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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적군의 소극장 공연.
2007년 소극장 공연을 못갔으니 이게 몇년만인가.
문득 또 그 때를 생각하며, 그 땐 참 바쁘고 가난했구나- 하는. 그래서 여길 못왔었겠구나 싶어진다.

소극장이라, <적군의 방>만큼의 규모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큰 스케일의 무대.
그래도 그의 보조개까지도 보일만큼 가까이에서, 그와 함께 호흡했던 시간.


지난 전국 투어와는 많이 다른 선곡 리스트. 다른 편곡들.
그 중 몇몇 곡들은 정말 오래전부터 라이브로 듣고팠던 것들. 특히 <회의(懷疑)>같은 곡은.
전국투어를 마친지 얼마되지 않아서 바로 선곡리스트를 짰을텐데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의 말대로,
서서히- 서서히 음악에, 공연에 젖어간다.
서서히 마음이 따듯해진다.

1995년, 16년 전 그 때의, '우리끼리'의 노래를 부르자며, 
'아무도'와 '달팽이'를 부르는데 
이 노래들은 공연장에서 들을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그가 "가수들은 다른 직업과 다르게, 공연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모든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고. 과거의 자신과 맞닥뜨리게 된다" 고. 그래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또 예전의 노래들을 들으며 또 지난 날을 보게 되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였다.

그의 음악 한 곡 한 곡에 지난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나 같은 사람들 역시,
아니, 아무 추억같은게 없더라도.
그의 음악을 타고, 내 지난날의 어느 순간에 도달하게 되어 지난 시간의  나를 만나는.
공연장에서 듣고있는 그의 지난 노래들이 그저 '노래'일 뿐 만아니라
거기에 시간의 깊이까지 더해져-

마치 오래된 술처럼. 향기가 더해지게 되는.

그런 시간.
그런 공간.
그런 노래.
그런 공연.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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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쓰는 후기.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적의 콘서트. 2009년 GMF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봤으니 (이병우 공연에서 게스트로 나온 그의 모습을 제외하자면) 딱 일년만이다. 
토요일의 신촌 거리는 혼잡하다. 꽉 막힌 신촌거리를 느릿느릿 가는 택시. 마음은 들썩거리고 있는데.

따듯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그는 냉철해보여, 이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을것 같은데. 간만의 단독공연이라 이 사람도 떨렸을까. 리허설이 길어져 공연 오프닝이 늦어졌다. 

샤이니 바지를 입고 왔다며, <보조개> 노래는 본인의 보조개를 보면서 만든거라며, 
농담을 던지는 그. 픽- 웃음이 난다. 그는 달변가다. 난 어릴때 그가 해주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다. 그가 라디오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항상 녹음해서 들었다. 그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할 땐 매일 녹음을 했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다 마법같았다. 저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어릴땐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런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이성과 감성의 두개의 다른 단어가, 그의 노래에서, 그의 어휘에서는 하나의 단어가 된다. 그게 멋지고, 또 부럽다.

새 앨범의 노래들과, 지난 솔로 앨범들, 카니발 앨범의 노래들, 긱스의 노래들, 패닉의 노래들. 
적절히 섞어 불러준다. 
우와- 함께한 시간들이 이렇게 많았고, 내가 그의 노래를 이렇게나 많이 좋아하고 함께 했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시간. 연대 대강당의 사운드는 별로지만 그의 노래와 연주는 그 모든것을 상관없게 만든다.
문득 언제나 그의 공연에 있던 재일이까지도 그리워진다. 그 어눌한 말투.


그렇게 오랜시간 함께 있어줘서, 노래불러줘서, 음악을 만들어줘서, 공연을 해줘서, 신나게 해줘서
나는 그저 고마울 뿐인데.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그가 한다. 최고라고 엄지손가락도 몇번이고 들어준다.


