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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story-photo-1


그의 음악과 감성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맑은 소년의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차세정.

저렇게 웃는 사람이니까 저런 음악을 만들 수도 있겠다, 그런 느낌.


새로 나온 2집은 참 그 사람다웠다.

언젠가 내가 멀리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 사람의 음악은 꼭 챙겨가야지.

그렇게 외롭고, 설레고, 낯설고, 두근대는 순간에. 이 사람 음악을 들어야지- 하고 마음먹게 한.

그런 음반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공연 무대는 가장 왼쪽에 드럼과 베이스가 있고, 건반이 가운데, 기타가 가장 오른쪽에 있어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칙칙 폭폭 기차가 떠나듯.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공기가 흐른다. 음악이 흐른다. 그런 무대에서 듣는 '국경을 넘는 기차'는 참 좋았다. 


그리고 <시차>.

"지금쯤 그대는 몇시를 사는지."

우리 사이에 불던 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는 다는걸 알아챈 순간에,

우리는 다른 시간속에 존재한다.

이만큼의 거리는, 이만큼의 시차고, 이만큼의 마음일테지.


음악만으로 느끼던 그를,

실제 공연장에서 보니 그가 더 좋아진다.



이렇게 좋은 공연 보여준 세이라. THX. :)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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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을 보고 피아의 심지가 트위터에 "마초즘의 완성이었던 공연" 이라고 글을 남겼었지.

그 포스팅 보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동의한다는 뜻의 웃음이었지 싶다.


몇년만의 음반, 몇년만의 공연이면서 이토록 자신감 넘치는 무대는

이것은 본인들 음악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며, 또한 믿음이었을 것이다.


위로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것이다.

내가 그들의 음악으로부터 받는 위로는 아마 "괜찮을거야"의 다독거림이 아니라,


내 안에 슬쩍 숨겨두고, 덮어둔 감정들을 모두 꺼내어 보게 하는.

그리고 그 감정들을 증폭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그래서 그 모든걸 끌어안고 있는 내 안의 나를 만나게끔 하는.

그런 위로. 그런 음악.

그런 종완의 목소리.


공연이 끝날 무렵에서야 머뭇대며 꺼내는 

"보고싶었어요" 라는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전해온다.


아주 힘든 시간을 통과하며 기도처럼 듣던 나의 노래. "Promise Me"

폭발하는 드럼과 기타를,

이렇게 다시,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들어본다.


언제나처럼 그들은 내게 위로를 던진다.

강렬한 설레임으로.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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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했던 주말 일정.
이미 두 달전에 예매해놓은 검정치마 공연을 보러가는게 잘 실감이 안되었는데
롤링홀로 가는 길. 라디오천국 검정치마가 나왔던 방송을 팟캐스트로 다시 들으며
갑자기 심장이 두근댄다.

이렇게 진행이 엉망인 공연도 없겠지 싶다.
시간 공지도 제대로 안되어서 공연이 일곱신지 여덟신지 헷갈리는 사람이 태반.
6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티켓팅은 7시까지 미뤄지고
진행요원은 검정치마라는 뮤지션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른다. 
트위터로 불만을 토로하는 멘션을 날려도 묵묵부답.
입장이 늦어져 20분이나 늦게 시작한 공연.
거기다가 음향도 엉망이다.

하지만 내 그럴줄 알았지.
검정치마의 음악이, 휴일이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그 모든걸 잊어버리게 만들어버릴줄.


이 녀석. 이렇게까지 매력적인 녀석이었었나.
뚝딱뚝딱 어렵지 않게 만들어낸 음악은 그야말로 경탄을 자아내 괴물같은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소년같은 예쁜 미소를 짓는 순수함이 숨어있고,
공연은 그 두 개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어, 
가감없이 그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다.

갑자기 꽂혀버린 만화주제가를, 가사도 다 몰라 관객에게 부르게 해놓고
춤을 추는 모습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그리고-
Antifreeze.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거야"
그래서 나도 그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언젠가 내가 절망과 만나도, 그 노래 가사처럼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싸우고 싶다.
어쩌면 오래전 태지가 했던 이야기. "즐겁게 저항하자"와 이어져있는 기분.

"영화서도 볼 수 없던 눈보라가 칠 때 너는 내가 처음봤던 눈동자야" 
이 부분을 부르면서 예쁘게 웃었던 휴일이 미소.
그리고 노래가 끝난 뒤 "언제나 좋네요." 라고 했던 그의 멘트.
잊지 말아야지.

