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저자
김동영 지음
출판사
| 2013-11-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의 저자...
가격비교


세번째 읽는 생선의 책은 소설이었다. 

책 때문에 힘들어 하는 글을 몇번 트위터에서 봤는데, 그게 소설이었구나. 조금 놀랍기도 했다. 그가 소설을 쓰다니.

두번째로 샀던 생선의 <나만 위로할 것>을 먼저 읽고, 그리고 바로 이 소설을 이어서 읽었다.


내가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서른에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던 그의 여행 에세이를 읽었더랬다.

외로움과 침묵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여행.  지나가는 계절 속을 통과하는 여행. 내 안에 꾹꾹 담아서 토해내지 못하는 말들을 쏟아내는 여행.

꿈꿨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서른 셋에 펴들은 <나만 위로할 것>은 그가 서른셋에 아이슬란드로 떠났던 여행기더라. 

우습고 별것 아닌 일이지만, 또 조금 신기하기도한 우연.


그러고 바로 이어 읽은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는 어딘가 <나만 위로할 것>과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아이슬란드에서 만났었다는, 그에게 담배를 빌렸던 열일곱 두 소녀들 얘기가 모티브가 되어 시작된걸까. 

오래전 미국여행을 하며 '왼팔을 씹어 먹고 싶을만큼 외로웠던-' 과 같은 문장은, 실제로 생선이 썼던 문장들이기도 했고, 남자 주인공의 배경 또한 그와 닮아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80%는 소설이지만 20%쯤은 그의 에세이같기도 했다.


"선사시대 인류의 유골을 조사해보면 태반이 살해당한 것이라 한다. 두개골에 구멍이 뚫려 있거나 뼈가 예리한 것으로 잘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연사는 드물었다. 치매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남기도 어려웠을 테지.나는 선사시대에 속한 인간인데 엉뚱한 세상에 떨어져, 거기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그 벌로 치매에 걸린 것이다."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이 소설을 읽고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우린 이제 '너무 오래 살기 때문에 생기는 병'에 걸린다. 

세상은, 과학은, 끊임없이 불로 장생의 세계를, 그리고 '신의 영역'을 향해 달린다. 존 그레이의 말처럼 과학은 이 모든걸 다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사람들에게 품게 한다. 

과연 우리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늙지 않는 외모를 갖게 된다면, 지금보다도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면,

 그 때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 

'자연스러움'을 거스를 수 있는 의지는 우리에게 얼마만큼이나 있을까.

그 모든것이 다 통제 될 수 있는 세상은 과연 천국일까, 지옥일까.


지금의 내 대답과 10년 후, 20년 후의 내 대답은 아마 달라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아직, 죽는 것보단 사는게 더 두렵다. 제대로 살아내지 못할까봐 무섭다. 


Kurt Cobain의 천천히 소멸되는 것보단 한번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고 했던 말 때문인가.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의 음악을 들었기 때문인가. 

책을 덮고 유난히 Kurt가 그리워져 오후 내내 Nirvana의 음악을 들었다. 그가 그 말을 남기고 떠났을 땐, 그게 그저 멋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젠 난 그 때 그렇게 떠나버린 Kurt Cobain보다 더 나이들었으며 결코 그게 '멋있기만 한 문제'만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커트 코베인과 헤밍웨이는 스스로 머리통을 날렸고,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기타리스트는 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랬다. 많은 뮤지션들과 작가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세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내게는 그들의 음악과 문장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들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누르고 있었다. 그 음악들과 책들에 열광했을 때 나는 젊었다. 그리고 그것들 위에 내 기억들을 쌓아올렸다. 젊음의 힘으로 더 많은 음악과 더 많은 문장들을 구걸했다. 그것이 노인이 된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p.57






Posted by [TK]시월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