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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달드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5.24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감독 스티븐 달드리 (2008 / 독일,미국)
출연 케이트 윈슬렛,데이빗 크로스,랄프 파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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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카테고리를 어디로 지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생각들이라 다이어리에 넣을 수도 있고,
<대책없이 해피 엔딩>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고 느낀 점들이라 책 카테고리에 넣을 수도 있으며,
영화 얘기니까 영화 카테고리에 넣어도 괜찮겠다.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더듬더듬 지난 날들 봤던 영화들의 기억들을 되새겨가며 읽다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무심히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진짜 내가 이전에 봤던 그 영화가 맞나 싶을 만큼,
한나의 복잡미묘한 그 심정이 고스란히 새롭게 느껴졌다. 마음이 애잔해졌다.
이전엔 이런 마음을 분명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변화는 무엇일까.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가.


한나가 출옥하기 전, 마이클을 만나는 장면-
김연수씨가 "한나가 그 기억들이 실제로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났던 일들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느꼈다고 했는데, 난 좀 비슷하게 다른 느낌을 받았던 건,
한나의 감옥에서의 시간의 속도와, 마이클이 밖에서 느꼈던 시간의 속도는 분명 달랐을 거란 것이었다.
매일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혹은 만나는 사람이 없었을것이고),
새로운 사건 없이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비슷 비슷하게 살았을 한나의 시계는 아주 천천히 흘러갔을 테고,
그래서 그녀는 여전히 오래전 마이클을 대하던 그 시간에서 그렇게 많이 떨어져있지 않았을 것이었고,
마이클의 시계는 매일 매일 새로운 일상을 마주 하면서 빠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공간에 서 있었지만 다른 시간 속에 서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서로 마주본, 그 짧은 순간 깨달았을 한나의 처연한 마음 같은 것.
난 그런게 느껴져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다른 시계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제각기 다르지 않던가.
그래서 오래 전 헤어진 누군가와 다시 마주본 어느 순간에도 그 때와 같은 감정으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우린 모두 다른 시계로 다른 시간속에 살고 있으니까.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
오래전 것들에게 갖는 아련한 마음들은 그런 것에서 오는걸까.
기억은 천천히 오고 있는데 우리의 시계는 너무 빨라서.
그리워하고 있지만 다른 시간속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것들이 안타까우면서도,
미련을 갖고 아련해 하고, 추억에 잠겨있기에는 시계가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가면서
같은 흐름을 가지는 이들이 더 소중해 진다.
흐름이 같기란,
같은 frequency를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더 잘 알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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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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