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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 유희열.

Music-/musician 2010. 11. 24. 13:09


한국을 떠나기 전, 몇가지 챙겨가진 않았지만 그들 중 토이의 CD가 있었고, 
가끔씩 꺼내어 듣는다고. 그럼 함께 봤던 그 토이 공연의 감동이 늘 떠오르곤 한다고.
많은걸 점점 잊고 살게 되지만 그런것들은 여전히 기억난다고.
 - 지난 겨울. 멀리 떠난 친구가 보내온 이메일에 써있던 그 말.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봤던 2008년 토이 공연.
 
 - 언젠가 내가 '오빤 정말 좋은 사람이야' 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좋은 사람>을 들을 때마다 내 생각이 났다던 남자친구.

 - 좋아했던 사람과 헤어지며 들었던 <소박했던, 행복했던>.

 - 토이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 동동 굴렀던 2001년 그 <여름날>.

 - 스무살, 감수성 예민한 남자친구를 만나, 어쩜 넌 다른 남자애들과 다르게 이런 음악을 좋아할 수 있냐고 좋아했던. 그래서 이어폰을 나눠끼고 함께 들었던 토이 3집.

 - 촌스럽다고 킥킥대고, 그래도 몇번이나 플레이해서 봤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의 뮤직비디오.

 - 우리 나중에 꼭 토이 공연 함께 가자고. 우리 서로, 음악을 영원히 좋아하는 어른이 되자고 약속했던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그 애들과 함께 나눠 읽었던. <익숙한 그 집앞>

 - 언제나 라디오 앞에 앉아 그의 이야기에 울고 웃은 고등학생 나. 라디오 키드.


각기 다른 필름을 꺼내어 영사기에 넣으면
다른 영화들이 상영되듯.

그의 음악 한곡 한곡에 내 지난 청춘의 나날들이 빛바랜 필름이 되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음악을 플레이 할 때마다. 내 10대와 20대의 지난 날들이 함께 떠오르는.
내 인생의 필름같은 그런 사람. 그런 음악.


11년전 수능이 끝나고, 그간 듣지 못한 라디오를 켰을 때,
그가 언제나있던 그 곳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확인했던 그 순간.
울컥 눈물이 솟아올랐던 잊을 수 없던 그 순간.

지친 퇴근길.
아무렇지 않게 켠 MP3 라디오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따듯한 시그널에 얹어져
내 마음을 울리고 있는 11년이 흐른 뒤의 지금의 나.


언제나 같은 목소리.
같은 곳에 있을것만 같은.
그래서 '내 마음이 돌아갈 한군데' 쯤은. 
여기, 라디오 천국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

유희열.

고마운 사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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