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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1'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1.01.18 110118 2
  2. 2011.01.16 110115.
  3. 2011.01.14 110113

110118

Diary/2011 2011. 1. 18. 23:31

#1. 춥다. 이제 추운것도 적응해간다. 무슨일이든 똑같이 20일동안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고 예전에 누가 그랬는데.
그래서 이제 추운것도 습관이 되버렸나. 내 의지를 통해 습관을 만드는건 아무것도 없는건가. 일찍 일어나는 것도. 아침을 먹는것도. 매일 몇 리터의 물을 마시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심지어는 이 블로그에 하루에 글 하나를 쓰는 것 조차도. 아무렇게나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뒤죽박죽 살던 원래의 성격과, 계획을 세우면 못견디게 되버린 일부러 만들어낸 성격이 뒤섞여 원래의 내가 뭔지도 모르게 되버렸지만. 은희경이 <그것은 꿈이었을까>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사람들은 늘 지나간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기를 잊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지나치게 변화를 의식한다고.

#2. 박범신의 책은 두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은교>를 읽고 그에게 흠뻑 매료되어버렸다. 꽤 오래전 인터파크에서 하는 작가와의 만남을 신청해뒀는데 오늘 당첨 문자가 왔다. 정신이 없는 나날이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어찌나 기뻤던지. 그나저나 그의 새 책<비지니스>를 다 읽고 가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 잠도 부족하고. 그래도, 그를 만나러 꼭 다녀와야지.

#3. revise 때문에 아직껏 매일 매일 고생인데 이번 한 주 내내 고생할 예정일듯. 그래도 한 주만 고생하는거라고 누가 정해준다면 눈 딱감고 그럴 수 있겠다. 기쁜 마음으로 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나는 너무 피곤한 상태다. 새 실험에, 새 공부에 매진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 언젠가 다짐했던 '좋은 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좋은 끝'은 아직 진행중이다. 그리고, 사실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좋은 끝'의 절정부분에 서있는건지도.

#4. 오늘은 말 그대로 '지옥철'을 탔다. 출근 시간 2호선의 고장으로. 사실 몸이 터질 것 같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숨막히게 끼어있는게 힘들었던건 아니다. 원래 나는 상일동/마천 방향 5호선 영등포 구청역 2-2번 칸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사람들을 보는것조차도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오늘 아침, 그 많은 사람들이 누가 넘어지든 말든. 누가 내리든 말든. 무조건 타보겠다고 밀쳐대는데, 그 군중들에게 흘러나오는 그 기운과 표정들이 진심으로. 무서웠다.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따로 보이지 않고 커다란 덩어리 처럼 보였다. 다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언젠가 미경이가 나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는게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딱히 대답하지 못했는데. 나는 오늘 아침 공포를 경험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느낀게 공포가 맞다면. 난. '2호선이 고장나 한 방향으로 밖에 운행하지 않을 때, 어떻게든 출근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밀치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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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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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5.

Diary/2011 2011. 1. 16. 03:01
어제 선임 박사님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식당 TV에는 귀농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보며 박사님께서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씀하셨다.
"참....농사는 힘든일인것 같아."
보통 나는 그런 상황에 살짝 웃고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농사를 해 본것도 아니니, 알지도 못하면서 맞장구를 치기도, 부정을 하기도 애매하니까.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세상에 쉬운게 어딨어요. 사는건 다 힘들죠."
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잠시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예측하지 못한 반응이었을테니.
대답을 하고 나도 놀랐다. 내 의견에 대해 그렇게 즉각적으로 빠르고 명확하게 대답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녀가 잠시 사이를 두고 웃으며 말했다.
"맞아. 세상엔 쉬운일은 없지. 그거 그 나이에 어떻게 벌써 알았어? 난 이제야 느끼는데. 사는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일이구나. 세상은 생각보다 순수하지 않구나- 하고."
그제서야 나는 평소처럼 살짝 웃으며 아무 대답하지 않고 넘겼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일들조차
쉬운건 단 하나도 없었던 내 지난날들을 모두 그녀에게 설명하는건 무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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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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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3

Diary/2011 2011. 1. 14. 00:40
집에 들어와도 내 몸의 한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몸이 다시 따듯해질때쯤 또 난 눈을 뜨고 출근을 하겠지.

그렇게 오랜시간, 눈물나도록 어렵게 어렵게 완성한 논문이 이렇게 붙게 되어 다행스럽다.
될거라고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그 어느쪽도 예측하고 있지 않았는데.
마지막 제출할 때 쯤은 정말 너무 힘이 들어 어느쪽이든 일단 내밀어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웠으니까.


연구실을 옮기기 전, 난 분명 스포일되어 있었다.
그게 research 에 대한 것인지, 사람에 대한 것인지, chemistry에 대한 것인지, 이 연구실에 대한것인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고, 문득 새 연구실에서 chemistry에 대해 스포일 된 것일까. 하고, 그런것이라면 좀 많이 서글프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늘. 실험이 손에 익고, 새로운 분야에 열심히 또 머리를 굴려보고 있자니. 행복하다. 그리고 다행스럽다. 대체 뭐가 다행스러운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은 퇴근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또 revise에 매달려야 하겠지만.
사실, 그런건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다.

전화로 소식을 전하니,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그녀. 그때의 그 일이, 그녀 성격에 분명- 오래오래 마음에 걸렸을텐데.
많이 미안했던 것일까.
하지만 그녀 말대로 이게 그 일의 보상같은것이 아니였음 좋겠다.
그때의 그 나빴던 일을 이런식으로 보상받는다 하는. 그런 유기적인 관계는 싫다.


연구실에서 막차까지 놓쳐버리고, 택시를 잡느라 한참을 걸었던 추웠던 어느날.
분명 내가 달라지고 있다고. 나는 느리지만 분명 나아가고 있는거라고 느꼈던 그 많이 외로웠던 밤.

오늘 역시 나는 혼자였고, 겨우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추운 밤이었지만.
그때보다 행복하고, 그때만큼 외롭지 않다.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읽고 있는 요즘이다.
꽤 괜찮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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