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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보기 전엔, 공연 후에 까뮈와 그의 소설과, 또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지 했는데.

보고 나오니깐 딱 한가지 생각만 간절하다.

그가, 그의 공연이, 공연장의 우리가, 

참 많이 보고 싶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형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까.

노랫말이 새삼스러이 들린다. 그의 노랫말이 참 좋다.

솔로시절의 음악이 더 많이 쓰인 까닭이 거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덜 직설적이고, 더 은유적이라. 해석의 여지는 더 많았을테니까.



그리고, 

당신은 지난 시간동안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구나, 싶다.

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고 싶었구나.

그의 그런 이야기를 내가 계속 듣고 있었구나.

그의 음악을 먹고,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의 내가 되었구나.



또 다른 그의 음악을 들어서 좋았던 날.

열심히 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좋았던 공연.


아쉬웠던 연출과 다른 것들에 대한건

한번 더 보고 와서 생각해야지.


지금은 그냥, 

즐거운 기분. :)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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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세요


내 모든 것.

이 노래를 사랑해 줄 이가 얼마나 있을지, 혹은 없을지도 모르는 채,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채,

기계의 샘플링으로 환호 소리가 삽입되었던 이 노래는

24년 뒤,

이제 오직 그 곡만을 위한 진짜 환호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제 우리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당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나는 당신에게 어떤 소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이런 명제가 내 존재의 한 걸음이라고 생각하면 허투로 살고 싶어지지 않아진다.

비록 내가 무엇이 될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2. 어이 친구! 당신이 만든 기타 소리를 들어보지 않겠어?


12년 동안 나무를 깎고 말려 기타를 만든 팬.

그리고 그 기타를 선물 받은 그는 Take 3를 연주했다.

그가 그 곡을 연주하는 동안 난 숨도 쉴 수 없었다. 넋을 놓고 그 소리를 들었다.


내 삶 속의 '기도'같은 노래 중 하나.

가장 불행했던 순간에 몇번이고 노트에 가사를 적었던 그 곡.


-네가 계속 나약해질수록

 기억해라

 불행은 너를 사랑한다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너를 일으켜


뭐랄까, 그냥 그에게 받을 수 있는 전부를 다 받아버린 기분이었다. 이 연주는, 이 노래는.




#3. 빛이라는건 일어서는 것 가까이있게


앵콜 공연 첫째날.

2층 첫째줄이었던 내 자리에선 

바로 아래, 휠체어를 타고 공연을 관람하시던 분이 보였다.


공연 내내 휠체어에 앉아있던 그 분이

공연의 가장 마지막 곡이었던 Take 5를 부르며, 

위태롭지만 난간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는 모습에 마음이 울려온다.


Take 5의 노래 가사가 현실이 되는 마법같은 순간.


- 할 수 있는 마음. 변치 않는 모습.


그래서 당신에게 내가 빛이 되어주고,

나는 서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렇게 서로가 되어가는 우리.


짧았다면 짧았던 9집 활동의 끝이지만

그리고 또 그가 아주 많이 보고싶어질 테.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편안한 마음이다.

난 여기서 당신의 새로운 음악을 또 기다릴테니까.

앞으로 가는게 힘든 어느날, 가만히 뒤돌아 봐도 될테니까.

지나온 시간 속에 우리가 없는 순간은 없을테니까.



곧 다시 만나기를.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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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을 붙들고 엉엉 통곡하고 싶은 하루였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울고싶어졌다.

이 외로움과 

늘 종종대며 발을 온전히 땅에 붙이지 못하고 살아가는 불안정함. 

누군가를 붙잡아야 한다면 다른 누구도 없지.

당신일 테.지.

황정은의 책을 읽으며 엉엉 울고 싶었지만 

왠지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하루를 보내며 당신이 빨리 보고팠다.

당신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전히, 결국은, 당신.

어쩌면 이 감정들이 지루하고 안타깝다고도 생각되었던 것 같다.


우리의 한 시절은 지나갔는데.

