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자가 그랬지.
여행에서 돌아와 현관문에 열쇠를 꽂는 순간부터 한숨이 난다고.
스물 네 살부터 정식으로 독립해 나와 살면서 짧게는 1년, 길어봐야 2년씩 거처를 옮기며 살았다.
내 몸 하나 쉴 수 있는 그 작은 집들에, 늘 정 붙이며 살았으니
때론 내가 달팽이나 거북이 같기도 했고
신림동 달동네 언덕배기로 귀가할 땐,
동굴 속에 숨어드는 상처입은 동물처럼 느껴진 때도 있었다.
일주일짜리 여행을 마치고,
라오스의 가로등없는 어둑한 밤 거리가 편안했던건
2년 반째 되어가는 이 시골 생활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가는 그 밤길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그 순간이,
그래서 온전히 다시 혼자가 되어 누워있던 그 순간이,
나는 참 좋았다.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것이라던 괴테의 말이 언제나 맞는건 아닐테지.
여행을 다녀와서 나를 무겁게 누르던 하나의 그리움이 사라졌고,
또 다른 하나의 집착이 사라져있음을 깨달았다.
누구 말대로 메콩강에 다 버리고 왔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들의 삶과 생활, 그리고 그곳의 많은 여행자들과 섞이고 녹아드는 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온전히 내가 나에게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
더 넓어진 여행의 스펙트럼.
점점 좁아지는 스스로가, 낯섦의 부재가 괴로웠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조금 뭔가 답을 찾은 기분이다.
어쨌든 다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