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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중혁 - <요요>

Book- 2013. 1. 23. 23:06


요요(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2012)

저자
김중혁 지음
출판사
문학의숲 | 2012-10-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김중혁의 "요요". 독특한 발상과 ...
가격비교


차선재는 장수영이 걸어가는 모습을 한참 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다. 쌓여 있는 말이 많아서 그걸 꺼내 놓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못 했던 말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하지 못한 말이 더 쌓이고 말았다. 높이 쌓아 올린 책 더미에서 밑바닥과 가운데 책을 꺼내기 힘들듯 오래전 얘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얘기들을 꺼내려면 한 줄로 쌓인 모든 얘기를 허물거나 위에 쌓인 이야기를 전부 걷어 내야 한다.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남아있을까. 그 이야기들을 꺼낼 만한 시간이 다시 올까.


멀리 있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할말은 쌓여있지만 아무말도 시작할 수 없는 그런 먹먹함은

높이 쌓아 올린 책 더미에서 책을 빼내면서, 쌓여있는 책들이 우르르 무너질까 두려운, 그런 마음 같은 거였구나.

-그 이야기들을 꺼낼 만한 시간이 다시 올까.

어제 이 소설을 다시 읽는데, 괜시리 이 문장에 마음이 애달프다.


김중혁 작가님의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엿볼 수 있던, 소설 <요요>



네가 만들어준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시침과 분침이 겹쳤다가 떨어지는 순간, 그건 멀어지는 걸까, 아니면 다시 가까워지고 있는 중인 걸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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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감독 스티븐 달드리 (2008 / 독일,미국)
출연 케이트 윈슬렛,데이빗 크로스,랄프 파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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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카테고리를 어디로 지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생각들이라 다이어리에 넣을 수도 있고,
<대책없이 해피 엔딩>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고 느낀 점들이라 책 카테고리에 넣을 수도 있으며,
영화 얘기니까 영화 카테고리에 넣어도 괜찮겠다.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더듬더듬 지난 날들 봤던 영화들의 기억들을 되새겨가며 읽다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무심히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진짜 내가 이전에 봤던 그 영화가 맞나 싶을 만큼,
한나의 복잡미묘한 그 심정이 고스란히 새롭게 느껴졌다. 마음이 애잔해졌다.
이전엔 이런 마음을 분명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변화는 무엇일까.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가.


한나가 출옥하기 전, 마이클을 만나는 장면-
김연수씨가 "한나가 그 기억들이 실제로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났던 일들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느꼈다고 했는데, 난 좀 비슷하게 다른 느낌을 받았던 건,
한나의 감옥에서의 시간의 속도와, 마이클이 밖에서 느꼈던 시간의 속도는 분명 달랐을 거란 것이었다.
매일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혹은 만나는 사람이 없었을것이고),
새로운 사건 없이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비슷 비슷하게 살았을 한나의 시계는 아주 천천히 흘러갔을 테고,
그래서 그녀는 여전히 오래전 마이클을 대하던 그 시간에서 그렇게 많이 떨어져있지 않았을 것이었고,
마이클의 시계는 매일 매일 새로운 일상을 마주 하면서 빠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공간에 서 있었지만 다른 시간 속에 서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서로 마주본, 그 짧은 순간 깨달았을 한나의 처연한 마음 같은 것.
난 그런게 느껴져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다른 시계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제각기 다르지 않던가.
그래서 오래 전 헤어진 누군가와 다시 마주본 어느 순간에도 그 때와 같은 감정으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우린 모두 다른 시계로 다른 시간속에 살고 있으니까.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
오래전 것들에게 갖는 아련한 마음들은 그런 것에서 오는걸까.
기억은 천천히 오고 있는데 우리의 시계는 너무 빨라서.
그리워하고 있지만 다른 시간속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것들이 안타까우면서도,
미련을 갖고 아련해 하고, 추억에 잠겨있기에는 시계가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가면서
같은 흐름을 가지는 이들이 더 소중해 진다.
흐름이 같기란,
같은 frequency를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더 잘 알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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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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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중혁 (문학과지성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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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과 그대로 이어지는 듯 한,
정말 모르고 접해도 김중혁인지 알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책.

라디오나 지도, 타자기, 자전거와 같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아. 이 사람은 무슨 백과사전인건가." 싶을만큼
정확하고 심도있게,짧고도 밀도 있게 묘사하여
상상력 넘치면서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김중혁만의 독특한 단편이 완성된다.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  내용 곳곳 음악을 숨겨놓는다.
<무용지물 박물관>에서는 비틀즈의 음악이,
<펭귄뉴스>에서는 RATM의 음악이.

그래서 나는 그의 책이 좋다.
<좀비들>을 이제 읽으려고 하는데, 부디 단편만큼 장편도 재미있길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볼까 한다.