난 여전히 당신에게 파묻혀 있고 싶다.



#2. 

<watch out>을 부를 거란걸 모르지 않았었는데

어,어- 하는 순간 시작해버린 그 노래.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나는 종종 이 노래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 나는 네가 외롭다는 걸 알아

- 네 절망 끝엔 내가 서 있을게

꾹꾹 눌렀던 눈물이 터질 것 같다.

당신은 여전히 나에게 감동 그대로인 존재. 

마음 속으로 사랑한다고 백번도 넘게 말하면서.


나는 당연히 나나일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전심전력, 애자였나- 라고 생각한다.

애써 나나이고 싶었지만 애자였나. 단 한 사람 당신에게 전심전력 살았나.

그래서 어쩌면 당신을 뺀 다른 것은 어찌되어도 상관없어져 버리는 허무함과

매번 이렇게 싸우고 있나.


진짜 두려운건,

사실 진짜 경계하고 있는 건,

아무데도 섞이고 싶지 않은 안쪽의 어느 부분이 불쑥 튀어나올까봐.

나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나의 허무와 싸우고 있다.


그의 공연을 보며,

딱 이 자리에서, 이 순간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위해 여기까지 왔구나,

이 길 끝에 당신이 있었구나.

이 앞에도 당신이 있어준다면 또 몇 발자국 떼어볼까.


평생 이렇게 당신을 따라왔구나.


저 눈빛, 미소를 따라.


그런 주제에 한 시절이 지나갔으니 난 당신을 좀 내려놓아야지, 하고 생각했다니.

미안해진다.



#3. 

그렇게 당신과 함께 시간을 건넜다.

해를 넘겼다.

폴짝, 징검다리 건너듯. 

새로운 해를 이렇게 맞아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까마득하다.

이까짓게 뭐라고 이렇게 감동인가. 아마 

2014년의 끝에 당신이 서 있었기 때문일거다. 이렇게 한 해를 지났는데 거짓말처럼 당신이 서 있었고,

같이 또 가보자고 말하는 당신을 보며, 위안받았기 때문일거다.


그 끝에 당신이 서 있다면. 나는 또 걸어갈 테니까.



#4.

선물을 받았다. 숲을 선물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이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함께 있을 것이다.

순환. 

순환하는 우주의 어느 작은 일부분이 되어 우리는 남아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하나씩 내가 다시 노력할게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노력하고 있구나, 당신은.

일분 일초 쉬지 않고 감동으로 다가오는 당신은, 사실은 아주 많이 노력하고 있는 거구나.


당신은 우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고 했지만.


나무도 너무 외로웠으니까 소년을 사랑한게 아니었을까, 나처럼.

어쩌면 숨쉬기 위해 나무도 소년을 사랑한게 아니었을까, 나처럼. 

마음을 내어 자유로운 소년에게 매달아 놓지 않으면 한없이 가라앉아버릴까봐 사랑한건 아니었을까, 나처럼.

그게 그렇게 각인, 되어버린건 아니었을까,

나처럼.

-찰나의 순간 네 눈빛조차 내 안에 소중히 각인되어 있으니까 


황정은의 소설에서처럼, 나도 새끼 오리였을것이다. 

그리고 그 때 당신을 만났지. 24년전에. 아무데도 마음붙일 데 없었던 새끼 오리가.

당신과 당신의 음악을 만났지.

그렇게 각인, 되어버린 것일테.지.




#5.

맞다.

우리의 한 시절은 분명 지나갔다.

근데 또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었고, 우린 더 안정되고 따듯한 관계가 되었다.

분명 그런 마음이 들었다.

더 노력하지는 못해도 덜 잊어버리며 살고 싶다.

당신은 결국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고, 나의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부분.

나의 약점, 그리하여 나를 강한 존재로 만드는

당신은.


여전히 

나에게 

아이러니한 

그런 사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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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해피 투게더에서 그를 보고 오늘은 소격동 태지 버전 MV 공개.

