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정말 좋아하던 만화 중에 <미스터리 극장, 에지> 라는 일본 만화가 있었다.
원본 제목은 아마 <사이코메트리, 에지>일거다.
'사이코메트리'란 물건이나 장소에 남아있는 잔상이나 사람들의 잔류 사념들을 읽어내는 심령술의 일종인데, 고등학생인 '에지'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고, 어느 여자 형사와 함께 그 능력을 이용하여 사건을 풀어나가는 내용이다.
2009년의 나와 2010년의 내가 명확히 달라진 한 가지를 꼽자면 그건 내가 '지승호'라는 사람을 알았다는 데에 있다.
'알았다'는 건 단순히 knowing의 개념이 아니라 'conscious'했다고 해야하나.
지승호씨 책은 '신해철의 쾌변독설'이나, 공지영씨와의 '괜찮다, 다 괜찮다' 같은 책을 읽어봤었지만. 난 '지승호가 인터뷰 하는 사람'은 보여도 '인터뷰하는 지승호'는 보이지가 않았다.
우연히 효은이 덕분에 지승호씨 까페 모임을 알게 되고, 사실 그게 계기가 되어 지난 두 달간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분이 인터뷰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정도 out-of-date되어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읽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았다. 그렇게 알게된 사람들의 또 다른 책까지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아프기도 했고, 따끔하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결국 그걸 계기로 김규항씨를 알고, 예수전을 읽고, <고래가 그랬어>를 후원하는 고래 이모도 되고, 지승호씨 까페 모임까지도 다녀오게 되었다.
지승호씨 책을 두 달 사이에 열권쯤 읽다보니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참 안쓰러워졌다.
사이코메트리를 하다가 다른이의 감정과 생각들이 너무 많이 읽히게 되어 지쳐있던 '에지'의 모습이 그려진 그 만화책이 떠오른건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 사람이 참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즈음에 까페에 지승호씨가 '인터뷰란 만만치 않은 노가다인 동시에 여러가지 의미에서 상당한 감정의 소모를 요하는 감정 노동'이라 지친다고 써놓으신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이코메트리 에지의 이야기 완결이 잘 생각 안나지만, 어쨌든 에지는 사람의 생각을, 마음을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한다. <미스테리 극장, 에지>의 이야기가 비록 허구 말 안되는 만화 일지라도, 현실에서는 나같이 '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승호씨가 계속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내는 인터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p.s. 이 포스팅을 통해 장횬젠에게 심심한 감사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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