<팬>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했던 주말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정의하자면 팬이란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나에게 이적의 음악과 이야기들은 지난날 아름다운 진통제였고, 그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시기에 그 사람만이 해 줄 수 있는것들. 빚진 마음은 나에게 있는데, 공연장에서 나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는건 '그'였다. 
그렇게 그 사람과 내가, 우리가 함께 나눈 것들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좋을까.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이란 세 단어에 집어넣기엔 그 의미가 너무 큰데. '팬'이란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소중히 해주는 그에게 또 문득 고마움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그런 교감이 가능했던 시간.
언제까지고 우리 시대의 뮤지션이 그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주고,
그렇게 좋은 사이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 교감을 나누면서, 그렇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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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날들을 살아가다보면.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올해 첫 감기에 걸려 골골대던 주말이었다.
몸은 아프고, 할일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렇게 살아있지 않으면 안되는 날들.
그런 날들을 살아가는 어느 날에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그래서. 또 '어떠한 날들'을 살아갈 힘이 되어 주는.

다섯번째 앨범에 들어있는 '흡수'를 시작으로 그의 열번째 공연이 시작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손 끝에서 만들어내는 그 따뜻하고, 깊이있는 기타 선율.
그가 짚는 코드에 따라, 그가 건드리는 기타 줄 하나하나에 따라 그 넓은 세종문화회관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흡수'의 그 추상적인 느낌도.
'인연'의 그 아름다움도.
'기타발전소'의 그 내달림의 느낌도.
비발디 협주곡의 그 고전적인 아름다움도.
아무런 이질감없이 어울린다. 이병우의 기타 앞에서.

그리고 이어진 그의 영화음악들. 스캔들, 장화홍련, 마더, 연애의 목적, 그 유명한 괴물의 한강 찬가까지.
조성우의 영화 음악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하다면
이병우의 영화음악들은 시각적인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좋다.
어떤 것들을 보고 있을 때 떠오르는 음악들.
색깔이나 계절감. 산이나 나무, 내리는 눈, 흐르는 물. 그리고 배경.
그것들이 원래부터 그런 음(音)을 만들어내고 있던 것 처럼. 그런 음을 고유값으로 가지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끝난 1부. 그리고 시작된 2부.
유희열이 부르는 어떤날의 출발, 너무 아쉬워하지마.

그렇게 듣게 되는 어떤날의 음악들.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기분.
불쑥 어떤 날을 듣고 있던 어린날의 어떤 날로 돌아가는 기분.
시간이 그렇게 직선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래서 내가 멈추지도 못하고 마냥 달리고 있지만은 않아도 된다는 이 기분. 고마운. 기분.

아. 어쩌면 유희열 저사람은. 어떤 날의 음악을 저렇게 <어떤 날스럽게> 부르지?
어떤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느끼는 감동에 눈물이 나고,
유희열의 너스레와 열창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나서 이적이 부르는 어떤날의 하늘과 초생달.
유희열이 어떤날의 음악을 너무나 어떤날 스럽게 불렀다면 이적은 어떤날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처럼 부른다.
잘 어울린다-.

그렇게 짧았지만.
어떤날의 음악에 마음이 녹짝지근해진다. 언젠가는. 조동익씨와 함께 어떤날의 음악들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해주는 이병우씨. 진짜로 살아가다 '어떤 날'에는. 이병우씨와 조동익씨가 무대에 서있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병우씨의 기타 음악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과,
그의 연주 테크닉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자전거> 등을 연주해주시고,
앵콜무대에서는 직접 어떤날의 노래를 부르시며 기타를 쳐 주셨다.

앵콜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며 뭉클해 하는 그의 얼굴과.
그의 연주에 벅차 오른 내 심장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속에 놓여있었다.

2010년. 10월의 마지막 날 밤. 그 곳에서.


이병우 -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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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8일에 이적의 3집 앨범을 들으면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일기를 쓴지 벌써 3년하고 5개월. 
 - 이적의 새 앨범이 나왔다. 심장은 여.전.히. 터질 것 같다.
정말 '이 적' 같은 음악들.
눈물이 난다.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게 얼마만인지-

꿈처럼 리듬을 풀어놓는 사람.
그의 피아노 소리도 좋지만. 그걸 아무도 흉내 못내는 그 사람만의 리듬으로 풀어내는 건 더 멋지다.
거기에 더더욱 완벽하게 어울리는 기타톤까지.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
그가 얼마나 비틀즈를 사랑하는지. 엘튼존을 사랑하는지. U2를 사랑하는지가 느껴진다.
그가 사랑하는 음악인들이 보인다. 

