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재는 장수영이 걸어가는 모습을 한참 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다. 쌓여 있는 말이 많아서 그걸 꺼내 놓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못 했던 말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하지 못한 말이 더 쌓이고 말았다. 높이 쌓아 올린 책 더미에서 밑바닥과 가운데 책을 꺼내기 힘들듯 오래전 얘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얘기들을 꺼내려면 한 줄로 쌓인 모든 얘기를 허물거나 위에 쌓인 이야기를 전부 걷어 내야 한다.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남아있을까. 그 이야기들을 꺼낼 만한 시간이 다시 올까.
멀리 있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할말은 쌓여있지만 아무말도 시작할 수 없는 그런 먹먹함은
높이 쌓아 올린 책 더미에서 책을 빼내면서, 쌓여있는 책들이 우르르 무너질까 두려운, 그런 마음 같은 거였구나.
-그 이야기들을 꺼낼 만한 시간이 다시 올까.
어제 이 소설을 다시 읽는데, 괜시리 이 문장에 마음이 애달프다.
김중혁 작가님의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엿볼 수 있던, 소설 <요요>
네가 만들어준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시침과 분침이 겹쳤다가 떨어지는 순간, 그건 멀어지는 걸까, 아니면 다시 가까워지고 있는 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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