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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오빠 말대로,
어쩌다 보니 난 그의 '혼자 하는 공연'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오늘, 홍대앞 상상공장에서 있던 다락방 콘서트 역시도.

후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그가 스무명 남짓한 관객을 위해 준비해왔던 귤을, 가방에 싸왔던게 불현듯 생각이 났다.
책상 앞에 앉아 귤을 까니,
풍기는 귤 향기가 오늘같은 차가운 무채색의 겨울날을 노랗게 물들여 주는 기분이 든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의 음악과 그의 미소가 슬며시 마음에 물들어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것처럼.

1집의 곡들과, 2집의 곡들을 불러주며
도란도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달변가는 아닌데, 세련된 말투를 쓰는것도 아닌데.
그의 이야기들이 재밌고 좋다. 진실하니까.
달변가였다면, 세련된 말투를 썼다면, 아주 유머감각이 뛰어났다면
나는 그의 말을 절반쯤만 믿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진짜로 편안해진 마음이었다.
꼭 내가 그에게 위로를 받아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되지도 않았고.
그와 함께 있는 그 공간속의 시간이- 시계로 잴 수 없는 그런 시간 같았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생각나는 노래를 또 부르고, 시를 읽어주고. 인터뷰를 하고.
짜여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어떻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자유로운 그런 시간속의 공간. 어쩌면 '꽃순이'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공간.

공연이 있기 얼마 전, 그에게 신청곡을 request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Beatles를 부르면 어떨까.
-그가 Demian Rice를 부르면 어떨까.
-그가 Denison Witmer를부르면 어떨까.

등등. 생각하고, 상상한게 많았는데-
문득 故김광석씨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떠올랐다.
그가 부르는 그 노래는 어떨까. 얼마나 잘 어울리고 그러면서 따듯하고 특색있을까.

그렇게 request한 노래를 불러준, 고마운 그.
내가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멋졌다.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 같은. 고인이 된 분들을 뛰어넘고 싶다고.
그들을 뛰어넘으려면 죽기전엔 힘들거라며 농담처럼 말하는 그.
무대에서 늘 웃고 있어 잘 보이지 않던, 그의 음악에 대한 고뇌같은걸 슬쩍 훔쳐봤다고 해도 되려나.

다음엔 합주하는 공연에서의 그를 봐야겠다.


아- 내 기타 실력은 언제 늘지?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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