사진은 사람뿐 아니라 시간을 붙들기도 한다. 아니, 시간을 붙들 수는 없다. 시간을 붙들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시간은 계속 앞으로 가고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멈춘다. 사진은 그렇게 시간과의 달리기에서 계속 뒤쳐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p.70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



어머니는 무덤도 싫고 납골묘도 싫다셨다. 그냥 어디에라도 뿌려 달라고 하셨다. 뭐라도 이 세상에 흔적이 남는게 싫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버려지는게 싫었을지도 모른다. 어딘가 자리를 틀어잡고 앉아 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는게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존재가 없으면 버림받을 일도 없다. 어머니는 이제 강물과 레이스를 펼치고 계실 것이다. p.76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았던 어머니의 실체가 갑자기 생생해졌다. 어머니의 살가죽을 닮은 표면을 만지고서야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스스로 한심했다. 어째서 기억이란 것은 매개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온전하게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는 것일까. p.78

오차와 오류는 어디에나 있다. 지도에도 있고, 자동차에도 있고, 사전에도 있고, 전화기에도 있고, 우리에게도 있다. 없다면 그건, 뭐랄까,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다. p.80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어떤 때는 공간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많은게 바뀌는 법이란다. 네가 할 일은 거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 것 뿐이야.

난 여기에서 에스키모를 연구한 다음 많은 걸 깨달았다.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란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보이고 보이지 않고는 중요한게 아니야. 모든 연필들은 만들어질 때부터 운명이 결정돼 있어. 나무결에 이미 연필의 운명이 숨어 있단 말이야. 물론 그 결을 제대로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야. 
<바나나 주식회사>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비트 역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치욕적인 일이죠. 저는 앞으로 점점 더 슬퍼질 것이며 심장의 움직임 역시 밋밋한 중얼거림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비트가 펭귄뉴스 박물관의 귀퉁이를 조금씩 흔들어줄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녀의 기억이 비트로 바뀌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쿵쾅거릴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입니다.
만약 펭귄뉴스가 없어진다 해도 나의 아름다웠던, 한때의 비트는 영원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가슴이 따끈하게 데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펭귄뉴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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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도서관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중혁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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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나누지 않더라도, 어떤 이름 하나만으로 서로 달랐던 공간과 시간이 하나로 합쳐지는 경험. 지난달에 있던 이적의 공연을 함께 보고, 우리는 맥주를 한잔씩 마셨고, 그렇게 앉아 우리는 '패닉'과 '이적'을 좋아했던 서로 다른 경험을 꺼내놓았다.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를 모르는 채 오랜시간 살아왔지만, '이적'이라는 음악인의 이름만으로 접점이 만들어지는, 그래서 마치 함께 있었던 것 처럼 느껴졌던 시간.

얼마전 '유희열'이라는 사람을 주제로 우리는 같고도 다른, 다르고도 같은 이야기를 썼고, 나는 '악기들의 도서관' 중의 <나와 B>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음악 이야기를 했다.
A부터 Z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쉴새없이 내뱉었다. 때로는 완벽한 문장을 말하는 것보다 어떤 이름이나 어떤 단어가 어떤 고유명사를 얘기할 때 이야기가 더 잘 통하는 법이다. 그때가 그랬다. 그저 누군가의 이름을 대기만 했는데도 10년을 알아온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마치 핵 융합같은 것이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시간 만에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악기들의 도서관> p.191 -나와 B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읽었다.
김중혁의 표현들은 청각과 시각과 때로는 후각과, 통각까지 그 모든것을 아우르고 있어서 좋다.
때로는 그의 문장에서 향기가 나는것도 같고, 때로는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고, 때로는 손에 잡힐듯 하기도 하다.


이적의 공연을 본 날,
친구들과 '가사'에 대하여 이야기 했고,
정말 좋은 가사는 마음에 울림을 남기지만, 
때론 '가사'가 음악을 듣는데에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그날 밤의 이야기가  <나와 B>이야기의 어느 한 부분과 또 닿아있어,

나는 이 책이 더욱 좋아졌다.
"어쿠스틱 기타는 사람의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요. 
사람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 소리를 최대한 줄여놓은 거죠. 
밥 딜런 선생님께서 전기 기타를 들고 나타난 건 자신의 목소리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가 되려면 전체 음악에 묻혀야 된다고 생각한 거에요. 그래서 전기기타가 필요했던 거에요. 실제로 관객들이 야유를 퍼부었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예요. 작전이 제대로 들어맞은 거죠. 
의미보다는 음악이 중요해요. 밥 딜런 선생님께서는 무의미의 음악을 창조하셨어요. 음악에서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사 같은건 들리든 말든 상관없어요."

p.193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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