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님들 건강히 잘 지내 셨나요?
이젠 내가 트위터도 하고 해서 이런저런 소식들을 주고 받긴 하지만
딱 일년이 되는 날엔 한번쯤 다시 이렇게 불러봐도 되겠죠?
음 그때 활동이 끝나고 다같이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태지형과 멤버 형들 얼굴을 몰래 훔쳐 봤는데 다들 섭섭해 하는 마음과 슬퍼하는 마음들이 역력 했었던 기억이 나요
다들 웃으면서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인사 뒤에 오롯이 견뎌내야 할 고독감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뒷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밥을 먹고 내 작업실 방을 정리 하려 들어왔는데 그제서야 1년 넘게 쓴 내 방이 자세히 보이더군요
나는 가야 하는데 이제야 니놈이 보이는 구나~ 하고 가슴이 먹먹해 졌던 것 같아요
연습에 지치고 작업에 지쳐 잠들곤 했던 그 작은 작업실 방마저 어느새 정이 들었었나 봅니다
평소 땐 바빠서 다 읽지 못했던 형수님들이 보내준 편지도 모두 읽었어요 마음 같아선 꼭 답장을 해주고 싶었는데..(진심으로)
내 손 글씨가 너무 악필이라 부끄러워서 그러진 못했어요
그때 하지 못한 답장을 지금 내 마음으로 대신 합니다.
신경 써 보내준 선물들도 하나씩 뜯어보다가 다섯명 멤버를 다 그림을 그려서 보내신 매니아 분이 계셨는데, 그냥 예쁜 그림인데...귀여운 그림인데 정말 태지형 앞에서도 탑형 준형이형 현진이형 앞에서 까지 웃는 얼굴로 잘 참았는데
정말 잘 참았었는데....
그 다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 때문에 눈물이 그렇게도 많이 쏟아지더군요
그렇게 울다, 울다 지쳐서 그 아쉬움 가득한 작업실에 쓰러지다시피 잠이 들었었고
다음날 여행을 계획하기 위해서 나는 서점에 들렀었지요
평소 나는 다른 멤버들처럼 친화력 있는 매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어디 막 들러 붙어서 놀 수도 없고…^^;;
또 북적대며 열심히 몰입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이라는 게 전혀 없어서 영화를 보거나 서점에서 시간 보내는 게 전부였거든요
심심하게도...^^;;
그때도 마찬가지로 서점에 들렀다가 그냥 괜히 뫼비우스, 이스터, 모아이란 단어를 검색했어요
사실 그 책들과 나와는 그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무심히 검색해서 나온 이스터섬의 수수께끼(?), 이스터섬의 비밀(?) 정확하게는 기억 안나지만, 이런 제목의 책을
찾기 시작했어요, 뭔가 홀린 것 같은 느낌 이였던 것 같아요
그냥 느릿느릿하게 찾았어요
베스트 셀러 아닌 경우엔 사람들이 보고 다른데
막 꽂아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찾는데 애를 드럽게도 ^^;; 먹었던 기억이 나요 하하
직원분께 좀 찾아달라고 말하면 되는데-_-;;ㅋㅋㅋ
그리고 그 심심한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문득
혹시나 서점을 들르는 태지형 팬들 중에 지금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한명 혹은 그래도 몇 명쯤은 있지 않을까 싶어
아니면 말지 뭐~하는 마음으로
어릴 때 언젠가 봤던 어느 영화플롯 처럼...
작은 편지지에
나 정말 도련님인데요 진짜예요...
혹시 이 책을 보시는 분이 형수님이라면 1년 동안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형수님이 아니시더라도 내 글을 읽어 준 것 만으로도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대충 이런 글귀를 악필로 써놓고 첫 장에 끼워놨는데요
살짝 좀 유치하긴 했는데 그대로의 낭만은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 두 달(?)정도 잊고 지내다 이제 순천을 내려가려고
짐을 먼저 다 보내놓고
두 달 전에 써놓은 내 글이 너무 궁금해서 다시 가봤어요
원래 범인은 범행 현장을 다시 찾는 법이지요~ㅋㅋㅋ
에이 그냥 그대로 있거나 누군가에게 찾아졌다면 버려졌겠거니 생각하고 검색을 한 뒤 다시 찾았는데...
정말 정직하게 내가 써놓은 글이 아주 그냥 반듯하게 그대로~ 있었어요~ㅋㅋㅋ
그래도 기대를 좀 했는지 실망하는 마음이 살짝 들더군요~
그렇게 나는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내려갔어요.
또 한 몇 달 동안 잊고 있다가 일 때문에 서울에 올 기회가 생겨서 왔는데…
또 다시 궁금해 지더라 구요~ㅎㅎ
그래서 오자마자 서점으로 먼저 갔는데…
또 그대로 있더라구요 그닥 인기 있던 책은 아니었나 봐요ㅋㅋ
근데 맙소사~ 첫 장과 마지막 장에 예쁜 손 글씨로 쓴 답장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후로 우린 빵야 빵야 행복했답니다~
라는 스토리는 있을수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정말 형수님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쓸쓸한 문체에 위로의 답을 주셨던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 글을 읽은 후에 뭔가 아린 느낌으로 다시 기차를 타고
시골로 내려 갔던 기억이 나요
(아! 그리고 가끔 멤버들 모일 때 번번히 빠졌던 건 내가 태지형 코스프레를 했던게 아니고~ㅋㅋ당시 순천에 있어서 그랬답니다^^)
그 답장은 평소에 너무나 좋아하는 시이기도 했고, 활동 중간에 같은 시를 내게 보내준 매니아도 몇 분 계셨어요
딱 1년이 지나는 오늘, 그 글을 형수님들께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음…1년의 끝맺음은
어떤 이 에겐 기다림이 될 것이며, 어떤 이 에겐 기대일 것이며,
그리고 또 어떤 이에겐 홀로 견뎌 내야 할 익숙한 공허함이 되리라 생각해요
다시 시작된 기다림 속에서 권태로운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슬픈 고독감을 모두 잘 이겨 내시길 바랄게요
하지만 우리 버팔로에겐 찜이 있잖아요 열라 찜찌면 되지~ㅋㅋㅋ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길고 긴 길을 걷다가
그때의 잠시 같은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그때 나누었던 아름다운 담소들과 눈물들은
서로의 추억을 빛나게 할 눈부신 열병으로, 후에 더 강렬하게 기억되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나도 언젠가 내 삶을 추억하게 될 때
정말 화려하고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를 멋진 기록으로
남아 주어서 감사하고
태지형님께 그리고 형수님들께 정말 영광 이었다고
꼭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내겐 그 1년이 열병이었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오늘은 정말 태지형님도 많이 보고 싶고
탑형, 준형이형, 현진이형,
그리고 형수님들이 그렇게도 많이 생각나는 날이네요...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 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