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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10 [책] 김중혁 <펭귄뉴스>
펭귄뉴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중혁 (문학과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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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과 그대로 이어지는 듯 한,
정말 모르고 접해도 김중혁인지 알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책.

라디오나 지도, 타자기, 자전거와 같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아. 이 사람은 무슨 백과사전인건가." 싶을만큼
정확하고 심도있게,짧고도 밀도 있게 묘사하여
상상력 넘치면서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김중혁만의 독특한 단편이 완성된다.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  내용 곳곳 음악을 숨겨놓는다.
<무용지물 박물관>에서는 비틀즈의 음악이,
<펭귄뉴스>에서는 RATM의 음악이.

그래서 나는 그의 책이 좋다.
<좀비들>을 이제 읽으려고 하는데, 부디 단편만큼 장편도 재미있길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볼까 한다.


사진은 사람뿐 아니라 시간을 붙들기도 한다. 아니, 시간을 붙들 수는 없다. 시간을 붙들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시간은 계속 앞으로 가고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멈춘다. 사진은 그렇게 시간과의 달리기에서 계속 뒤쳐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p.70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



어머니는 무덤도 싫고 납골묘도 싫다셨다. 그냥 어디에라도 뿌려 달라고 하셨다. 뭐라도 이 세상에 흔적이 남는게 싫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버려지는게 싫었을지도 모른다. 어딘가 자리를 틀어잡고 앉아 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는게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존재가 없으면 버림받을 일도 없다. 어머니는 이제 강물과 레이스를 펼치고 계실 것이다. p.76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았던 어머니의 실체가 갑자기 생생해졌다. 어머니의 살가죽을 닮은 표면을 만지고서야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스스로 한심했다. 어째서 기억이란 것은 매개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온전하게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는 것일까. p.78

오차와 오류는 어디에나 있다. 지도에도 있고, 자동차에도 있고, 사전에도 있고, 전화기에도 있고, 우리에게도 있다. 없다면 그건, 뭐랄까,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다. p.80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어떤 때는 공간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많은게 바뀌는 법이란다. 네가 할 일은 거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 것 뿐이야.

난 여기에서 에스키모를 연구한 다음 많은 걸 깨달았다.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란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보이고 보이지 않고는 중요한게 아니야. 모든 연필들은 만들어질 때부터 운명이 결정돼 있어. 나무결에 이미 연필의 운명이 숨어 있단 말이야. 물론 그 결을 제대로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야. 
<바나나 주식회사>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비트 역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치욕적인 일이죠. 저는 앞으로 점점 더 슬퍼질 것이며 심장의 움직임 역시 밋밋한 중얼거림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비트가 펭귄뉴스 박물관의 귀퉁이를 조금씩 흔들어줄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녀의 기억이 비트로 바뀌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쿵쾅거릴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입니다.
만약 펭귄뉴스가 없어진다 해도 나의 아름다웠던, 한때의 비트는 영원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가슴이 따끈하게 데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펭귄뉴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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