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어제 아침. D-1.
눈을 떴는데,
D-day가 하루 남았다는 생각에, 설레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예전처럼 이 D-day는 시작이 아니라 끝이잖아.
Mobius. 이 끝은 다시 시작. 이 시작은 다시 끝.
끝과 맞닿아 있는 내일이. 마냥 기쁘지 않았음을.
아니, 사실은 눈물이 쏟아져나왔음을...
그리고...
어제 하루가 그렇게 가 버리고.
나는 오늘 D-day를 맞았어.
또 뒤척뒤척.
새벽녁 잠을 깨버리고,
당신의 음악을 귀에 꼽고. 모아이를 흥얼대며 광화문으로 가는 새벽.
문득, 당신의 목소리가 내가 17년전 들었던-
그 따듯한, 위로가 되었던
그때와 여전히 똑같이 따듯함을 새삼스러이 느꼈어.
Irony.
인생의 Irony.
모든 나쁜 기억은 잊고 살겠다고, 무의식으로, 무의식으로 집어넣어 버리지만.
나는 당신을 만났던, 그 최초의 순간을 영영 기억하기 위해서는,
나는 그 최악의 순간까지도 안고 살아가야하는.
인생의 irony
참. 우습다고 생각하며, 당신의 음반을 기다렸어.
태지 8집을 기다리는 광화문 앞 행렬
나와 같은 것을 느끼고, 기다리고, 설레이는,
그 긍정의 에너지로, 환희의 에너지로 가득한 그들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워.
당신의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그 엄청난 긍정의 에너지란,
언제나, 나를 살게 해주는-
그리고 이벤트를 하며 학교도 가지 않고, 교복을 입고재잘대는 어린 학생들.
980707. 나도 그랬었는데...나도 저랬는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도,
그 때의 나와 같은 나이의, 그 또래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건,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짜릿해. 어쩌면 다른 이들이 말하는 '서태지 세대'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끝이.
또 오랜 기다림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나는 또 당신을 기다리겠지.
삶이 아무리 팍팍해져도,
이 느낌, 이 환희,이 행복을 잊을 수는 없어.
이걸 잃어버리고 사는 삶이란.
그 땐 더이상 그것을 '삶'이라 부르지 못할거야.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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