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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날들을 살아가다보면.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올해 첫 감기에 걸려 골골대던 주말이었다.
몸은 아프고, 할일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렇게 살아있지 않으면 안되는 날들.
그런 날들을 살아가는 어느 날에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그래서. 또 '어떠한 날들'을 살아갈 힘이 되어 주는.

다섯번째 앨범에 들어있는 '흡수'를 시작으로 그의 열번째 공연이 시작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손 끝에서 만들어내는 그 따뜻하고, 깊이있는 기타 선율.
그가 짚는 코드에 따라, 그가 건드리는 기타 줄 하나하나에 따라 그 넓은 세종문화회관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흡수'의 그 추상적인 느낌도.
'인연'의 그 아름다움도.
'기타발전소'의 그 내달림의 느낌도.
비발디 협주곡의 그 고전적인 아름다움도.
아무런 이질감없이 어울린다. 이병우의 기타 앞에서.

그리고 이어진 그의 영화음악들. 스캔들, 장화홍련, 마더, 연애의 목적, 그 유명한 괴물의 한강 찬가까지.
조성우의 영화 음악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하다면
이병우의 영화음악들은 시각적인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좋다.
어떤 것들을 보고 있을 때 떠오르는 음악들.
색깔이나 계절감. 산이나 나무, 내리는 눈, 흐르는 물. 그리고 배경.
그것들이 원래부터 그런 음(音)을 만들어내고 있던 것 처럼. 그런 음을 고유값으로 가지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끝난 1부. 그리고 시작된 2부.
유희열이 부르는 어떤날의 출발, 너무 아쉬워하지마.

그렇게 듣게 되는 어떤날의 음악들.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기분.
불쑥 어떤 날을 듣고 있던 어린날의 어떤 날로 돌아가는 기분.
시간이 그렇게 직선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래서 내가 멈추지도 못하고 마냥 달리고 있지만은 않아도 된다는 이 기분. 고마운. 기분.

아. 어쩌면 유희열 저사람은. 어떤 날의 음악을 저렇게 <어떤 날스럽게> 부르지?
어떤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느끼는 감동에 눈물이 나고,
유희열의 너스레와 열창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나서 이적이 부르는 어떤날의 하늘과 초생달.
유희열이 어떤날의 음악을 너무나 어떤날 스럽게 불렀다면 이적은 어떤날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처럼 부른다.
잘 어울린다-.

그렇게 짧았지만.
어떤날의 음악에 마음이 녹짝지근해진다. 언젠가는. 조동익씨와 함께 어떤날의 음악들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해주는 이병우씨. 진짜로 살아가다 '어떤 날'에는. 이병우씨와 조동익씨가 무대에 서있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병우씨의 기타 음악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과,
그의 연주 테크닉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자전거> 등을 연주해주시고,
앵콜무대에서는 직접 어떤날의 노래를 부르시며 기타를 쳐 주셨다.

앵콜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며 뭉클해 하는 그의 얼굴과.
그의 연주에 벅차 오른 내 심장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속에 놓여있었다.

2010년. 10월의 마지막 날 밤. 그 곳에서.


이병우 -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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