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시옷의 세계

저자
김소연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12-11-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시옷의 낱말들!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시옷의 세계』...
가격비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느끼는 당신과 당신이 느끼는 당신은 같은 사람인가. 당신 앞에 있는 나는 과연 나인가. 당신은 당신으로 내 앞에 있는가. 당신이 느끼는 당신과 내게 보여주는 당신은 같은 사람인가. 무엇이 실체이고 무엇이 허상인가. 어디까지가 거짓말인가.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못났든, 당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사랑한다. 그게 거짓투성이여도 상관없다. 당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당신을, 나는 당신이라 부르려 한다.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당신의 진심이라고 여기려 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내가 함께 믿고싶기 때문이다. 당신의 실체와 당신의 이상형 사이에서, 당신의 이상형에 당신이 기꺼이 기울 때를,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내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안 보여주고 싶어하는 당신의 실체는 어찌될 건가.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여 당신의 내부 어디에선가 불쌍히 쪼그려 흐느끼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당신의 실체와 나는 당신이라는 중개인 없이 꿈속에서 만난다. 꿈속에서 만나 서로 싸우고 악담하다 화해하고 함께 흐느껴 운다. 실은, 또 다른 내가 당신의 실체와 함께 내 꿈속에서 살고 있다. 더 리얼하게, 더 치명적이게, 어쩌면 더 굳건하게. 

p.165














이 책은 참 좋았다.

시인이 쓰는 에세이란 이런거구나, 싶었다. 그 동안 읽어온 어떤 에세이와도 달랐다.


단 하나의 단어를 고를때에도 고심하고, 또 고심한 것이 느껴지지만

그게 집요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녀의 글들에 인용되어진 수 많은 시들이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게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마치 퀼트 이불처럼. 

한 땀 한 땀 조심스럽게 바느질을 하며 다른 시 속의 문장들과 작가 자신의 문장들을 연결하듯.

아름답게 형형 색색 그녀의 글들과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그녀의 글들을 하나 하나 천천히 읽다가,

시기 적절한 때에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숭배하라 당신의 거짓말을> 속의 한 구절을 적어놓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그가 보여주고 싶은 그의 모습을 믿어줄 뿐이었다.


다만 우리의 어떤,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하나의 시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조금은 서럽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Posted by [TK]시월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