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지구영웅전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대표소설
지은이 박민규 (문학동네, 2003년)
상세보기


박민규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이 얇은 책 한권에, 지구 전체의 부조리와  거대한 상상력이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

힘은 곧 정의와 같다고, 그래서 세상의 '나쁜 일'을 모두 무찔러 없애버려야 하겠다는 슈퍼맨의 이야기가
비단 세계속에서 '정의'라는 명분으로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에 대한 풍자만은 아닐것이다.

사실 우리는 매일. 그런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진짜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힘'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는.
그런 세상속에서.

그래서 박민규 특유의 유머에도
웃을 수가 없다.

"아니, 이 세상엔 상당수의 리들러들이 있어. 그들은 모두 '의혹'을 품고 있는 인간들이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즉 이 세계의 '정의'에 대해서 말이야. 웨인은 리들러들을 용납하지 않아. 만약 누군가가 리들러임이 탄로났다면 그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

"그럼 로빈은......"

"그래, 나는 사실 리들러야. 그래서 이렇게 너에게 충고하는 거야. 넌 절대 '의혹'을 가지지 마. 이 세계의 의혹은 네가 감당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p.88









Posted by [TK]시월애
|
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민규 (한겨레신문사, 2003년)
상세보기

소설을 읽은지가 좀 오래된 듯 싶었다.
소설책이 줄 수 있는 그 느낌이 문득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될 수 있으면 너무 무겁지 않게. '
'우리말이 줄 수 있는 느낌을 살린 한국 소설'
이번에 도서관을 가면서 빌리고 싶다는 책의 종류는 이러 했고, 마침 박묭이 추천해준 박민규를 시작해볼까 싶었다.

몇번 읽어볼까 했었지만 너무 가벼운 듯 하여 괜히 망설였던 그 책.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그의 소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쾌했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 소설이었고,
그의 문체는 감각적이었다.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시종일관 가벼워보이는 순간에도 진중함이 있었고,
시종일관 무거워 보이는 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스포츠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냈던 <아내가 결혼했다>보다 더 와닿는 느낌이 드는건, 
내가 야구팬이기 때문만은 분명 아닐 것이다. 

아- 어쩐지 이걸 읽고 있으니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는 <삼미슈퍼스타즈의 야구 정신>에 가장 잘 맞는 그런 음악이 아니였을까. 프로들이 난무하는 이 음악 세계에서.

나는 다시 슈퍼스타즈를 생각했다. 그리고 삼미의 팬이었던 나의 유년과, 현재를 생각했다. OB와 삼성, 혹은 MBC나 해태의 팬이었던 또래의 소년들에 비해 나는 염세적인 소년이었고, 자신감이 없었으며,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고 있었다. OB의 팬이 아니라면, 삼성의 회원이 아니라면, 아니 프로야구가 없었다면- 그 소년들과 나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국 문제는 내가 삼미 슈퍼스타즈 소속이었던 데서 출발한 것이라고, 16살의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랬다. 소속이 문제였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p.129-130



'소속'의 슬픔이란 그런 것이다. 이른바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 집단에서도 이 '소속'의 콤플렉스 앞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사실 그래서, 인간은 절대 평등할 수 없다. 
p.144-145

제대를 하면서, 나는 '소속'의 고민과 비슷한- 또 하나의 강박관념을 그곳에서 가지고 나왔다. 그것은 '계급'이었다. 세상은 수없이 많은 소속 안에서, 또 다시 여러 개의 계급으로 나뉘어 었었던 것이다. 마치 지구가 위도와 경도로 나뉘어있듯- 결국 인간은 그런 식으로 이 세계를 분할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위도 몇에 경도 몇...... 결국 그곳에 한 인간의 좌표가 위치해있고, 우리의 삶은 여간해서 그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p.203





아. 몇차례 LG 트윈스 팬인 친구들에게 밝힌바 있지만.
난 MBC 청룡 어린이 회원이었다. 
그치만 지금은 열렬한 베어스 팬이지.

박민규가 말한대로.
인생은 이상한 것이다. 



Posted by [TK]시월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