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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연은 여백이 많아, 내가 채우는 즐거움이 있고, 어떤 공연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들어차있어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릿속을 비워내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번 스매싱 펌킨스의 내한 공연은 후자였다. 모든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있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사운드 속에서.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음악에 온 몸을 맡기고 뛰었다.

몸이 좀 아파서 공연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좌석으로 바꿔야하나- 싶은 생각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오프닝 게스트도 없이. 곧바로 시작된 공연의 첫곡은 'Today'였다.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이 첫 곡부터 열광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Today'라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Siamese Dream> 앨범은 너무나도 좋아하는 앨범이 아닌가. 
이번 공연의 주최자인 액세스가 트윗에서 설문조사한 스매싱 펌킨스가 불러줬으면 하는 노래 1위 곡도 <Siamese Dream>의 앨범에 들어있던 'Mayonaise' 였는데. (이건 불러주진 않았지만.)

신곡과 추억 가득한 옛 앨범 노래들을 적절히 섞어서 불러줬다.
진중하고, 사뭇 얌전(?)해진 빌리 코건이. 
내 사춘기 시절, 어린날들. 열광하고 좋아했던 그가. 
내 눈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내 눈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다니.
그저 꿈만 같다.

Perfect, With Every Light 등등은 어쿠스틱 연주와 하모니카를 불며 불러줬는데,
With Every Light 에서 가사를 잊어버린 빌리 코건이 애교를 부린다. 
그 애교 덕분에 난 'With Every Light'을 다시 들을 때마다 자꾸만 웃음이 난다.
공연장에서 내가 좋아하고 열광했던 뮤지션을 만나는 재미중의 하나는 이런 부분도 있다.
세계 최고의 공연을 하고, 전 세계를 돌며 카리스마 넘치는 기타 연주를 하는 빌리에게도, 인간적인 부분이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모습조차도 '팬들'과 함께라면 기꺼이 즐겁게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앨범의 'Zero'와 'Tonight, Tonight'을 부를 때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한시간 반, 짧은 공연, 'Tonight, Tonight',그 곡이 오늘 무대의 마지막 곡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
'Freak'와 'Gossamer'에서의 빌리의 기타 연주는 정신을 놓아버리게 만들 만큼이었다.

90년대, 내가 10대시절, 스매싱 펌킨스에 빠져있을 때에는 물론 D'arcy가 베이스를 쳤고, James Iha가 기타를 쳤고, Jimmy Chamberlin이 드럼을 쳤었다. 누군가는 "D'Arcy와 Iha가 없는 스매싱펌킨스는 스매싱펌킨스가 아니다" 라고도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하지만 내가 공연장에서 들었던 그 연주가, 그 때 그 연주자와 같은 사람의 연주가 아니라고 해서.
내가 들었던 그 음악이 그 때 그 음악이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여전히 그 중심에는 빌리 코건이 있고. 스매싱 펌킨스의 색을 만들고. 지금의 연주자들이 그때 그들과는 또 다른 연주를 보여줌으로써 그때의 그 음악을 완성한다.

모든게 완벽한 공연이었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그 카타르시스의 여운을 느껴도 좋을.


The Smashing pumpkins - Perfect & With Every Light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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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부터 전미투어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맞나?)
암튼 최근 공연 셋리스트 +_+

1. Astral Planes
2. Ava Adore
3. Hummer
4. As Rome Burns
5. A Song for a Son
6. Bleeding the Orchid
7. Bullet With Butterfly Wings
8. Disarm
9. Stand Inside Your Love
10. 1979
11. United States
12. Window Wake My Mind
13. Perfect
14. Cherub Rock
15. That's the Way (My Love Is)
16. Owata
17. Tarantula
18. Tonight Tonight

Encore

19. Freak
20. Gossamer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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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매싱 펌킨스가 2010 ETP FEST에 온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에도 사실 나는 믿지 않았다.
워낙 잘 못 믿는 성격이기도 하거니와, '설마' 했다. 빌리 코건이 태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서태지 닷컴의 글도 무지 예전부터 보던 글이었고. 미투데이에서 DG가 "8월 15일쯤에 ETP는 없는데, 뭐가 있긴 있대요" 라는 말을 할 때에도, 백만개의 떡밥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ETP는 무산되어 나올 수 없지만, 단독 내한공연이 있었다.
그것도 서태지 컴퍼니의 후원으로-


아. 여러가지 생각과 기억들로 마음이 뭉클-
열다섯살때던가, 열여섯살때인가.
이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엽서를 교보에서 사서 책상앞에 붙여두고,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앨범에 열광했던 때가.
이 앨범, 그 때 무지무지 갖고 싶었는데. CD로 갖고싶었는데. 2CD였던 이 앨범은 어린 내게 비쌌고. 나는 녹음을 해서 듣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이 앨범을 살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내한 공연을 보게 될 수 있다니. 비틀즈 리마스터 앨범 박스셋을 받아들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
어릴적 꿈꿔온 소망들을 하나 둘씩 이루어가는 기분.


그리고, 그 소망을 이루어 준게 그 사람이라서 더 행복하고, 고맙다. :)
ETP라는 형태가 어려워지면 포기하는게 아니라 또 이렇게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그는,
정말로 멋있는 사람. 닮고싶은 사람. 보러가쟈, 나의 호박들 :)

예매 오픈은 7월 8일 오후 12시 인터파크. 달려볼까?


Smashing Pumpkins -1979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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