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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쓰는 후기.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적의 콘서트. 2009년 GMF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봤으니 (이병우 공연에서 게스트로 나온 그의 모습을 제외하자면) 딱 일년만이다. 
토요일의 신촌 거리는 혼잡하다. 꽉 막힌 신촌거리를 느릿느릿 가는 택시. 마음은 들썩거리고 있는데.

따듯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그는 냉철해보여, 이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을것 같은데. 간만의 단독공연이라 이 사람도 떨렸을까. 리허설이 길어져 공연 오프닝이 늦어졌다. 

샤이니 바지를 입고 왔다며, <보조개> 노래는 본인의 보조개를 보면서 만든거라며, 
농담을 던지는 그. 픽- 웃음이 난다. 그는 달변가다. 난 어릴때 그가 해주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다. 그가 라디오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항상 녹음해서 들었다. 그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할 땐 매일 녹음을 했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다 마법같았다. 저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어릴땐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런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이성과 감성의 두개의 다른 단어가, 그의 노래에서, 그의 어휘에서는 하나의 단어가 된다. 그게 멋지고, 또 부럽다.

새 앨범의 노래들과, 지난 솔로 앨범들, 카니발 앨범의 노래들, 긱스의 노래들, 패닉의 노래들. 
적절히 섞어 불러준다. 
우와- 함께한 시간들이 이렇게 많았고, 내가 그의 노래를 이렇게나 많이 좋아하고 함께 했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시간. 연대 대강당의 사운드는 별로지만 그의 노래와 연주는 그 모든것을 상관없게 만든다.
문득 언제나 그의 공연에 있던 재일이까지도 그리워진다. 그 어눌한 말투.


그렇게 오랜시간 함께 있어줘서, 노래불러줘서, 음악을 만들어줘서, 공연을 해줘서, 신나게 해줘서
나는 그저 고마울 뿐인데.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그가 한다. 최고라고 엄지손가락도 몇번이고 들어준다.


<팬>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했던 주말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정의하자면 팬이란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나에게 이적의 음악과 이야기들은 지난날 아름다운 진통제였고, 그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시기에 그 사람만이 해 줄 수 있는것들. 빚진 마음은 나에게 있는데, 공연장에서 나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는건 '그'였다. 
그렇게 그 사람과 내가, 우리가 함께 나눈 것들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좋을까.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이란 세 단어에 집어넣기엔 그 의미가 너무 큰데. '팬'이란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소중히 해주는 그에게 또 문득 고마움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그런 교감이 가능했던 시간.
언제까지고 우리 시대의 뮤지션이 그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주고,
그렇게 좋은 사이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 교감을 나누면서, 그렇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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