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목마른 젊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
찾고 헤매고 또 헤매이고
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누구나 보균하고 있는
사랑이란 병은 밤에 더욱 심하다.
마땅한 치유법이 없는 그 병의 증세는
지독한 그리움이다.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사랑,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찌 그대가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랴
길이 있었다. 늘 혼자서
가야하는 길이었기에 쓸쓸했다.
길이 있었다. 늘 흔들리며
가야하는 길이었기에 눈물겨웠다.
이정하 <흔들리며 사랑하며>
십대 중반에 읽었던 이 시를.
난 누구의 시인지, 제목이 무언지도 모르고 외우게 되었는데,
좀 우습게도, 그렇게 외웠던 이 시구(詩句) 덕분에, 나는 다 커 버리고 나서도 가끔씩
나의 비어있는 손을 바라보면서, '부끄러워하지 말자.' '안타까워하지 말자'하고 되뇌이곤 했었다.
어쩌면 나는 이제 내 손이 비어있으면 안될 나이가 되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문득 이 시가 생각나서,
이제야 이 시의 제목이 무엇인지, 작가가 누구였는지 찾아 원문을 적어본다.
내 말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던 그 친구가 또 문득 그리워,
행과 행 사이에 무한한 의미를 담은 짧은 편지 한통을 쓰고,
부칠까 말까를 고민하는.
그런.
흔들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