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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11.04 [책] 무라카미 하루키 -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까치 | 2002-02-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댄스 댄스 댄스,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등을 발표하면서 우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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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챈들러의 소설 속에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잠시 죽는 것이다' 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

챈들러 씨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견을 좀 늘어 놓자면, '안녕'을 말한 직후의 죽음은 실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우리가 정말 잠시 죽는 것은 자신이 '안녕'을 말했다는 사실을 몸 한가운데에서 직면했을 때다. 이별을 말했다는 사실의 무게를 자기 자신의 일로서 실감했을 때. 그러나 대개의 경우,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주위를 한 바퀴 돌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해 왔지만, 능숙하게 '안녕'이라고 말했던 예는 거의 기억에 없다. 지금 돌이켜 보면 '좀더 제대로 안녕을 말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후회가 남는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설령 후회했다고 해도, 그래서 삶의 방식이 바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무책임한 인간인가 하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이라는 것은 아마 뭔가가 있어 갑자기 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여러 가지 것들이 쌓여 가면서 죽어가는 것일 것이다.  


p.154-155 <안녕을 말하는 것은>中


무라카미 라디오의 제일 마지막 편에 나오는 이야기.

인생의 수 많은 '안녕'들이 쌓이면서, 우린 서서히 늙어가고, 죽어가는 것이겠지.

어떠한 '안녕'을 겪고, 통과하면서. 


그 '죽음 같은' 안녕들의 의미를 이제는 너무 잘 아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이 얘기가 오래오래 맘에 남는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덕분에 최근 나온 무라카미 라디오2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도 같이 읽고 싶어짐.

언제나 그렇듯 음악에 대한 무한한 그의 애정을 담은 문장들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그의 예찬론,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그의 일상이 유쾌했던 책. :)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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