서울을 떠나오던 다음 날 기차에서
조금은 어지러운 마음이
그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생각나는 공연과 무대 덕분에 안정되는 기분.
여러가지 의미로
나에게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공연.



사진 출처는 검정치마 클럽의 별빛토끼님.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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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적군의 소극장 공연.
2007년 소극장 공연을 못갔으니 이게 몇년만인가.
문득 또 그 때를 생각하며, 그 땐 참 바쁘고 가난했구나- 하는. 그래서 여길 못왔었겠구나 싶어진다.

소극장이라, <적군의 방>만큼의 규모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큰 스케일의 무대.
그래도 그의 보조개까지도 보일만큼 가까이에서, 그와 함께 호흡했던 시간.


지난 전국 투어와는 많이 다른 선곡 리스트. 다른 편곡들.
그 중 몇몇 곡들은 정말 오래전부터 라이브로 듣고팠던 것들. 특히 <회의(懷疑)>같은 곡은.
전국투어를 마친지 얼마되지 않아서 바로 선곡리스트를 짰을텐데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의 말대로,
서서히- 서서히 음악에, 공연에 젖어간다.
서서히 마음이 따듯해진다.

1995년, 16년 전 그 때의, '우리끼리'의 노래를 부르자며, 
'아무도'와 '달팽이'를 부르는데 
이 노래들은 공연장에서 들을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그가 "가수들은 다른 직업과 다르게, 공연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모든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고. 과거의 자신과 맞닥뜨리게 된다" 고. 그래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또 예전의 노래들을 들으며 또 지난 날을 보게 되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였다.

그의 음악 한 곡 한 곡에 지난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나 같은 사람들 역시,
아니, 아무 추억같은게 없더라도.
그의 음악을 타고, 내 지난날의 어느 순간에 도달하게 되어 지난 시간의  나를 만나는.
공연장에서 듣고있는 그의 지난 노래들이 그저 '노래'일 뿐 만아니라
거기에 시간의 깊이까지 더해져-

마치 오래된 술처럼. 향기가 더해지게 되는.

그런 시간.
그런 공간.
그런 노래.
그런 공연.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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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쓰는 후기.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적의 콘서트. 2009년 GMF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봤으니 (이병우 공연에서 게스트로 나온 그의 모습을 제외하자면) 딱 일년만이다. 
토요일의 신촌 거리는 혼잡하다. 꽉 막힌 신촌거리를 느릿느릿 가는 택시. 마음은 들썩거리고 있는데.

따듯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그는 냉철해보여, 이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을것 같은데. 간만의 단독공연이라 이 사람도 떨렸을까. 리허설이 길어져 공연 오프닝이 늦어졌다. 

샤이니 바지를 입고 왔다며, <보조개> 노래는 본인의 보조개를 보면서 만든거라며, 
농담을 던지는 그. 픽- 웃음이 난다. 그는 달변가다. 난 어릴때 그가 해주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다. 그가 라디오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항상 녹음해서 들었다. 그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할 땐 매일 녹음을 했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다 마법같았다. 저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어릴땐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런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이성과 감성의 두개의 다른 단어가, 그의 노래에서, 그의 어휘에서는 하나의 단어가 된다. 그게 멋지고, 또 부럽다.

새 앨범의 노래들과, 지난 솔로 앨범들, 카니발 앨범의 노래들, 긱스의 노래들, 패닉의 노래들. 
적절히 섞어 불러준다. 
우와- 함께한 시간들이 이렇게 많았고, 내가 그의 노래를 이렇게나 많이 좋아하고 함께 했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시간. 연대 대강당의 사운드는 별로지만 그의 노래와 연주는 그 모든것을 상관없게 만든다.
문득 언제나 그의 공연에 있던 재일이까지도 그리워진다. 그 어눌한 말투.


그렇게 오랜시간 함께 있어줘서, 노래불러줘서, 음악을 만들어줘서, 공연을 해줘서, 신나게 해줘서
나는 그저 고마울 뿐인데.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그가 한다. 최고라고 엄지손가락도 몇번이고 들어준다.


