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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6.05 [책] 박범신 - <촐라체>



촐라체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8-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가장 차갑고 가장 뜨거웠던 7일이 시작된다! 히말라야 산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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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고 그리운 최종적인 지점은 아직 촐라체 북벽의 희고 어둑신한 그늘 속에 있다. 그것은 너무도 깊은 우물 갚아서 나는 감히 그리운 그것에게 지금 이름을 붙여 부를 수가 없다. 유한한 삶을 갈팡질팡 흐르면서, 누군들 비의(秘意)적인 불멸에 대해, 별에 대해 왜 꿈꾸지 않겠는가. 그것의 이름을 내가 지금 구체적으로 지어 부를 수 없을지라도, 그러나 나는 그것을 영혼 깊이 품고 있다는 것은 말해두고 싶다. 영성(靈性)은 그 무엇으로도 근원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제 믿는다. 



해발 5600미터가 넘는 순례 코스 중 제일 높은 고개 돌마라(Dolma-la, 5630m)를 넘을 땐 눈물이 쏟아져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짐작건대 생을 견디면서 쌓인 내부의 독성들이 눈물을 타고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닐까. 아니, 무엇인지 모를 그리움이 뼛속 깊이 사무쳐 나오는 눈물이었다. 눈바람이 하루 종일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비틀거리면서 눈바람을 헤치고 세상의 끝까지 걸었다. 




'영우, 선우, 마야, 정순희'라는, 그가 죽어가며 차례로 새긴 이름들도 희망의 증거였다. 사랑이 남아 있는 한 사람은 죽음으로 걸어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처럼 뜨겁고 단단한 사랑을 품은 사람이 어떻게 절망을 쫓아 산에 오를 수 있겠는가.


경험하진 못했지만 

만약 나도 거대한 자연과 부딪혀 홀로 그 속을 걸어 들어가는 날이 온다면,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눈물이 흐른다면 "아, 이것은 내가 생을 견디면서 쌓은 내부의 독성들이 눈물을 타고 흘러나오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려고. 그런 날이 온다면. 꼭 그렇게 생각하려고. 저 문구를 적어두었다. 어떤 그리움인진 알 수 없겠지만 그건 틀림없이 그리움의 결정체가 만들어낼 눈물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랑이 남아있는 한 사람은 죽음으로 걸어가지 않는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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