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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끔우두커니가된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천양희 (창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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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의 목록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목포댁 재봉틀 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로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지고 고전 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 상영관 아카데미 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오늘의
뒤켠으로 사라진 것들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런데 왜 옛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일까 어느
 끈이 그렇게 길까 우린 언제를 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지 잠시 백기를 드는 기분으로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네 내가 나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을 것이네

지난 다락방 공연에서 (홍대 책읽남ㅋ) 기혁오빠가 읽어준 이 <사라진 것들의 목록> 때문에 간만에 북콘서트 나들이.
나 혼자만 우두커니 서 있고, 모든 것이 -하이미스터메모리의 Fades away의 그 노래처럼-
잔잔하게 사라져가고 있는 걸까.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어도, 변화되는 세월을 감당할 수 없대도, 그래도.
기억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마음에 묻어둘 수 있다면 좋을텐데.
시간 속에 묻혀 나는 기억조차도 점점 지워간다.

그래서 천양희님의 시가 좋았다.
나 혼자만 우두커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가끔은 우두커니 있다고. 말해주고 있어서.

사라져 가는 것들 중에 가장 아쉬운 것. 사라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기혁오빠는 어린시절의 마음- 이라고 했다.
괜시리 뭉클한 마음. 어린시절의 마음 같은것. 나한테도 아직 남아있던가. 기억할 수나 있나.
역시 이 사람은- 참 멋있는 사람.

밥값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정호승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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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플라워'라는 밴드의 음악을 감상하고 이어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의 정호승 님과 민영기라는 뮤지컬 배우가 나왔다.

정호승님의 따듯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
인간의 삶 속에서 시를 발견하여 '시'라는 형태의 그릇에 담겨지는 것이라고, 
삶의 구체 속에서 꽃 피우게 되는 것이라고.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통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해 나아가는,
비극에서 발화되는 것이 시라고-
북 콘서트가 끝나고 그 분께 받은 책 앞장 사인에는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라고 쓰여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정호승 님의 시집을 펼쳐 읽는데 이 책에도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시가 나왔다.

천양희님의 시에, 옛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라했다.
내 지나온 날들이 어떻게 어디로 스며들었는지 일일이 알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시간에 스며들더라도 아름답게 스며들고 싶다.

올해는 시를 좀 읽어야겠다.
1월, 올해 첫 북콘서트의 시간들이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스며들 수 있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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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오빠 말대로,
어쩌다 보니 난 그의 '혼자 하는 공연'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오늘, 홍대앞 상상공장에서 있던 다락방 콘서트 역시도.

후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그가 스무명 남짓한 관객을 위해 준비해왔던 귤을, 가방에 싸왔던게 불현듯 생각이 났다.
책상 앞에 앉아 귤을 까니,
풍기는 귤 향기가 오늘같은 차가운 무채색의 겨울날을 노랗게 물들여 주는 기분이 든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의 음악과 그의 미소가 슬며시 마음에 물들어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것처럼.

1집의 곡들과, 2집의 곡들을 불러주며
도란도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달변가는 아닌데, 세련된 말투를 쓰는것도 아닌데.
그의 이야기들이 재밌고 좋다. 진실하니까.
달변가였다면, 세련된 말투를 썼다면, 아주 유머감각이 뛰어났다면
나는 그의 말을 절반쯤만 믿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진짜로 편안해진 마음이었다.
꼭 내가 그에게 위로를 받아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되지도 않았고.
그와 함께 있는 그 공간속의 시간이- 시계로 잴 수 없는 그런 시간 같았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생각나는 노래를 또 부르고, 시를 읽어주고. 인터뷰를 하고.
짜여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어떻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자유로운 그런 시간속의 공간. 어쩌면 '꽃순이'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공간.

공연이 있기 얼마 전, 그에게 신청곡을 request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Beatles를 부르면 어떨까.
-그가 Demian Rice를 부르면 어떨까.
-그가 Denison Witmer를부르면 어떨까.

등등. 생각하고, 상상한게 많았는데-
문득 故김광석씨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떠올랐다.
그가 부르는 그 노래는 어떨까. 얼마나 잘 어울리고 그러면서 따듯하고 특색있을까.

그렇게 request한 노래를 불러준, 고마운 그.
내가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멋졌다.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 같은. 고인이 된 분들을 뛰어넘고 싶다고.
그들을 뛰어넘으려면 죽기전엔 힘들거라며 농담처럼 말하는 그.
무대에서 늘 웃고 있어 잘 보이지 않던, 그의 음악에 대한 고뇌같은걸 슬쩍 훔쳐봤다고 해도 되려나.

다음엔 합주하는 공연에서의 그를 봐야겠다.


