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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네이버캐스트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녀에 대하여>를 연재해주고 있다.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천천히 읽고 있는 중에, 문득 <키친>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문득 생각나버린,
정말 좋은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애처롭게 숨쉰다.
- 이 구절 때문에.
요시모토 바나나.
나는 그녀의 책을 정말로 사랑한다.
제일 좋아하는 책 몇개를 꼽으라면 거기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암리타>가 들어간다.
그녀의 책은 거의 다 사서 모았다.
그녀의 책들은 대부분 죽음, 가족, 상실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어둡고, 절망으로 치닫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바나나 책의 가족들은 대부분 불완전하고, 피가 섞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이기도 한 '양성성'도 있고,
이모가 언니이기도 하다.
<암리타>에 나왔던것처럼.
생활하는 데 핏줄 따위는 하등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
같은 집에 오래도록 함께 있지 않으면, 설령 같은 핏줄이라도 그리운 풍경의 하나로 멀어져간다.
<슬픈예감>에서 야요이의 부모가 죽었고,
미혼모 엄마와 살던 <데이지의 인생>의 데이지 역시, 엄마와 친구 '달리아'가 죽었으며,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미쓰코의 엄마도 죽었던것처럼
<키친>의 미카게와 다나베 또한 주변이 온통 죽음의 빛이다.
읽는내내 그들의 눈물에 마음 저릿해오지만, 천천히, 그 상처의 가장 가운데서, 그들은 일어난다.
아슬아슬 위태로운 그들의 깊은 상처는 교감으로 치유된다. 그녀 소설 특유의 <영적인 힘>으로.
그렇게 읽으면서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치유된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소설을 좋아한다.
세계는 딱히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나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다른 일에는 대범하게, 되는 대로 명랑하게 지내는 편이 좋다, 고. ......그래서 여자가 되었고, 지금에 이르렀어.
그 무렵 나는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즐거움이란 그런 것인가> 하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토악질이라도 날 것처럼 잘 안다. 왜 사람은 이렇듯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버러지처럼 짓뭉개져도, 밥을 지어먹고 잠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간다. 그런데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도 밤은 어둡고 숨은 답답하다. 각자 끝없이 헤매이는 무거운 잠 때문에 싸우는 밤.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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