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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의 음악은 나에게 겨울을 떠오르게 한다.
쓸쓸하고, 아무도 없는 얼어붙은 호수. 그 옆에 서 있는 눈 덮인 이국적인 나무들.
그렇게 떠오르는 장면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스팅의 앨범 <If on a winter's night>의 자켓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눈이 펑펑 내리던 11일. 스팅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운치를 느끼기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왔지만.
그래도 어쩐지 잘 어울려 좋았다.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를 오프닝으로, 폭설로 입장이 늦어져 조금 지연된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곡이 <Live in Berlin>앨범과 같기에 비슷한 셋리스트로 공연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Live in Berlin>공연 실황 앨범과, <Symphonicities>앨범의 곡들과 새로이 심포니 편곡이 된 곡들을 적절히 섞어 들려준다.

코리아 심포니가 오케스트라를 맡아 <symphonicity>공연 주제에 맞게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기존의 스팅의 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가 늘 떠올리던 그런 차갑고, 외롭고, 쓸쓸한 겨울의 이미지가 아니라,
더 따듯하고, 풍성하다. 그 선율에 그의 목소리가 얹어지는데 그건 마치 출렁이는 바다의 파도를 타고 오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Englishman in New York'과 'Roxanne', 'Shape of my heart'과 같은 익히 많이 알려진 곡들을 부를 때는
객석의 관객들까지도 출렁이는 그 파도에 몸을 맡긴 듯 보여졌다. 아니, 그 수많은 관객들이 곡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 또 하나의 파동을 만들어 내어 더 크게 일어나는 듯 보여졌다.

15분간의 intermission이 지나고 2부가 시작되었는데
2부는 1부와 느낌이 다르다. 그 파도들은 사라졌다. 
그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가, 기타 소리가- 아무 매개 없이 내 귀에, 내 심장에 꽂힌다.

-한편의 오페라를 떠오르게 하는 'Mad about you', 'Moon over Bourbon street'
-영화 주제가 같은 'Tomorrow We'll See'
-전주부터 모두가 즐거워하며 함께 불렀던 'Every breath you take'


그 아름다움에, 완벽함에 나는 눈물이 나 버렸다.
왜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접하게 되면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걸까.
그의 노래와 공연들은 분명 오랜 시간동안 다듬어진 것들이었고, 
그 '시간'이 주는 것들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그것들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예순이 넘었음에도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예순이 넘은 나이까지 노력했기 때문에만' 만들어지는 그런 공연이었던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분명히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영역에 그가 있었다.
그의 공연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공연들의 스펙트럼 밖에, 그가 있었다.
새로운 spectrum을 detect하는 그 벅차오름이란.
이 공연으로 나는, 내 안의 어느 부분이 더 넓어졌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붉은 실크 셔츠를 입고,
하모니카를 불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율동까지 보여준
자유롭고, 아름답고 완벽한 뮤지션의 공연이.
올해 내 첫번째 공연 관람이었다.


Sting - Every breath you take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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