좋다. 듣고 있는데 듣고 싶고, 보고 있는데 보고싶다. 이런 기분.

내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내 삶은, 내 마음은 여전히 당신에게 oriented 되어있구나. 


어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잃을 것이 많은 사람임에도 그 순간에 자신에게 다가온 단 하나의 사랑을 선택했다는 건,

언제나 자유로웠던, 참으로 당신다운 일이었단걸 깨달았다.


언젠간 당신을 만나면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후회했느냐고, 혹은 후회하고 있느냐고.

어제의 당신을 보며 그 질문이 이제 무의미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른 당신의 음악을, 공연을 만나고 싶어졌다. 

간절하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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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26.

다녀왔다. 마지막 날. 



그의 지난 날들을 정리하고 기록해 놓은 그곳은

내 지난 20년이 압축된 곳이기도 했다. 


시간 속의 우리를 안아주고 싶었던 공간.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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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어떻게든, 어디에서든

아득하지만 늘 빛을 발하는 약속들.


농담처럼, 스치듯 지나간 20년 전의 약속.

그 것을 믿는 사람들과, 지켜주는 사람.


당신과 우리.


고마워. :)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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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story-photo-1



나는 팬입니다.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라는 말은, 당신은 나의 별입니다, 라는 말입니다.
비록 우리가 만난 적은 없지만, 수백억 광년을 달려온 별빛을 맞듯 두 팔을 벌려 나는 당신이라는 별을 맞이합니다.
나의 눈은 당신을 좇고, 나의 마음은 당신을 향해 속삭입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편이라고,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고.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이 말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라는 말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느 외롭고 쓸쓸한밤이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밤이면, 부디 나를 기억해주세요.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 붉은 심장하나가 당신을 위해 뛰고 있음을 떠올려주세요. 
이것은 당신을 위한 무지개 빛깔의 노래이고, 이야기이고 팬레터입니다.

-<paper> 황경신씨의 글 중-













받아놓고 아직 엄두가 안나서 플레이를 못 하고 있다.
일주일쯤 휴가를 내서 매일 조금씩 조금씩, 감동을 느끼며 다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다 보고 났을 때 느낄 그리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그런 기분들과 일상을 뒤섞을 자신이 없어,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조금씩 플레이를 해 봐야겠다.
플레이가 끝나면 무대 막이 오르듯,
그가 나타나준다면 좋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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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긴 혼란의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려준 너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이번 일이 있은 후로 너희들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나는 너희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나의 팬으로 19년이란 시간, 
 

그 많은 일들을 견뎌내고 있는 너희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
 

그리고 지난 일들을 뒤돌아보면서 완벽한 모습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나를 더 많이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
 

하지만 오늘부터는 우리가 조금 더 진솔하고 편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
 

그리고 나의 모든 음악활동은 오직 너희들만을 위한 것 이었으니 더 이상 아파하지 말길..
 

나로 인해 다친 마음 모두 아물 수 있도록 처음부터 하나씩 내가 다시 노력할게


미안하고 고맙다.



8월1일 태지


강남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편지를 읽고, 
얼마나 눈물이 났던지.

이렇게 말하기까지, 그 여정이 얼마나 아팠을지.
미안하다고 끝맺은 편지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상처와 후회의 깊이.

"처음부터 하나씩 내가 다시 노력하겠다"는 그 약속대로,
Moai The Film의 영화 상영.
그리고 Atomos [The Film] DVD까지.
또 너무 많은 걸 받아버린 지난 한 달.

너무 애쓰고 있을까봐. 너무 마음쓰고 있을까봐.
그게 조금은 걱정이다.
우린 정말 괜찮은데.

당신의 음악이
어느 한 순간도 우리를 향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걸 이미 알고 있다고.
outro 그 가사처럼. "난 너를 향해 노래하네"

그런건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 느껴지는거라고.
그러니까.
너무 마음쓰지 말고,
지난 날들을 후회하지도 말아요.

또 다시 웃으며 만나요, 우리.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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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공간을 나눠온 것일까. 함께 해 온 것일까. 