<팬>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했던 주말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정의하자면 팬이란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나에게 이적의 음악과 이야기들은 지난날 아름다운 진통제였고, 그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시기에 그 사람만이 해 줄 수 있는것들. 빚진 마음은 나에게 있는데, 공연장에서 나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는건 '그'였다. 
그렇게 그 사람과 내가, 우리가 함께 나눈 것들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좋을까.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이란 세 단어에 집어넣기엔 그 의미가 너무 큰데. '팬'이란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소중히 해주는 그에게 또 문득 고마움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그런 교감이 가능했던 시간.
언제까지고 우리 시대의 뮤지션이 그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주고,
그렇게 좋은 사이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 교감을 나누면서, 그렇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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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날들을 살아가다보면.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올해 첫 감기에 걸려 골골대던 주말이었다.
몸은 아프고, 할일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렇게 살아있지 않으면 안되는 날들.
그런 날들을 살아가는 어느 날에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그래서. 또 '어떠한 날들'을 살아갈 힘이 되어 주는.

다섯번째 앨범에 들어있는 '흡수'를 시작으로 그의 열번째 공연이 시작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손 끝에서 만들어내는 그 따뜻하고, 깊이있는 기타 선율.
그가 짚는 코드에 따라, 그가 건드리는 기타 줄 하나하나에 따라 그 넓은 세종문화회관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흡수'의 그 추상적인 느낌도.
'인연'의 그 아름다움도.
'기타발전소'의 그 내달림의 느낌도.
비발디 협주곡의 그 고전적인 아름다움도.
아무런 이질감없이 어울린다. 이병우의 기타 앞에서.

그리고 이어진 그의 영화음악들. 스캔들, 장화홍련, 마더, 연애의 목적, 그 유명한 괴물의 한강 찬가까지.
조성우의 영화 음악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하다면
이병우의 영화음악들은 시각적인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좋다.
어떤 것들을 보고 있을 때 떠오르는 음악들.
색깔이나 계절감. 산이나 나무, 내리는 눈, 흐르는 물. 그리고 배경.
그것들이 원래부터 그런 음(音)을 만들어내고 있던 것 처럼. 그런 음을 고유값으로 가지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끝난 1부. 그리고 시작된 2부.
유희열이 부르는 어떤날의 출발, 너무 아쉬워하지마.

그렇게 듣게 되는 어떤날의 음악들.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기분.
불쑥 어떤 날을 듣고 있던 어린날의 어떤 날로 돌아가는 기분.
시간이 그렇게 직선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래서 내가 멈추지도 못하고 마냥 달리고 있지만은 않아도 된다는 이 기분. 고마운. 기분.

아. 어쩌면 유희열 저사람은. 어떤 날의 음악을 저렇게 <어떤 날스럽게> 부르지?
어떤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느끼는 감동에 눈물이 나고,
유희열의 너스레와 열창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나서 이적이 부르는 어떤날의 하늘과 초생달.
유희열이 어떤날의 음악을 너무나 어떤날 스럽게 불렀다면 이적은 어떤날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처럼 부른다.
잘 어울린다-.

그렇게 짧았지만.
어떤날의 음악에 마음이 녹짝지근해진다. 언젠가는. 조동익씨와 함께 어떤날의 음악들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해주는 이병우씨. 진짜로 살아가다 '어떤 날'에는. 이병우씨와 조동익씨가 무대에 서있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병우씨의 기타 음악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과,
그의 연주 테크닉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자전거> 등을 연주해주시고,
앵콜무대에서는 직접 어떤날의 노래를 부르시며 기타를 쳐 주셨다.

앵콜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며 뭉클해 하는 그의 얼굴과.
그의 연주에 벅차 오른 내 심장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속에 놓여있었다.

2010년. 10월의 마지막 날 밤. 그 곳에서.


이병우 -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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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연은 여백이 많아, 내가 채우는 즐거움이 있고, 어떤 공연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들어차있어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릿속을 비워내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번 스매싱 펌킨스의 내한 공연은 후자였다. 모든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있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사운드 속에서.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음악에 온 몸을 맡기고 뛰었다.

몸이 좀 아파서 공연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좌석으로 바꿔야하나- 싶은 생각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오프닝 게스트도 없이. 곧바로 시작된 공연의 첫곡은 'Today'였다.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이 첫 곡부터 열광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Today'라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Siamese Dream> 앨범은 너무나도 좋아하는 앨범이 아닌가. 
이번 공연의 주최자인 액세스가 트윗에서 설문조사한 스매싱 펌킨스가 불러줬으면 하는 노래 1위 곡도 <Siamese Dream>의 앨범에 들어있던 'Mayonaise' 였는데. (이건 불러주진 않았지만.)

