘으로 지탱해야 하는 사랑. 그러나 모진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너무 자주 불러내어야 하는 기억들. 그래서 바래져가는 추억의 색깔. 그 애틋함. 

추억의 힘이 아니라면 증오의 힘으로라도 버티고 살아내어 퇴각하고, 또 퇴각했던 로비 터너.


#3. 전쟁의 처참함과, 죽음과 상처에 대한 놀랍도록 세밀한 이언 매큐언의 서술. 죽음을 앞둔 프랑스 소년 군인과 그를 돌보던 브리오니의 대화 장면. 영화에선 짧고 무덤덤하게 들어가 있어 약간의 이질적인 느낌마저 들었던 그 장면을 책으로 읽으니 마음이 저렸다. 


소설가가 결과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과 같은 존재라면 그는 과연 어떻게 속죄를 할 수 있을까? 소설가가 의지하거나 화해할 수 있는, 혹은 그 소설가를 용서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소설가 자신이 상상 속에서 한계와 조건을 정한다. 신이나 소설가에게 속죄란 있을 수 없다. 비록 그가 무신론자라고 해도, 소설가에게 속죄란 불가능하고 필요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p.521


#4. 브리오니는 결국 간호사가 되고, 전쟁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을 돌보면서 통렬하게 깨닫는다. 

'인간은 누구나 물질적인 존재라는 것. 쉽게 파괴되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는 존재.'


어린시절 그녀의 실수로 한 순간에 파괴되었던 사람, 관계, 가족, 사랑 이런것들 역시, 쉽게 회복될 수는 없겠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니 소설가는 속죄를 구할 수 없는 존재라는 그녀의 표현대로, 속죄가 아닌 망각과 절망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낸 그 해피 엔딩이 사실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반전을 이미 다 알고 읽어야 하는 이 책은,

결말을 미리 알고 읽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더 처연하고 슬퍼진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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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저자
한강 지음
출판사
창비 | 2014-05-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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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업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p.134 - 135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할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p.207


#1. 한강 작가의 광주 이야기. 1980년 5월의 그 이야기. 심장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심장이 막혀서 숨이 안 쉬어지다가, 온 몸이 서늘해졌다가, 다시 눈물을 쏟는 것으로 끝난 책이었다. 책을 덮고 잠이 들었으나 자면서도 심장이 욱죄여왔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작가도 참 많이 아팠겠다. 그녀는 이제 괜찮아졌을까.

누군가는 죽었고, 또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옥같은 삶을 짊어지고 있다.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 끝 없는 부채감을, 사실은 우리가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들이 피로써 지켜낸 것들을 딛고, 내가, 우리가, 서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광주' 속에 살고 있다. 그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있는줄도 모른다. 내일은 내가, 내 가족이 피폭될 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국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전혀 다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은 것처럼 너는 혼란스러웠다. p.17


오래전 동호와 은숙이 조그만 소리로 나누던 대화를 당신은 기억한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거야.


#2. 얼마전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거리 공연'이 있었다. 영상을 보다가 애국가를 부르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애국가를 부르다니. 愛國歌라니. 나라를 사랑하는 노래라니. 의아했다. 나라를,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있다 그녀의 인터뷰를 봤다.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애국가를 불렀다고 했다. 1980년 5월의 광주에서도, 죽은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둘렀으며, 애국가를 불러주었다. 은숙이는 광주 시민을 처참하게 죽인 그들은 나라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배를 침몰시키고, 바닷속에 가라앉는 아이들을 침묵시키고, 그 아이들의 가족들의 목소리에 침묵하고, 여전히 모든걸 감추려드는 그들을 나라라고 부를 수 없는것일까. 그러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나라가 아니라면,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p.213


#3. 내가, 우리가, 빚을 졌으나 잊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작가는 말 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빚을 진 댓가로, 그들을 이끌고 가야할 것이다.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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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09-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나는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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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읽었던 김연수 작가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다시 펼쳐든 주말이었다.

서른 살 쯤에 이 책을 읽을 땐 그저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했고, 좀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어제 놀랍게도,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단편 하나하나, 등장 인물들의 슬픔과, 외로움과, 고통과, 그리움에 

내 마음이 모두 가닿는 것을 느꼈다. 

2014년이 시작되던, 잠이 오지 않던 날 밤, 이 책에 실려있는 단편 <모두에게 복된 새해 - 레이먼드 카버에게>를 다시 읽을 때만 해도, 이런 감정은 아니었다.

몇년 사이에 내가 달라진 것인지, 아님 김연수라는 작가에 완전히 적응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말에서 조금 힌트를 얻는다.


