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리라는 것을. 그래서 또 눈물이 나고 그 눈물이 마를 즈음에야 겨우 우리가 애초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을.
<나의 삼촌 브루스리 2> p.23
그것을 순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도 결코 뻔뻔스러움은 늘지 않아 아무 데도 선뜻 발을 담그지도 못하면서 늘 구원을 꿈꾸는 그 가난한 마음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 갇혀 아무런 확신도 없이 늘 생의 언저리를 겉돌기만 하는 그 수줍음을?
p. 328
천명관의 소설은 정말 '재밌다'.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도, 이야기가 길어져도, 영화를 보듯,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도록 하는 힘.
온 힘을 다해 매료되어 읽게하는 능력. 그래서 읽고 나면 좀 지치게 될 만큼.
'나의 삼촌 브루스리' 역시도, 예외는 아니였다. 두권짜리 책을 거의 하룻밤만에 다 읽었으니.
그리고,
이 책 마지막에 씌여있던 천명관 작가님의 글 때문에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의 글을 꼭 읽으리라 생각했다.
소설이 구체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일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아마도 가장 느리고 완곡한 형태일 것입니다.
또한 소설을 읽는 동안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
비록 그것이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하더라도, 그리고 구원의 길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언제나 나의 소설이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되길 원합니다. 그것은 생활의 방편이란 목적 이외에 내가 소설을 쓰는 거의 유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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