짐작조차도 할 수 없는 그런 궁금증이 일 때면
그런 수식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함께했던 공간의 넓이와,
나누었던 기억의 무게,
시간의 깊이와 흐름의 속도,
눈물과 웃음의 부피를 넣어
우리의 관계를 정의 할 수 있는. 한눈에 알아보는 그런 수식.
나라는 인간은,
그렇게 명징하게 보이는 것이 좋으니까.


그가 자주 갔었(!)다는 음식점에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가 먹었다는 음식을 먹으며,
그의 이야기를 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어쩌면 갔을지도 모를 근처 한강 유원지에서,
그가 봤을지도 모를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시며,
그를 그리워 한, 여름 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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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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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소년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가족/성장소설
지은이 이재익 (황소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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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에 떠 있는 연예인 A군과 B양의 스캔들.
가수 누구누구, 제작자 누구누구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소설로 만든 이재익의 장편소설.
실제 방송국 PD라, 더 적절하게 현장에 대한 묘사가 이뤄진 듯.

실제 우리나라 가요계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어,
한국형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장르로 부를 수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세대를 살았던 이 압구정 소년들은
경제적, 사회적 능력있는 부모 아래 속편하게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한 사교육으로 적당히 일류대를 가는 그 기득권 자제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반전이 약하고,
어쩐지 몰입도가 좀 떨어지는 구성이었던건 어쩔수 없지만.
소재의 독특함 인정.

대체 아직도 난 이 책의 표지가 왜 샤갈의 그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중간에 잠깐 나오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90년대부터의 가요계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리가 없지.
나 역시, 내 10대에, 내 유년시절에 그들과 함께였고,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도 그들을 어떤 형태로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 이렇게 정의 내리는 그는 '사회적 혁명' 이지만
나에게 그는 '따듯함'. 오랜 친구. 

 

한국 가요 역사상 가장 극적인 혁명이 완성되기까지는 채 몇 달이 걸리지않았다. 데뷔 무대에서 심사위원들에게 핀잔을 받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 몇 달 만에 가요계를 뒤집어버렸다. 내가 무덤덤하게 목격한 '특종 TV연예'의 '신곡 무대'가 그 혁명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1992년 여름에는 이미 전국의 중고등학생이 '난 알아요'와 '환상 속의 그대'를 흥얼거렸다. 수학여행 장기자랑 무대에서는 회오리 춤이 빠지는 법이 없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앨범은 초유의 판매고를 올리며 음반 시장 규모 자체를 키워놓았다. 
그 시절 국내 가요 시장은 발라드와 댄스 뮤직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시나위, 블랙 신드롬 등의 록 그룹이 있었지만 방송 활동은 거의 없었고 록 음악은 명맥만 이어지는 실정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아예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며 등장했따. 오랜 군부 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것처럼 가요계에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서태지의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하지만 대중문화 평론가로서 그들이 만들어낸 변화의 규모에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아끼고 싶지 않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후 가요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랩 댄스, 랩 메틀이라는 하이브리드적인 장르의 노래를 선보였다. 요즘 가요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멜로딕한 노래에 랩을 가미한 곡들의 효시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그들은 아이돌 그룹의 전범이 되었다. 동시에 10대가 음반시장의 주체로 등장한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은 자신을 추종하며 등장한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아예 궤를 달리했다. 서태지 자신이 자기 음악의 프로듀서였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기업의 CEO였다. 기획사가 인형처럼 찍어 만드는 꼭두각시 아이돌 그룹하고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가요계 밖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들이 입는 옷은 10대의 패션 트렌드가 되었다. 그들은 기성 권력과 맞서는 반항의 아이콘으로도 존재했다. 이데올로기가 쪼그라들어버린 1990년대 학원가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열사이자 불온서적이었다. 교육 현실을 다룬 노래 교실 이데아나 국가 기관인 심의위원회와 맞짱을 뜬 4집 앨범 '시대 유감'은 그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p.102-103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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