오늘 읽었던 어떤 글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감격과 감동은 다른 맛이 있다."
이적의 새 앨범을 3년 반만에 만난 감격스러움이.
그의 새 앨범을 들으며 느끼는 이 감동으로 고스란히 치환된다.


얼른 공연가고 싶다.
행복해졌다. 
이 앨범 하나로.



이적 - 아주 오래전 일.



이적 - 그대랑 




01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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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 빨래.

Music-/musician 2010. 9. 14. 02:29
적군 4집앨범 중 선공개 된 '빨래'.
어쩐지 아주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원태연씨의 시(詩)가 생각났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다가도, 이를 닦다가도, 자동차 시동을 걸다가도. 외롭다는게 느껴진다는.
외로움에 대한-

슬픔은, 아픔은. 일상에서 서서히 젖어올 때 더 마음이 저릿해진다. 일상속에서 문득. 빨래를 하다가도 문득.

서서히 닳아가는 비누처럼.
서서히 누군가를 일상에서 잊어가는 과정은 더 마음이 저릿하다.

빨래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이 남자는.
어쩌면 빨래를 돌리면서,
어쩌면 빨래를 널면서.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올라 가슴시리게 하는 기억들 때문에
오래오래 아파했을 거다.

마치,
이 가을의 늦더위 처럼.
이제 계절은 끝난거겠지-싶을 때 문득문득 비추는 따가운 햇살처럼.


이적의 가사는
언제나 이렇다.
일상속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평범함을.
예술로 만드는 그의 능력.



더더욱 기다리게 되는 그의 새 앨범.

 


빨래 - 이적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엔 비가 올까요.
그래도 상관은 없어요. 괜찮아요.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나을까 싶어요.
잠시라도 모두 잊을 수 있을 지 몰라요.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서
그게 참 말처럼 되지가 않아서
무너진 가슴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난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그대가 날 떠난 건지 내가 그댈 떠난 건지
일부러 기억을 흔들어 뒤섞어도
금세 또 앙금이 가라앉듯 다시금 선명해져요.
잠시라도 모두 잊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서
그게 참 말처럼 되지가 않아서
무너진 가슴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난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뒤집혀버린 마음이 사랑을 쏟아내도록
그래서 아무 것도 남김 없이 비워내도록
나는 이를 앙 다물고 버텨야 했죠
하지만 여태 내 가슴 속엔

그게 참 말처럼 쉽게 되지가 않아서
무너진 가슴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난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엔 비가 올까요.

가사 출처 : Daum뮤직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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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이 2집 <Jung Jae Il>을 내어놓고, 군입대를 했다. 7월 5일 월요일. 이 무더운 날씨에. 
'공들여 접은 편지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 놓고서 다시 길을 가겠다'는 그의 2집 타이틀 곡 '주섬주섬'의 노래 가사처럼. 떠나는 길 위에 편지를 두고 가는 것 처럼, 떠나며 그의 이야기를 적은 음반을 내어주고 입대했다.

'주섬주섬'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느낌은 "어? 이건 99년 그 때, 그 재일이 모습이네?" 였다.


긱스의 천재소년.
내가 동경하고, 좋아하는 한상원, 정원영, 이적-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펑크 밴드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나보다도 어린 열여덟살 소년이 있었다. 정재일. 긱스의 베이시스트. 근데 이 나보다 어린 소년이, 베이스만 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곡들을 작곡하고, 거의 모든 악기에 능한 것이다. 대체. 이녀석은 뭔가- 싶었다.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어느 라디오프로.
말한마디 하는것도 수줍은, 이 소년은. "인사좀 해주세요" 라는 DJ의 요청에 "안녕하세요" 라고 한 마디의 짧은 인사를 했고, "좀 길게 해주세요"라며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DJ의 요청에 "안녕하세요오-"라고 한마디 또 짧은 인사로 마무리 지었던 그 인사.

