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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의 오가와 이토의 장편 소설.
"미나리, 냉이, 떡쑥, 별꽃, 광대나물, 순무, 무. 새하얀 죽에 곱게 다진 재료들을 흩뿌리자, 그 속에만 봄이 찾아들었다." 라고 시작되는 이 책은,
음식을 매개로
사랑을 표현하고, 도쿄를 묘사하고, 일본의 전통을 설명한다.
음식의 모양과,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이렇게 많을 수도 있구나. 새삼 감탄한다.
불륜을 소재로 아름답고, 애틋하고, 투명한 사랑을 표현하는 그 문체나,
불완전한 가족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구성되는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지만
이 책은 결국 그런 현실과 그런 가족 관계를 담담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것이 다른 느낌이었다.
하루이치로 씨와 이렇게 같은 음식을 먹다 보면 하루이치로 씨와 내 몸이 조금씩 같은 물질로 채워진다는 기분이 들어 기뻤다. 같은 세포, 같은 냄새. 하루이치로 씨와 같이 먹는 식사가 나이테처럼 내 몸속에 새겨져갔다. 하루이치로씨의 몸에도. -p.202
어쩌면 누군가와 오랜 시간 같이해, 시간을 쌓는다는건,
그 사람과 같은 음식을 먹어 나이테처럼 비슷한 것들을 쌓아간다는것과 같은 의미인걸까.
그래서 어딘가 나와 비슷한 것들을 채워간다는 것일까.
가족이란.
그런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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