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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끔우두커니가된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천양희 (창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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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의 목록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목포댁 재봉틀 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로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지고 고전 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 상영관 아카데미 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오늘의
뒤켠으로 사라진 것들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런데 왜 옛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일까 어느
 끈이 그렇게 길까 우린 언제를 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지 잠시 백기를 드는 기분으로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네 내가 나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을 것이네

지난 다락방 공연에서 (홍대 책읽남ㅋ) 기혁오빠가 읽어준 이 <사라진 것들의 목록> 때문에 간만에 북콘서트 나들이.
나 혼자만 우두커니 서 있고, 모든 것이 -하이미스터메모리의 Fades away의 그 노래처럼-
잔잔하게 사라져가고 있는 걸까.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어도, 변화되는 세월을 감당할 수 없대도, 그래도.
기억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마음에 묻어둘 수 있다면 좋을텐데.
시간 속에 묻혀 나는 기억조차도 점점 지워간다.

그래서 천양희님의 시가 좋았다.
나 혼자만 우두커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가끔은 우두커니 있다고. 말해주고 있어서.

사라져 가는 것들 중에 가장 아쉬운 것. 사라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기혁오빠는 어린시절의 마음- 이라고 했다.
괜시리 뭉클한 마음. 어린시절의 마음 같은것. 나한테도 아직 남아있던가. 기억할 수나 있나.
역시 이 사람은- 참 멋있는 사람.

밥값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정호승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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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플라워'라는 밴드의 음악을 감상하고 이어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의 정호승 님과 민영기라는 뮤지컬 배우가 나왔다.

정호승님의 따듯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
인간의 삶 속에서 시를 발견하여 '시'라는 형태의 그릇에 담겨지는 것이라고, 
삶의 구체 속에서 꽃 피우게 되는 것이라고.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통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해 나아가는,
비극에서 발화되는 것이 시라고-
북 콘서트가 끝나고 그 분께 받은 책 앞장 사인에는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라고 쓰여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정호승 님의 시집을 펼쳐 읽는데 이 책에도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시가 나왔다.

천양희님의 시에, 옛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라했다.
내 지나온 날들이 어떻게 어디로 스며들었는지 일일이 알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시간에 스며들더라도 아름답게 스며들고 싶다.

올해는 시를 좀 읽어야겠다.
1월, 올해 첫 북콘서트의 시간들이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스며들 수 있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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