"그제야 이 소설들이 불꽃의 소설들, 전염의 소설들, 영향의 소설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를테면 이런 얘기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를 쓰던 어느 새벽, 나는 인터넷으로 불타는 숭례문의 사진을 봤다. 내가 소설 속에다 쓰던 불꽃이 그대로 현실로 옮겨진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는 숭례문의 그 불꽃에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았다. 미신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니 이 책엔 몇번의 불꽃들이 나온다.  

어쩌면 지금 내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의 불꽃들을, 이 소설들과 주고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미신과 같은 생각이,

그래서 내 마음이 어딘가에 가닿았다는 생각이 문득 나도 들었다. 


내게 그런일이 일어났다면 당신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마도 각자의 불꽃들이 외롭게 타오르던 한 시기.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건 부정의 문장도, 무엇도 하지 않았다는 말도 아니다. 우리의 얼굴이 서로 닮아간다는 걸 믿는다는, 역시 미신과도 같은 이야기다. 우리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이 미신 같은 이야기는 나를 매혹시킨다. -p.318


<세계의 끝, 여자친구> 작가의 말 중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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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저자
허지웅 지음
출판사
아우름 | 2014-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허지웅 5년 만의 신작 출간! [마녀사냥] [썰전] 마성의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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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이 이렇게 유명해지기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그의 글을 좋아했는데,

명쾌하고 담백한 문체가 참 좋았다.

별로 어려운 말 없이 논리를 풀어내는,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하게 하는.

가끔 온라인에서 그와 싸우는 사람들이 (그는 거의 언제나 싸우고 있었으니까. 엥) 논리로 그를 공격하기보단

"어려운 말 골라서 말 어렵게 한다"고 까는 경우를 난 이해할 수가 없었을만큼. 


그랬던 그의 첫번째 소설.

정말 금방 읽히는 소설이었고, 또 허지웅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이게 베스트셀러 1위까지 할 수 있을 소설이라곤 말하지 못하겠다.

뭐. 베스트 셀러라는건 꼭 그 작품 하나만으로 이야기 될 수는 없는 팩터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책의 마무리가 좋았다.

나도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을 얻기 위해 사랑을 볼모로 상대를 겁박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사람보다 남의 신념을 위해 내가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이 아니면 오직 저것뿐이라며 세상만사를 재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과거만이 오직 숭고하고 고단했다는 자신감으로 남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얹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진심에 취해 남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줄 때는 핵전쟁이 일어나도 그 사람만은 피폭되지 않을 만큼 꼭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조금은 덜 까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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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배신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출판사
부키 | 2011-04-0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긍정주의는 미국의 신사상 운동에서 태동하여 신복음주의 교회 및 ...
가격비교


최근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로 시작하는 동요가 '양성평등 저해'의 이유로 유해 판정이 났을때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만일 이 노래가 유해하다면, 이건 '아빠'의 문제가 아니라 '힘내세요'의 문제라고. 


힘내기를 강요하는 사회.

긍정과 힐링으로 넘치는 사회.

긍정적이지 않음을 약점으로 여기고, '극복'해야 할 문제로 여기는 사회.

이 아이러니에 문제를 던지는 책이 바로 애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었다. 


동기 유발 산업은 이런 새로운 현실을 교정할 수 없다. 동기 유발 산업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고치라고 제안하는 것뿐이다. 기업 구조 조정은 환영해야 할 즐겁고 진보적인 변화이고, 실업은 스스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이며, 새로운 ‘승리자’집단은 격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기업들이 동기 유발 업체에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 해 주길 바라는 일도 바로 그것이다. p. 164




이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는 아마도, 모든 문제를 당신에게 떠넘기기 위해 '긍정'이라는 교묘한 방패막을 쓸 것이다.

'긍정적이지 못한 개인'을 질타하면 모든게 쉬워지니까.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던 <up in the air>라는 영화도 떠오른다. 해고 전문가 조지 클루니가 누군가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이걸 기회삼아 너의 꿈을 찾으라고도 하지. 얼마나 달콤한가.


경영진이 더없이 사치스러운 세계에 격리되어 살아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폴드는 집을 다섯 채 가지고 있었고, 그레고리는 롱아일랜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집들 중 하나에서 헬기로 출근했다. 더즌홀은 위기관리에 관한 책에서 “걸프스트림에서 리무진으로 갈아타고 4성급 호텔에서 열리는 모임에 가는 인물은 끊임없이,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점점 강화되는 인공의 환상 속에서 살게 된다. 그것이 문제다. 그는 삶의 알력에서 유리되어 마음에 드는 말만 들으면서 신격화된 존재가 된다. 최고급 제트기인 걸프스트림을 타고 3만 피트 상공에 떠 있으면 수많은 모기지 계약자를 탈선으로 몰고 간 일상의 위기 같은 건 당연히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아파 일을 못하는데 의료비 청구서가 쌓이고 차가 고장나 비싼 수리비가 들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되는 일은 시시하게 보일 테니 말이다. p. 262-263








애런 라이크의 비유대로다. 로또를 몇번을 맞아도 국내 최고 기업 총수의 재산을 따라 잡을 수 없다고 한다. 

