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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1.03 [책] 박범신 <고산자>


후대 사람들이 아무도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는데다가 평생 그 시대로부터 따돌림 당했으니 그는 고산자孤山子요,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그 뜻이 드높았으니 그는 고산자高山子요, 사람으로서 그의 염원이 최종적으로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산을 닮고, 그 옛산에 기대어 살고 싶어했으니, 그는 고산자古山子라고도 했다.

그의 이름이 김정호金正浩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우리나라의 지리학자인 고산자 김정호에 대한 박범신의 상상력이 발휘된 책.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보고,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했던 그것처럼.
박범신도 그랬을까. 생존 시기와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인물이었던 김정호를 그는 이만큼이나 사랑했던 것일까.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개인적으로는 <은교>에 비해 몰입도는 떨어졌지만.

길은 조금도 무섭지 않다.
오랜 세월 풍상을 마다하지 않고 길에서 길로 떠돌았던 경험 때문이 아니다.
이제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생의 첫머리부터 그랬다고 그는 생각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는 오히려 길로 나와 흐를 때가 마음이 제일 편안했다. 두렵고 불안한 모든 것들은 머물러 있을 때 만나는 것들이었지, 흐르는 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아니었다.
흐르는 길에서 보는 모든 것은 그가 흐르듯 함께 흘렀고, 함께 흐르는 느낌으로 보는 모든 것은 서로 경계가 없이 한통속이 되고 말았다.
흐르면서 보는 삼라만상은 기실 얼마나 꽉 찬 세계인가.

-p.151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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