신곡과 추억 가득한 옛 앨범 노래들을 적절히 섞어서 불러줬다.
진중하고, 사뭇 얌전(?)해진 빌리 코건이. 
내 사춘기 시절, 어린날들. 열광하고 좋아했던 그가. 
내 눈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내 눈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다니.
그저 꿈만 같다.

Perfect, With Every Light 등등은 어쿠스틱 연주와 하모니카를 불며 불러줬는데,
With Every Light 에서 가사를 잊어버린 빌리 코건이 애교를 부린다. 
그 애교 덕분에 난 'With Every Light'을 다시 들을 때마다 자꾸만 웃음이 난다.
공연장에서 내가 좋아하고 열광했던 뮤지션을 만나는 재미중의 하나는 이런 부분도 있다.
세계 최고의 공연을 하고, 전 세계를 돌며 카리스마 넘치는 기타 연주를 하는 빌리에게도, 인간적인 부분이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모습조차도 '팬들'과 함께라면 기꺼이 즐겁게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앨범의 'Zero'와 'Tonight, Tonight'을 부를 때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한시간 반, 짧은 공연, 'Tonight, Tonight',그 곡이 오늘 무대의 마지막 곡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
'Freak'와 'Gossamer'에서의 빌리의 기타 연주는 정신을 놓아버리게 만들 만큼이었다.

90년대, 내가 10대시절, 스매싱 펌킨스에 빠져있을 때에는 물론 D'arcy가 베이스를 쳤고, James Iha가 기타를 쳤고, Jimmy Chamberlin이 드럼을 쳤었다. 누군가는 "D'Arcy와 Iha가 없는 스매싱펌킨스는 스매싱펌킨스가 아니다" 라고도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하지만 내가 공연장에서 들었던 그 연주가, 그 때 그 연주자와 같은 사람의 연주가 아니라고 해서.
내가 들었던 그 음악이 그 때 그 음악이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여전히 그 중심에는 빌리 코건이 있고. 스매싱 펌킨스의 색을 만들고. 지금의 연주자들이 그때 그들과는 또 다른 연주를 보여줌으로써 그때의 그 음악을 완성한다.

모든게 완벽한 공연이었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그 카타르시스의 여운을 느껴도 좋을.


The Smashing pumpkins - Perfect & With Every Light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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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 피크닉 첫 정규 공연.
사진의 종이는 우쿨렐레 피크닉 태준오빠가 보고있던 셋리스트.
공연 끝나고 무대에 놓고 가셨길래 슬쩍. ㅋ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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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


이 사람의 노래를 이렇게 새로이 들을때마다
외부의 모든 문제가 다 차단된다.

이 세상에 마치
이 노래와, 나와, 이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것같은 착각을 하게되어
정말로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지 않아진다.
그래서 복잡하고, 힘들고, 어려운 세상의 일들을 내려놓고만 싶다.
아니. 정말 내려놓아버리게 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이지의 인생>에 그런 글귀가 나왔지.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 
저 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육체도 저금 통장도 아닌 그런 따스한 덩어리일 뿐이라고.
나의 세계가 그런 것들을 몇 백 가지나 껴안은 채 사라진다면 좋겠다- 고.

그 사람과의 추억은
늘 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따듯하고 반짝이는 빛으로
나를 이끌어.

일년 전이 꿈인것 같지만.
아프게 깨어나지 않아도 될.

아. 마치 새 (정규) 앨범 나온 기분.
93년, 6월 처음 하여가를 들을 때 보다 더 떨린다.
지금의 내 모습이 그때 열세살 꼬마 때 내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자꾸만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ㅋ


'09 The Mobius Ver. 하여가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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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을 보고 온 뒤,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내내 망설여졌다.
내 짧은 어휘로 뭔가 글을 썼다간. 어제의 그 커다란 감동이, 자칫 사라져버릴까. 아무것도 아닌 상투적인 단어의 나열이 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 감정은 기록해 두고 싶다. 

펜더기타는 전설적인 음악을 남긴 음악인을 선정해 단 한 명의 마스터 빌더(Master Builder)가 만든 맞춤형 기타를 헌정하는 ‘펜더 커스텀 숍 트리뷰트 시리즈(Fender Custom Shop Tribute Series)’를 진행하고 있고, 신중현님이 이번에 그 대상이 되어, 기타를 헌정받게 되었다. 

