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인쇄가 없던 시대의 옛날 사람들이 필사본을 만들어 책을 읽었듯이, 간절히 듣고 싶은 마음에 고생해서 레코드를 사거나 혹은 콘서트에 가죠. 그러면 사람은 말 그대로 온몸으로 음악을 듣게됩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감동은 특별합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음악이 점점 값싼 것으로 변해갑니다. 지금은 공짜나 마찬가지 가격으로 음악이 배포되는 시대가 되었죠. 손바닥만 한 기계에 몇 십 시간 몇 백 시간의 음악이 들어갑니다. 원하면 얼마든지 쉽게 음악을 끄집어낼 수 있고요. 물론 편리하고 좋지만, 그래도 그건 음악을 듣는 방법치고는 조금 극단적입니다. 물론 그런식으로 듣는 게 어울리는 음악도 있겠지만,그렇지 않은 음악도 분명 존재합니다. 음악에는 역시 그 내용에 따라 적합한 그릇이 있다고 봅니다.
p.106
작년 크리스마스, 동률옹이 콘서트장에서 그런 말을 했었지.
"이제 음악은 일상의 배경이 되어버린것 같아요. 운전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듣게 되는 배경 음악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 그 자체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게 다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내가 공연장을 찾는 수 많은 이유중에 하나는 그런데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시공 속에 '음악'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을 느끼고 싶어서.
그 음악에 어울리는 그 그릇을 찾아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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