그리고, 그 해 겨울, 수능이 끝나자마자 달려갔던 긱스의 그 콘서트장에서. 재일이는 수줍어했지만,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주섬주섬'은. 그 때 그 감수성 예민하고, 부끄럼많던, 그 때 그 재일이를 보고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줄 수있는 다듬어진 감정들과, 더 세련되어진 표현을 제외하면. :)


  

2005년 적군의 방 공연때 기타치던 재일.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그 소년은 훌쩍 자라, 지나가는 시간만큼 차곡차곡 무엇인가를 쌓아올리고 있었다. 멋있었다. 그는 그 이후로 <눈물꽃> 이란 이름의, 웅장하고, 일렉트릭한. 어느 영화음악같은 첫번째 앨범도 냈고.
여러 가수 앨범의 편곡자 이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이적의 공연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어디의 음악감독으로서 이름도 볼 수 있었고. 김책과 함께 한 <The Methodologies> 같은 내가 이해하기엔 다소 난해한, 앨범도 내면서. '천재소년'은 진짜 '천재'가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이정도 내공을 쌓아내기 위해, 이 사람은 음악에 또 얼마나 '몰입' 했을까. 하고 생각하면, 그게 또 그렇게 부럽고, 멋있었다.


그런 그가 군입대를 앞두고. 2집을 내어놓았다. 난해하지 않은 담담하고 조용한 말투로. 그는 노래한다.
정재일만의 색깔, 정재일만의 음악, 정재일만의 목소리로.
"이야기의 한 chaper를 끝내고,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chapter에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들로 꽉꽉 채우고싶다"며.

'윤상', '김동률'과 같은 뮤지션도, '재일이가 제대할 때 까진 편곡해줄 사람이 없어 앨범 내기가 어렵다'는 농담을 할 만큼, 군입대 하루 전까지 '이적'의 새 앨범 스트링 편곡을 해주고 갔을 만큼. 이토록 그를 기다리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마치고 돌아와준다면 좋겠다. :) 이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앞으로의 역량을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정재일 -주섬주섬.




아래는 재일이 본인의 곡 설명 - 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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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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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여기
트윗질 시작하기 잘했다고 생각된 첫 수확물(?) :D
미투데이를 하면서, 포스팅을 하이쿠로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적군은 트윗에서 이런 멋진 픽션을 쓰고 있었다니. 정말로, 정말로. 멋있는 사람.


이적의 트위터 짧은 픽션 [61] ~ [70] (2010. 5. 14 ~ 6. 24)

[61] J양은 콘서트에 가면 늘 눈을 감는다. 그 편이 집중하기에 좋다고 말한다. “눈을 떴을 때, 그리던 것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면 아득한 절망에 빠지고 말아요. 나에게 뮤지션의 표정이나 몸짓은 중요치 않아요. 그 마음의 풍경이 궁금할 뿐.”


[62]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확률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죽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얘기를 들은 R씨는 비행공포증을 떨치기는커녕 화장실공포증을 새로 얻게 되었다. 변보는 일이 하늘을 나는 일 만큼이나 무시무시해졌다.


[63]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소감. “소음을 감내해 주신 아파트 위, 아래, 옆집 주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랫집 할머니의 눈물. “그 놈이 바이엘 칠 때부터 들어왔지. 발전하는 게 들리면 짜증이 좀 누그러지곤 했어. 말도 마. 그 긴 세월을.”


[64] 흡연자들의 집집마다 잠자고 있는 엄청난 수의 라이터를 모아 비상시 군사용 연료로 사용하려던 군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거국적인 ‘라이터 모으기’ 행사 당일,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탄식했다. “아차, 또 두고 나왔네. 김 대리 불 있나?”


[65] 위대한 물수제비 챔피언 Y씨의 역사적 도전 당시 돌 위에 무당벌레 하나가 앉아 있었단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거침없이 던져진 돌은 수면을 차며 날쌔게 나아가 며칠 뒤 후쿠오카 해변에 도착했고 벌레는 그제야 아무 일 없다는 듯 날아올랐다.


[66] “샤워볼을 색과 모양, 기능별로 수백 개 갖고 있다는 게 왜 이혼사유가 됩니까?” M씨가 항변했다. “그날그날 날씨나 기분에 어울리는 최적의 샤워볼이 있다구요. 그 누구의 손길보다 큰 위안이 되는. 설마, 아내가 샤워볼을 질투한 건 아니겠죠?”


[67] 그녀의 보조개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쉽사리 열리지 않는. 문은 보통 흔적도 없이 닫혀 있었고, 가끔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그 세계를 보기 위해 모든 걸 바쳤으나, 난 실패했다. 그녀는 열쇠를 가진 자를 찾아 떠났다.


