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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려온 공연이었건만. 
두달전부터 예매해놓은 티켓을 날리고. 매진된 가운데 겨우 건진 티켓 한장으로 다녀온 공연.

목소리와 기타 - 공연 제목처럼 이 공연에는 목소리와 기타. 그리고 약간의 피아노와 펜더로즈 소리만이 있을 뿐.
지극히 작은 소극장에서의 너무나 소박한 무대라 
나는 내가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여백이 많을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작은 무대에서 울리는, 그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만이 만들어내는 그 팽팽한 공기의 흐름.
소리로 공기를 가득채운 그 공간. 그 섬세함과 디테일함까지 모두 살아있어, 자칫 움직이거나 다른 소리가 섞이면 와장창 깨어질 유리같은 기분이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 오직 그의 음악만이 온 사방에 가득차 있다.
숨조차도 못 쉬겠다.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그런기분.

그 긴장감은 중간 부분부터 함께 들어온 피아노 소리와 함께 느슨해졌다.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
참 신기하지. 피아노는 조용히 소리만 내고 있을 뿐인데. 
뭔가 팽팽한 실로 감아놨던 소리들을 풀어주는 느낌.

노래는 주로 3집과 4집의 곡들 위주로 불러줬다. 
그의 4집 <레 미제라블>이 나오고, 어디선가 읽었던 리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섬약한 감수성, S대 풍의 자의식에 숨막혀 죽을것 같다"고.
누군가의 그 리뷰를 보면서 몹시 기분나빠했던 기억이 나지만.

그의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들으며 그는 참 강한 사람이라는걸.
그는 내가 감히 질투조차하면 안될만큼 노력하고, 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걸,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칠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란걸 깨달았다.

그런 순수함을 아직 간직하고 있어,
그런 연구도 할 수 있고, 그런 음악도 만들 수 있고, 그런 가사도 쓸 수 있는 사람인거다.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외롭게 공부하고, 외롭게 연구하고, 그래서 음악을 했었을 지도 모를. 그의 이야기가.
그를 또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1. 우연찮게 목요일 공연을 보게 되어, 박새별의 피아노를 듣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만 세션참여 하신다고-
#2. 진짜 조용한 가운데 울려퍼지는 펜더로즈 소리는 너무 아름다워서 '소리'를 갖고싶다는 욕심이 생겼을정도.
#3. 얼마전 '문수의 비밀'을 찾아 들으면서 가지 생각에 나 혼자 싱글싱글 웃었더랬는데, 문수의 비밀을 불러줘서 좋았다. 문수는 트위터도 할 줄 아는구나? 야동도 보고. :)
#4. '문수의 비밀'에 나오는 옆집 강아지 '대한'이의 실제 주인 이름이 '민국' 이라는 얘기에 웃음이 났는데, 주인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대한이 이름이 '대한' 이었다는 이야기에 괜히 마음 짠한 감동. - 난 왜 이런거에 감동받지? 별 얘기 아닌데.

#5. '그대는 나즈막히'의 전주 부분 기타소리 -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있을 듯. 정말- 아름다웠어.
#6. <루시드폴> : “이 노래는 숫자로 하면 420번 정도가 되는 노래입니다.” <객석> : ??????? <루시드폴> : 노래 제목이 Saigon이거든요. <객석> : … 
- 그의 스위스 개그.


루시드 폴  - 마음은 노을이 되어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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