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지 데뷔 21주년. 아카이브에서 다음 주 까지 전시회도 하고.
전시회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일정 맞춰서 서울 가는 기차표도 끊어놨는데.
어느 날 잠이 오지 않던 새벽, '내가 그걸 봐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의 추억을 모두 간직하고 살기 위해, 그 때 그 시절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
그가 없으면 버티지 못했을 나날들이었기에. 그와 함께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기억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하며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주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오후, 서랍 정리를 하다가 10대 때 썼던 일기장을 펴 보았다.
가끔 펼쳐보았던 일기장이었는데, 몇 개의 메모지가 뒤에 따로 끼워져있는걸 오늘에서야 찾아냈다. 읽어보니 새롭네.
고등학교 수학 여행 때, 경주, 포항을 경유해 통도사를 갔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되었다. 지난 주 통도사에 다녀온게 내 생애 첫 방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 메모지들 틈새에서 내가 나에게 썼던 편지를 발견.
99년 12월을 통과하며, 음악도시에서 희열옹이 "내 안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에게 편지를 쓰라"는 미션을 주었던 듯.
재밌고, 새롭고, 난 별로 변하지 않고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 땐 순진하고 시간이 많았었네. 그런걸 시킨다고 하다니. 엥)
읽다보니 재밌어서 옮겨 적어본다. 스물 아홉에도 그런 편지 한번 남겨볼걸- 하는 아쉬움과 여전히 이 편지대로 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