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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 다섯살때, 태지가 스물 네살때.
그가 우리에게 썼던 편지.
지금 봐도 우리가 참 가까이 있다고 느낄만큼. 다정한 편지고,
지금 보면 꽤 놀라울만큼 솔직한 편지네.
문득 서랍 정리를 하다가 잊고 있던 오래된 친구의 편지를 찾았던 기분으로.
잊고있던 그의 편지를 우연히 찾아 읽게 되었다.

엊그제 지승호씨의 신해철 인터뷰 책 <쾌변독설>을 다시 읽었다. 
거기에 그런 말이 나온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서, 여자는 결혼 적령기가 되면 기득권을 향해 모든것을 잊고 달려간다"고.
"나 과거에 ○○○ 좋아했었는데, 내가 미쳤었지." 라고 얘기한다고.

이런 편지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태지가 있어서. 난 별로 변한 것 없이 여지껏 이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잘 있었어? 
우선 맨 먼저 너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어.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모든 일이 순탄하게 되지만은 않았잖니.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디디면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마치 자신들의 일인양 절박하게 지키고 지지해 줬던 너희들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가끔씩 누군가가 내게 질문은 던지지."당신에게 팬들은 어떤 존재냐"고. 
그런 난 꼭 이렇게 대답해. "나에게 팬들은 절대적인 존재"라고. 
너희들이 있기에 이 모든 도전과 자유가 가능하다는 걸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는걸 알아줘.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난 사실 너희들한테 약간의 불만도 있어. 공연장엔서 가끔씩 너희들의 행동이 너무 폭발적이고 무질서하게 치닫는 경우가 있잖니. 물론 너희들을 무조건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 아니 오히려 그런 너희들을 난 누구보다 잘 이해해. 아마도 너희들의 내부 어딘가에서 억눌리고 짓밟힌 억압된 부분들이 폭발하는 거겠지. 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참 아름다운 행동이라는걸 아니? 내게는 소리지르는 팬들도 소중하지만 소리지르지 않고 조용히 뒤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팬들도 소중하거든. 
요즘 팬레터를 읽어 보니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고민이라는 친구들이 있더라구. 내가 만점의 답을 줄 수야 없겠지만 오빠 입장에서 형 입장에서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우선 공부가 무조건 하기 싫은 건가 아니면 공부말고 꼭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어서인가를 생각해봐. 
혹 그런 다른 일이 있다면 네가 얼마나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가를 생각해. 만약 그 일이 네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난 그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조건을 내거는 건 여기가 한국이기 때문이야.우리나라가 좀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라면 굳이 목숨을 내걸지 않아도 공부 이외의 다른 선택이 가능하겠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아직 그러지가 못해. 현실을 무시할수 없잖아.그냥 무작정 공부가 하기 싫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마음이 어디서 생겨난건지를 곰곰이 생각해봐. 그리고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지. 
그 경우를 모두 헤아릴수야 없겠지만 혹 부모님과의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난 이런 얘길 해주고 싶어. 오직 대화만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도 누구보다 부모님과 많은 대립을 겪었던 사람이야. 하지만 난 늘 안방에서 부모님과 마주앉아 무릎꿇고 얘기를 나눴지. 그래서 난 결국 부모님을 설득했고 최소한 내 입장을 이해시켜드렸어. 음악한다고 학교를 나올 때도 그렇게 했지. 물론 쉬운일은 아니야. 내가 가출했던것도 그런 이유고... 하지만 담을 싸고 입을 다물고 있어봐야 해결되는 일은 없어. 
우리 부모님들 결국 지금 나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셔.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내 얘기? 난 잘 지내고 있어 가끔은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가 길거리를 활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의 생활도 나쁘진 않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깐. 4장의 앨범을 내면서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돌이켜보면 난 그다지 변한거 같지 않아. 얼굴은 좀 어른스러워졌고 춤도 좀 늘었지? 하지만 키는 안컸고(!) 고집도 그대로고 남이 하는 말에 혹하지 않는점도 그대로야. 
그래서인지 아직 술 못먹는것도 그대로이구... 
사실 연예계에 있으면서 술을 못 먹는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지. 지금까지 나한테 술을 먹이려고 한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말로 하지 어려울 정도야. 그중에 한 사람이었던 현석이나 종서형도 이젠 두손 다 들어서 누가 나한테 술을 권하면'그래봐야 힘드니 포기하라'고 옆에서 충고해 줄 정도가 됐어.크크, 중학교 때 수업시간에 도망쳐서 친구들이랑 소주 반병을 먹은 기억은 있는데... 그즈음에 술 취해서 주정하는 친구를 보고 '난 저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먹은게 지금까지 계속된것 같아. 앗. 내가 술 얘기를 너무 많이 했군. 
하지만 이런 고집 덕분에 난 술뿐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도 변치 않을 수 있었는지 몰라. 한번도 돈이나 명성이나 인기...이런것에 연연해서 살지 않았다고 지금도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할수 있어. 
앞으로도 늘 변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도록 노력할께. ' 너에게'의 가사 기억하니? 바로 그런 순수함 그대로 말이야... 그럼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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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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