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3

131208

[TK]시월애 2013. 12. 9. 01:55

이틀 전 밤, "서태지 은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응답하라 1994> 때문인걸 알고 보는데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지금도 이런데 그땐 어떻게 견뎠나 싶은 마음이다. 

아마도 그리움과 상처의 크기를, 그 실체를 감히 어림짐작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 앞에 있는 거대한 산이 몇 미터고 내가 그걸 넘어야 한다고 누가 미리 보여준다면, 겁부터 먹을테니까.

그 때로 다시 돌아가 똑같은 크기의 상처를 견디라고 하면, 다시 할 자신은 없다. 


그 드라마를 챙겨 보진 않지만, 

오늘 저녁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재방송을 하는걸 보고 그 부분을 다 봤다.



삼천포가 윤진이한테 "서태지가 왜 좋냐"고 했을때 윤진이가 그러더라. 

학교서 아무도 내랑 안 놀아줘도 암시랑또 안 혔다고. 

"태지오빠 노래만 들으면 그냥 나가 막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당게"


윤진이도 곧 알게 되려나. 

그래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강해진 그 마음으로 많은 날들을 버티게 될 거라고.

그가 돌아올거라고 기다리고 믿는 시간들을 통해 자라고, 또 더 많은 날들을  견디게 될 거라고.



이제 와 보니 그렇게 어린 애들을 울렸던 서태지도, 

사실은 참 어렸더라.  


드라마를 보고, 그 시절 그렇게 어렸던 우리의

서로를 놓아주고, 떠나보내는 마음들이 애틋하고 슬퍼 조금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