[68] 불면증 환자 J의 말. “언제나 같은 꿈이야. 지루한 학회발표장. 졸음이 쏟아지지. 그때 단상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조롱해. 저기 자는 분이 있다고. 그때부터 난 졸지 않으려고 기를 쓰지. 그러니 말이야, 숙면을 취할 수가 있겠냐구.”


[69] “내가 보는 빨간색이 당신이 보는 빨간색과 같은 색이라고 믿을 근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느끼는 맛과 당신이 느끼는 맛이 같은 맛이라고 믿을 근거 역시 없지요. 난 맛만 있는데.” 손님의 불평에 주방장이 건조하게 대꾸했다.


[70] “우리 몸에선 매일 세포들이 죽어나가고 그만큼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 1년쯤 지나면 몸 전체에 1년 전의 세포는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지. 그래서 그런 거야. 몇 년 전 네가 저지른 일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건. 그땐 다른 사람이었다구.”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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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내가 카니발 앨범을 처음 접했을때..느꼈던 감정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적과, 김동률. 내가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다른 두사람이 하나의 타이틀로 낸 앨범은
1+1이 2가 아닌 2000000이 되는 마법이기도 했고,
A+B가 Z쯤 되는, 그 어떤 화학 반응보다도 폭발적인...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던 기억.
 
그리고 11년 뒤의 콘서트.
10년동안 기다려온 콘서트라고 말하면 조금 오버스러울지 몰라도,
무대가 열리고,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되는 Carnival 오프닝곡을 들으며 마음이 벅차올라 잠시 눈물이 난것은 사실이었다.
 
사실 어찌보면 오늘 공연은,-적군말대로-
추억에 젖고, 감성에 젖어버려 음악적인 면이나 공연 무대,사운드 같은 측면이 조금 덜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늘 그들의 음악과 함께였고,
그들의 음악을,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며 어른이 되버렸으니...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공연에 몰입하자마자 또 다시 내 마음을 울려버린 김동률이 불렀던 '다행이다'
그는,....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해...
적군보다 더 원곡에 어울리는 느낌...
 
그리고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이적이 부른 '아이처럼'
이건 확실히 내 취향으로 바뀐듯^^
좋은 음악이야 장르에 상관없이 마음이 먼저 듣기 마련이지만
리드미컬한 음악 쪽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그리고 오늘...공연중 가장 황홀하고 충격적이어서...
잠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럴수가.."하고  넋 놓고 있던
'강' 그리고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갔을까.'
 
'강'에서 아쟁이 나오던 순간부터 사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사물놀이를 보면서도 정말 기가막힌 편곡이구나..싶었는데........
"그렇게 찾아헤매던..."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을 지나 불리워지는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갔을까'.
이미 setlist를 알고 들어갔음에도,
"아....어쩌면 이렇게 이어질수 있을까...정말 아름답다.."하고 넋을 놓고 들었던 듯 하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서동욱의 등장.
그래..그는 저런 목소리를 가졌더랬지..그는 저런 표정을 지었었지...그는 저렇게 노래를 불렀더랬지..
잃어버렸던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운 기분...
아..! 맞아..! 그는 저랬더랬지....!
10년만에 보지만 변치않는 그 모습들이 아름답다.
 
이제는 아저씨티가 물씬 풍기는 그가, 김동률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에....
흘러온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져나온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또 변해버린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시간이..이렇게..이렇게..흘러가고 있구나....
변치않을 음악 속에서..
 
절대 무대에서 볼 수 없을거라 생각되었던 '그녀를 잡아요'를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있다니.. 또 다시 짜릿하다.
 
오늘 공연은 '카니발'이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조금 미흡한 느낌도 있었지만
(물론 마임은 넘 멋졌지만..조금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기에..)
그들이기에 가능했던 편곡과 연주는 정말 최고였으며,
흘러온 시간을 모두 담아 추억하고 떠올리며 행복해 할 수 있는 공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의 곡을 쓸 수 있고,
공연을 가능하게 만들며
이렇게 마음저릿한 가사를 쓸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음악인이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또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는게
행운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번 카니발 앨범을 기다려본다.
설레임을 가득안고-.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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