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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2.21 [책] 박범신 <비지니스>
  2. 2011.01.27 [작가와의 만남] 2011. 01. 20. 작가와 초콜릿 <박범신>

비즈니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범신 (자음과모음,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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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사회 문제를 반영한 책이 되어버렸다"던 박범신님의 말씀 때문인가,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비슷한 문제를 다뤘지만 조정래님의 <허수아비 춤>이 굉장히 남성적 느낌이라면 이 책은 참 여성스럽다. 이팝나무가 그려내는 이미지와 그 안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그런 느낌을 배가 시킨다.

<은교>를 읽을 때처럼 단숨이 쉬지않고 몰입해서 읽었다.
마음 한켠이 무너지고, 입 안이 씁쓸해지지만
이게 픽션이 아니라 결코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할것 없는,
내가 살고 있는 내 나라의 현실이란걸 깨닫는 순간에는 숨이 턱 막힌다.

박범신은 끝내 여지를 남겨두었다.
사회가 변해주지는 못해도, 어떤 사람은 그 모든 '비지니스'를 멈추고, 진짜 사랑을 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그렇게 남겨준 그 여지가 쓰레기더미 속에 피어난 꽃 한송이 처럼 느껴지는 책이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일찍이 '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 라고 말했다. 그 잠언이 갑자기 떠올랐다. 사진예술의 조류를 설명하던 노교수가, 현대에 들어와서 사진 예술은 완전히 자본의 감옥에 들어가고 남은 것은 사진을 빙자한 산업뿐이라고 설파하면서 인용했던 잠언이었다. 자본의 감옥에 들어간 것이 어디 사진예술뿐이겠는가. 정치가 들어가고 문화가 들어가고 사람들의 꿈과 이상도 다 그곳에 들어갔다. 눈앞에서 울고 있는 그녀도 일찍부터 그 감옥에 들어갔으며, 나 또한 이제 그 감옥에 수감되었다. p.70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오욕이 가득한 화류향(花柳巷)으로 나가는 어미들이 있는 유례없는 나라가 내 조국이고, 그 어미의 가죽 채찍질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세습되는 '귀족'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오직 약육강식의 정글 속을 헤쳐나가는 전사로 길러지는 아이들의 나라가 내 조국이었다. 어머니는 조국이다, 라는 잠언이 떠올랐다. 꿈이 조국이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 잠의 어두운 터널에서 조차 이를 갈며 전사의 길을 가고 있는 정우의 얼굴엔, 그러나 차라리 '조국'이 없었다.  p.137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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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와 <은교>, 이번에 나온 <비지니스>까지.
난 이제서야 조금씩, 이 작가분을 알아가고 있다.
그렇게 유명하고, 많은 작품들을 쓰셨는데. 말이다.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박범신 작가님을 만나게되었다. 

그분의 말투. 목소리.
왜 어디선가 만난적이 있는 기분일까.
TV 같은 매체를 통해 이미 난 그분을 만난적이 있는걸까. 아님 그분의 책에서 오는 익숙한 기분 때문일까.

늘 사랑 이야기가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박범신님.
하지만.
사랑은 뜨거운 열망으로 시작되지만 그 끝은 멸망이라며.
그렇지만 인생을 통해 그 멸망의 끝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행운이겠냐며.
여전히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분.

혈맹으로 이루어진 가족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 보다
해체하여 진실함을 찾아가는것이 더 윤리적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세상의 통념으로는 그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자본주의와 기득권을 향해 달려가며 서로가 서로를 좀먹고 파먹는 그런 가족관계가 과연 가족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소설을 쓰게 된 동기와
소설의 배경을 쓰게된 경위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아. 왠지 '글쓰기'도 science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과관계를 정의하고,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며, 거기에 본인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과학과 같은 맥락이라고 느껴졌다.

글을 쓰고 싶으면 문학의 제단에 손가락 하나라도 올려야 하지 않겠냐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으면 무엇 하나라도 희생하라고.
아무런 희생도 하지 않고 원하는 것 모두를 이룰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데,

언젠가 했던 "내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을 기꺼이 감수하겠다" 라고 했던 다짐이 떠올랐다.
물론 저 기회비용 이야기는 김어준씨로 부터 온 이야기였지만.
어쩌면 단순한 명제일텐데. 참 어려운 이야기다.


이 흰머리 성성한, 예순을 넘긴 노작가는
끊임없이 달려나가며 아직도 글을 열정적으로 쏟아낸다.
그가 끊임없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앞으로도 더 만나고 싶다.

"나는 깊어지기 위해 넓어진다"
스피노자가 했던 말이라고 하시며 말씀하신 이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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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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