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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북하우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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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씨의 미완의 유고집이 되어버린 책.
원래는 그의 삶과 음악,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으려고 의도했던 책이라고 한다.

그의 모든 지나온 삶이 녹아있는 300 페이지짜리 책을 단숨에 읽어버릴 수는 없었기에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조금씩 천천히 읽었다.
그의 지나왔던 삶을, 음악을 함께 느끼면서.

솔직하고, 유쾌하고, 기발했던 가사만큼이나 그의 이야기들은
즐겁기도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었지만.

나는 그를,
마음을 다해 존경하게 되었다.

예술을 하느라 먹고 살기 힘들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그럼 아르바이트라도 해야지." "그럼 나가서 돈을 벌어야지." 라고 쉽게 말한다.

<치킨런>의 가사를 만들게 된 배경엔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앨범 제작비를 빼면 생활할 돈이 없어서 치킨집에서 닭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대학 선배를 만났다고.
그런데 선배가 "늦게라도 네가 정신 차렸으니 다행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범신님은 글을 쓰고 싶으면 문학의 제단에 손가락 하나라도 올리라고 했는데.
이 사람은 음악에 자신의 모든걸 다 바쳤다. 하나도 빠짐없이 뮤즈의 제단에 자신의 모든걸 다 바쳤다.
이 사람에게 음악은 종교와 같았다.
무언가 하나에 자신의 모든걸 다 바쳐본,
자신의 모든걸 내걸어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남의 인생에 대해 저렇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어떤것에 모든걸 불태워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의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논할 수 없다.

불쌍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불쌍한건 그런 그를 잃어버린 우리고,
그렇게 그런 음악인을 잃어버릴 우리 현실인거다.

Rock will never die.
공연장이 울리도록 멋진 노래를 부르던 그가 그리워진다.

구질구질하게 사는 게 지겨울 만도 한데 아직도 포기를 못 했다.
음악은 내게 맹목적인 종교가 된 걸까. 위대한 뮤지션이 될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접었다.
나는 대중가수일 뿐이니까.
소희의 통통한 볼에도, 티파니의 눈웃음에도, 이파니의 커다란 가슴에도 음악은 있는거니까.
내 음악이 내 삶 어느 순간의 기록인 것처럼 누군가의 순간에 내 노래가 기억되면 영광일 뿐인 거니까. p.94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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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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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떠났다.


고요한 주말 아침 
무심히 켠 인터넷에 그의 소식이 보인다.
어떻게든 수요일. 그의 쾌유 기원 공연을 갈 작정이었는데.


눈물이 자꾸 흐른다.
그와 노래를 부를 일은 이제 정말 꿈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가난하게 살아도 노래부르겠다던 사람.
이제 하늘에서 부르고싶은 노래 마음껏 불러요.
갖지 못한 자들을 위해.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 편히 쉬어요.
이진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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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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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꿈을 꾸었다.
기타를 멘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이진원 아저씨와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꿈.
그 때 나는 그와, 그의 <나의 노래>를 불렀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그가 생각난다고 포스팅한지 하루만에,
그가 뇌출혈로 병원에 있다고. 현재 뇌사상태라는 소식을 접했다.

마음이 몹시도 아프다.
내가 밑바닥에 쳐박혀 질척거릴때, 나는 그의 음악을 즐겨들었다.
작년 GMF에서 만났던 그는, 
본인의 패배자 정서가 세상과 우연히 잘 맞아 떨어져 이슈가 되었다고, 
어쨌든 자긴 이제 앞으로 음악 할 수 있는 돈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던 사람.
가난하게 살아도 음악을 하며 살겠다던. 
'키 작고 배 나온 닭 배달 아저씨'지만. 그래도 '기타를 사겠다'던. 그런 사람.
 
왜. 시련은. 그런 사람에게 오는것일까.
부디...
그가 무사히 일어나길.
그의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길.
그래서 그와 함께 <나의 노래>를, 꿈처럼. 다시 부를 수 있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나의 노래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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