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뭘 갖고싶다고 크게 욕심 내본적이 없었다.
강렬하게 어떤걸 갖고싶다고 생각 해 본적이, 살면서 별로 없기 때문에 나는 질투도 크게 해본 적이 없다.
그게 마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것들이라고,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가 갖고싶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무형(無形)의 존재들. 손에 잡을 수 없는 것들.
어떤 음악, 어떤 책의 구절, 어떤 경험, 어떤 영화의 장면들- 같은 것.
내 마음속에, 내 머릿속에만 담아두면 되는 것들.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루시드폴의 음악을 사랑하고, 위안받으며,
가사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는 내가,
가사를 따로 읽으며 감동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뮤지션중의 한명으로 그를 꼽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그를 질투한다.
그의 이력에 화학공학이라는 단 한줄이 없었다면 나는 그를 질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 두개의 전혀 다르게 보이는 세계가 어우러져,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렇지 못하는데.
자꾸만 차가워져가는 내 심장을 나는 더이상 감당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이제 선택을 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는데.
그 두 가지, 자신이 사랑하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그것을 하고 있는 순간 만큼은 온전히 몰입하고 있단 얘기겠지.
그의 심장엔 그 두개의 세계를 섞어주는 장치가 있는것일까. 아님 그 두개의 세계를 정확히 차단해주는 장치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몰입할 수 있는 그가 부럽고,
그 몰입할 수 있는 두 가지가 내가 사랑하고, 잘 하고싶고, 잘 알고 싶은 것들이라 질투가 난다.
어쨌든 나는
이 질투나고 부러운 이 사람의 소극장 공연을 보러 갈 작정이다.
화려한 무대장치도, 게스트도 없이.
그저 목소리. 기타. 건반 약간. (그리고 + 스위스 개그도 있겠지 ㅋ)으로 이루어지는.
때론 이렇게 가장 소박한 공연에서 긴 여운을 받기도 한다.
비어있는 것이 많은 만큼, 내가 채울 수 있는게 많을테니까.
하루라는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
세상에서 험한 말들로 그대 아프게 했는지
여전히 어려운 눈빛으로 나에게 얘기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그러냐고
나 말하고 있었지.
뒤 돌아선 그대가
그런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나 알고 있다고.
루시드 폴 <알고 있어요>
일시: 2010년 8월 25일 수요일~9월 19일 일요일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5시 30분
장소: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티켓: 33,000원
예매: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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