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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13

Diary/2010 2010. 6. 14. 00:33




나는 다 말했잖아요.
그 많은 밤들 동안 노래를 불러주었잖아요. 말로 하기 쑥스러워 노래로 대신했을 뿐이잖아요.
당신의 귀에 대고 부르는 건 부끄러워 다른 방법을 택했을 뿐이잖아요.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면 새들이 노래했잖아요.
당신이 길을 걸을 때면 바람이 노래했잖아요.
늦은 밤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그 골목 길, 당신의 발길에 차이는 낙엽들이
아스팔트에 마른 몸 부대끼면서 애틋하게 애절하게 노래불렀잖아요.
당신은 마음이나 머릿속에 하나의 노래가 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당황했지만,
노래를 심은 사람이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나는 다 말했잖아요.
나의 마음에 당신이 살고 있었고 살아 있고 영원히 살 거라고 고백했잖아요.
당신의 손을 잡고 꼭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세상은 아름답다고 그랬잖아요. 달이 환하다고 그랬잖아요.
바다가 깊다고 그랬잖아요. 꿈속에서 종종 당신을 만난다고 그랬잖아요. 꿈에서 깨어나면 아프다고 그랬잖아요.
눈물이 많아졌다고 그랬잖아요. 어지럽다고 그랬잖아요.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달의 환함과 바다의 깊이를 알게 하는 이,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꿈을 꾸게 하고 울게 하는 이,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나를 어지럽게 만드는 이,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알잖아요.
나에게는 못다 한 말이 없어요.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뿐. 당신이 듣지 않았을 뿐.
당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
그래도 괜찮아요. 난 그냥 당신이 환하게 웃는 얼굴 앞에서 아프게 행복해요.
그 한 순간을 위해 길고 힘든 시간을 통과해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세요. 내가 보내는 꽃의 향기를 맡고, 내가 전하는 노래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사랑해주세요.


우리 그렇게 긴 세월동안 함께 걸어왔잖아요.
가장 초라하고, 쓸쓸한 날에도 온기를 나누며 버텼잖아요.
그래요, 이제 아시겠어요?
당신의 곁에서 당신의 긴 밤을 지키는 사람,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반짝 반짝 빛을 내며 이 길을 이끄는 이,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황경신, 언젠가의 Paper에 실렸던 글->


 



달의 환함과.
바다의 깊이를 알게 하는 이.
꿈을 꾸게 하고 울게 하는 이.
나를 어지럽게 만드는 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이 길을 이끄는 이.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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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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