일상의 위기를 맞는건 내가 게으른 탓이지 구조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의 거대한 음모일지 모른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으로 건너온 유럽의 칼뱅 장로교의 지나친 금욕주의로 인한 '신경 과민'과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자본 주의의 발달로 인해 이런 과도한 긍정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긍정적 사고에서 제시하는 화려한 우주는 북극광이 드넓게 펼쳐져 빛나는 가운데 욕망이 그것의 실현과 자유롭게 결합하는 곳이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 당신이 바라는 그대로 이루어진다. 꿈은 밖으로 나가서 자기를 실현하고, 소망은 명확하게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그 우주는 지독히 외로운 곳이다. p.110


자, 과연.

이 과도한 긍정으로 피로해지고 지쳐가는 지금이 지나가고 나면  어떤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인가. 

모두 지독하게 외로운 우주에서 미아가 되어 표류하게 될지도.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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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저자
김동영 지음
출판사
| 2013-11-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의 저자...
가격비교


세번째 읽는 생선의 책은 소설이었다. 

책 때문에 힘들어 하는 글을 몇번 트위터에서 봤는데, 그게 소설이었구나. 조금 놀랍기도 했다. 그가 소설을 쓰다니.

두번째로 샀던 생선의 <나만 위로할 것>을 먼저 읽고, 그리고 바로 이 소설을 이어서 읽었다.


내가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서른에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던 그의 여행 에세이를 읽었더랬다.

외로움과 침묵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여행.  지나가는 계절 속을 통과하는 여행. 내 안에 꾹꾹 담아서 토해내지 못하는 말들을 쏟아내는 여행.

꿈꿨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서른 셋에 펴들은 <나만 위로할 것>은 그가 서른셋에 아이슬란드로 떠났던 여행기더라. 

우습고 별것 아닌 일이지만, 또 조금 신기하기도한 우연.


그러고 바로 이어 읽은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는 어딘가 <나만 위로할 것>과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아이슬란드에서 만났었다는, 그에게 담배를 빌렸던 열일곱 두 소녀들 얘기가 모티브가 되어 시작된걸까. 

오래전 미국여행을 하며 '왼팔을 씹어 먹고 싶을만큼 외로웠던-' 과 같은 문장은, 실제로 생선이 썼던 문장들이기도 했고, 남자 주인공의 배경 또한 그와 닮아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80%는 소설이지만 20%쯤은 그의 에세이같기도 했다.


"선사시대 인류의 유골을 조사해보면 태반이 살해당한 것이라 한다. 두개골에 구멍이 뚫려 있거나 뼈가 예리한 것으로 잘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연사는 드물었다. 치매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남기도 어려웠을 테지.나는 선사시대에 속한 인간인데 엉뚱한 세상에 떨어져, 거기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그 벌로 치매에 걸린 것이다."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이 소설을 읽고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우린 이제 '너무 오래 살기 때문에 생기는 병'에 걸린다. 

세상은, 과학은, 끊임없이 불로 장생의 세계를, 그리고 '신의 영역'을 향해 달린다. 존 그레이의 말처럼 과학은 이 모든걸 다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사람들에게 품게 한다. 

과연 우리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늙지 않는 외모를 갖게 된다면, 지금보다도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면,

 그 때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 

'자연스러움'을 거스를 수 있는 의지는 우리에게 얼마만큼이나 있을까.

그 모든것이 다 통제 될 수 있는 세상은 과연 천국일까, 지옥일까.


지금의 내 대답과 10년 후, 20년 후의 내 대답은 아마 달라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아직, 죽는 것보단 사는게 더 두렵다. 제대로 살아내지 못할까봐 무섭다. 


Kurt Cobain의 천천히 소멸되는 것보단 한번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고 했던 말 때문인가.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의 음악을 들었기 때문인가. 

책을 덮고 유난히 Kurt가 그리워져 오후 내내 Nirvana의 음악을 들었다. 그가 그 말을 남기고 떠났을 땐, 그게 그저 멋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젠 난 그 때 그렇게 떠나버린 Kurt Cobain보다 더 나이들었으며 결코 그게 '멋있기만 한 문제'만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커트 코베인과 헤밍웨이는 스스로 머리통을 날렸고,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기타리스트는 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랬다. 많은 뮤지션들과 작가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세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내게는 그들의 음악과 문장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들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누르고 있었다. 그 음악들과 책들에 열광했을 때 나는 젊었다. 그리고 그것들 위에 내 기억들을 쌓아올렸다. 젊음의 힘으로 더 많은 음악과 더 많은 문장들을 구걸했다. 그것이 노인이 된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p.57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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