아시아 최초. 에릭 클랩튼, 제프 백,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레이본, 에디 반 헤일런과 같은.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가 절로나는. 그런 세계 최고의 뮤지션들에 이어. '그 엄청나다는 기타'를 헌정받았고. "이 기타 소리를 모두에게 들려주는 것이 나의 의무다"라며. 생애 마지막 전국투어 공연을 시작했다. 이 일흔 두살의 노익장은.

당연히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엄청나다는 기타'가, 그걸 연주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손에서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듣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예매가 쉬웠다. 좋은 자리를 예매했고. 공연 하루 전까지. 표가 너무 팔리지 않았다며. '봄여름가을겨울' '이적' 과 같은 후배 뮤지션들이 트위터에서 '한국음악을 살려야 한다'며 무한 RT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공연이 이런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의 홍보가 아니면 안되는 걸까. 신중현님은 이 공연이 '수익'을 위한 공연은 아니라고 했다. 절대로. 가격이 비싸다거나 하는 공연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아무튼. 그런 노력끝에 세종문화회관은 그의 연주를 보러 온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 그와 시대를 함께한 사람들. 홍대 앞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 잘 알려진 굵직한 유명 뮤지션들로 가득 메워지게 되었다. 

'빗속의 여인'을 시작으로 한 공연은 화려한 무대 장치도, 조명도, 무엇도 없다. 
흰 옷을 입고 계신 신중현님의 검은색 펜더기타 때문일까. 수묵화같은 느낌의 무대. 열정적인 기타 연주와 노래를 부르는 신중현님, 그리고 묵묵히 기타를 치고 있었던 신대철님,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님은 건반을 치고 있었고, 서울전자음악단 멤버 김정욱씨가 베이스를 쳤고, 신중현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드러머, 유상원씨가 드럼을 맡아. 그저 멤버들만이 무대에서 빛이 날뿐. 무대는 여백이 많다. 

그분이 만들었다는 음악을 하나하나 들으며, 너무나 좋은 펜더기타 소리를 감상하는 동안, 나는 심장이 욱죄여오며 뭉클해진다. 그의 음악은 시대와 함께 했고. 온 시대를 녹여 여기까지 흘러 왔구나. 싶다. 음악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 세월의 무게가. 시대의 물결이 순식간에 나를 덮쳐온다. 그래서. 목이 따가워진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내 옆자리 아주머니는 처음부터 내내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그 사정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그 마음을 알 것만 같다. 

1부는 그가 만든 유명한 곡들을 신중현의 방식으로 편곡하여, 재탄생하여 불려진다. 세상에서 그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그의 아들들과의 합주여서일까. 그 합주도 너무 좋다. 특히. (예전, 김완선이 불렀던) '리듬속에 그 춤을'에서 1부 마지막 곡인 '미인'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신윤철님의 기타 솔로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좋았다. 길지 않았던 순간이었지만. 진짜 시간이 멈춘듯한 아름다운 찰나. (나중에 미투데이에서 신윤철님께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대답하셨다 ㅎ)

한국형 락. 2부는 김삿갓의 시를 가사로 했던 노래들을 부른다. 그의 그 음악에 어울리는 가사는 어쩌면 김삿갓의 시들이 아니고는 안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한국형 락' 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되고, 어쩐지 투박하지만 깊이있고. 내가 들었던 그 어떤 락보다 유니크한. 우리네 정서다. 댄스음악 작곡부터 사이키델릭한 음악까지 하셨구나. 그의 음악적 욕심에 또 한번 놀란다. 

공연을 다 보고 나니'펜더 기타'라는 이름이 무에 그리 대순가 싶다. 그 펜더가 그런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가게되어 다행이라고. 기타가 연주자에게 정말 고마워해야지 싶다고. 생각된다. 

조곤조곤 살아온 지난 날들의 이야기를 해주시며, 온 생애를 걸친 음악을 들려주시는 신중현님. 그 얼굴에 대가에게서만 느껴지는 평화로움과 여유가 감돈다. 온 생애를 다 바쳐 한 곳에 쏟아낸 사람들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을 짓는다. 

그분의 생애 마지막 공연을 보게 되어 다행스럽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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