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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13

Diary/2010 2010. 9. 13. 11:37
#1. 바쁜일이 많았던 지난 주말.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 때문에 힘이 드는데도, '가르치는 일'은 그렇지가 않다- 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내가 가르치는 일을, 이렇게 좋아하고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겠지. 이것도 운명이지 싶다.
순전히 '돈' 때문에 하고 있는 일이 고달프지 않아, 무겁지 않은 것도 지금 내게는 감사할 일.

"난 가르치는 일이 '적성'인것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라고 누군가에게 말했을 때, 그가 "그것도 괜찮지. 강남에서 족집게 선생님같은거 하면 돈을 잘 벌잖아." 라고 답했다. 
그의 그 말에, 내가 "난 그런건 싫어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공부를 가르치는게 좋아요"라고 말하자 그의 그 표정이란. 어쩌면 이렇게 세상 모르는 소리를 할까, 하는 표정. 
이 나이에, 이렇게 가난하게 살면서, 이렇게 현실감 없는 소리를 해대고 있는 내가, 어리석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게 '나'다. 지승호씨가 얘기했던 '여전함이 주는 위안과 안쓰러움'.



#2. M.
지난 달, 오랜만에 다녀온 집.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 순간- 깨달았다. 내가 집에 잘 가지 않는 수만가지 이유 중의 하나가 무의식으로 밀어넣은 어린시절 기억이 그곳에 가면 자꾸 꺼내지기 때문이라는걸.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익숙한 그 풍경에 나는 숨이 막혀온다는 걸. 나한테 유년시절의 추억같은 건 그 곳에 없다는 걸.
그 모든 기억을 무의식으로 밀어넣어 놓고, 없는 '척', 살아가는 나지만, 그것들을 '無'라고 치부하고 살 수는 없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태지'를 만났고, 내 오랜친구 M을 만났으니까.

M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 아이가 없으면 내 오랜 시간을 함께 해준 단 한명의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 아이가 없어지면 내 십대는 없던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내가 기억하고 살기에는 그 무게감을 감당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사람쯤은 나 대신 내 시간의 단편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이기심. 
내 차갑고, 날 서있고, 외롭고, 아팠던 어린날을 모두 봐주었던 아이. 자주 얼굴을 보거나, 자주 통화하지 않아도 손 내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아이. 나에게 '친구'라는 존재는 한발자국쯤 떨어져, 뭔가 쉽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고 정의내린 건 그 아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른살, 조금은 외로웠던 며칠 전 생일. 나는 M의 메세지를 기다렸다. 
나에게도 넌 정말 감사한 아이야.




#3. 넌 바람을 닮았고, 그래서 가끔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네가 생각난다고.
내가 보낸 그 노래는, '날 닮은 노래'가 아니라 '널 닮은 노래'라고.
들으면서 날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들으면서 네 생각이 났었다고-

언젠가 만나게 되는 날. 이야기 해 줄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 
넌 그게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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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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