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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9- 울산라이프

Diary/2011 2011. 10. 29. 14:32
#1. 어제 밤 간단하게 다음날 아침에 먹을 음식들을 준비해놓고는 방바닥에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읽기 전에 설거지를 해뒀으면 얼마나 좋아. 12시가 넘어서 잠이 오는 가운데 시작한 설거지. 칼에 손을 베어버렸다. 그것도 두번이나. 칼날이 손 끝을 베어오는 그 섬짓함. 퍼뜩 정신이 드는 순간. 멈추지 않는 피를 휴지로 꾹꾹 눌러가며 지혈을 하다가 문득 밀려오는 외로움. 2007년이었나, 2008년이었나. 그 어느 날 밤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밤늦은 퇴근, 주방에 쌓여있는 그릇들, 설거지를 하다가 가위에 베어버린 손끝. 밴드를 붙이기도 어려운 오른 손의 상처. 갑자기 쏟아지는 외로움과 힘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던 어느날 밤. 나는 왜 피를 보면 외로워지는가. 그럼에도, 투정같은 내 트윗 포스팅에 박범신 쌤이 달아주신 답 멘션 하나에 마음이 풀어져서는 잠자리에 들었다.


#2. 아침 식사 하는 습관이 들었다. 이건 일기에 적을 만큼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ㅋ 꽤 많은 것들이 습관이 되고 있다. 운전도 익숙해지고 있고. 이것도 아마 곧 습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일 똑같은 길을 운전할테니까. 여기서의 생활은 온전히 혼자만의 것이라 습관을 만들고, 규칙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쉽사리 무너질 것만 같다.  이틀, 사흘정도의 서울행이 고된 이유다. 체력적으로 라기보단 나의 regularity가 무너지는 탓에.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3. "소설 속의 선택과 현실 속의 선택은 분명 다르지만 선택하기 위해 결정하는 방식은 언제나 똑같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버린 것은 돌아보지 말아야 하고 취한 것은 아껴써야 한다."
그래서, 어제 설거지를 미뤄가면서, 김중혁 작가님의 <뭐라도 되겠지>를 읽었다.
그리고 이건 그 책에 나오는 한 구절. 내가 늘 원칙으로 생각하는 것들 중에 하나. Input이 있으면 output이 있다- 와 결국은 같은 이야기일듯. 
지난번 서울에 갔을 때 무슨 대화 끝에 효은이가 그런 말을 했다. "되게 많은걸 포기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뭔갈 포기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말 끝에 "아, 내가 많은걸 포기하고 여기 와있는건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봉착했다. 다 같은 얘기일텐데. 그동안 나의 심리는 '선택에 따른 좋은 작용'들에 대한 부분만 생각하고 있었다면 '포기'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그 반대 작용들- 포기해야 하는 것들, 할 수 없는 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진 기분이 들었달까. 어느쪽이든 사실, 이미 나는 선택했고, 버린 것은 돌아보지 않고, 취한 것을 아낄 것이다. 김중혁 작가님 말씀처럼.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4. 어제는 X의 내한 공연. 며칠전 Yoshiki의 입국 소식을 전해들으며 그를, 실제로 본다는건, 피아노를 치는 요시키를 본다는건, 엑스의 그 투명한 드럼을 본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잠시 상상은 해봤지만. 공연을 가고 싶단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마 내가 서울에 있어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냥. 그 옛날의 그 엑스재팬이라면, 그리고 Hide가 살아있다면 울산이 아니라 어디서라도 갔을텐데. 공개된 셋리스트의 노래 제목들만 봐도 반사적으로 노래들이 다 떠오를만큼 좋아했었지, 내 10대에. X-japan. 아쉽다. 딱 한번쯤은 제대로된 X-japan의 공연을 봤더라면 참.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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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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