아- 내 기타 실력은 언제 늘지?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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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의 음악은 나에게 겨울을 떠오르게 한다.
쓸쓸하고, 아무도 없는 얼어붙은 호수. 그 옆에 서 있는 눈 덮인 이국적인 나무들.
그렇게 떠오르는 장면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스팅의 앨범 <If on a winter's night>의 자켓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눈이 펑펑 내리던 11일. 스팅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운치를 느끼기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왔지만.
그래도 어쩐지 잘 어울려 좋았다.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를 오프닝으로, 폭설로 입장이 늦어져 조금 지연된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곡이 <Live in Berlin>앨범과 같기에 비슷한 셋리스트로 공연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Live in Berlin>공연 실황 앨범과, <Symphonicities>앨범의 곡들과 새로이 심포니 편곡이 된 곡들을 적절히 섞어 들려준다.

코리아 심포니가 오케스트라를 맡아 <symphonicity>공연 주제에 맞게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기존의 스팅의 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가 늘 떠올리던 그런 차갑고, 외롭고, 쓸쓸한 겨울의 이미지가 아니라,
더 따듯하고, 풍성하다. 그 선율에 그의 목소리가 얹어지는데 그건 마치 출렁이는 바다의 파도를 타고 오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Englishman in New York'과 'Roxanne', 'Shape of my heart'과 같은 익히 많이 알려진 곡들을 부를 때는
객석의 관객들까지도 출렁이는 그 파도에 몸을 맡긴 듯 보여졌다. 아니, 그 수많은 관객들이 곡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 또 하나의 파동을 만들어 내어 더 크게 일어나는 듯 보여졌다.

15분간의 intermission이 지나고 2부가 시작되었는데
2부는 1부와 느낌이 다르다. 그 파도들은 사라졌다. 
그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가, 기타 소리가- 아무 매개 없이 내 귀에, 내 심장에 꽂힌다.

-한편의 오페라를 떠오르게 하는 'Mad about you', 'Moon over Bourbon street'
-영화 주제가 같은 'Tomorrow We'll See'
-전주부터 모두가 즐거워하며 함께 불렀던 'Every breath you take'


그 아름다움에, 완벽함에 나는 눈물이 나 버렸다.
왜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접하게 되면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걸까.
그의 노래와 공연들은 분명 오랜 시간동안 다듬어진 것들이었고, 
그 '시간'이 주는 것들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그것들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예순이 넘었음에도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예순이 넘은 나이까지 노력했기 때문에만' 만들어지는 그런 공연이었던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분명히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영역에 그가 있었다.
그의 공연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공연들의 스펙트럼 밖에, 그가 있었다.
새로운 spectrum을 detect하는 그 벅차오름이란.
이 공연으로 나는, 내 안의 어느 부분이 더 넓어졌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붉은 실크 셔츠를 입고,
하모니카를 불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율동까지 보여준
자유롭고, 아름답고 완벽한 뮤지션의 공연이.
올해 내 첫번째 공연 관람이었다.


Sting - Every breath you take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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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로 나온다는 국카스텐을 보러갔던 올해의 헬로루키 무대에서.
FRENZY라는 멋진 밴드를 만나고 왔다.


프렌지의 음악은 미술시간에 했던 마블링 같다.
물 위에 유화물감을 떨어뜨린 뒤, 종이에 찍어내면 신비하고 오묘한 무늬가 찍혀나오듯.

프렌지의 음악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찍어낸다.
그들이 말했듯. 그들의 음악에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에 나오는 '액체 풍경'처럼.
그들이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마블링같은 이미지들은
빛을 받을때마다 다른 반짝임을 낸다.
그리고 찍어낼 때마다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 반짝임을 만들어내는 기타톤이 멋지고,
그 다른 무늬를 만들어내는 멜로디 라인이 예술이다.
'가사'가 없이도 떠오르는 이미지 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건.
얼마나 멋진일이며, 또 얼마나 어려운일인가.

그들이 채우는 공기와 공간에
그들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순전히 '음악'만으로.



프렌지- 소멸하는 밤(part 1)


프렌지- 소멸하는 밤(part 2)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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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쓰는 후기.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적의 콘서트. 2009년 GMF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봤으니 (이병우 공연에서 게스트로 나온 그의 모습을 제외하자면) 딱 일년만이다. 
토요일의 신촌 거리는 혼잡하다. 꽉 막힌 신촌거리를 느릿느릿 가는 택시. 마음은 들썩거리고 있는데.

따듯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그는 냉철해보여, 이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을것 같은데. 간만의 단독공연이라 이 사람도 떨렸을까. 리허설이 길어져 공연 오프닝이 늦어졌다. 

샤이니 바지를 입고 왔다며, <보조개> 노래는 본인의 보조개를 보면서 만든거라며, 
농담을 던지는 그. 픽- 웃음이 난다. 그는 달변가다. 난 어릴때 그가 해주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았다. 그가 라디오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항상 녹음해서 들었다. 그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할 땐 매일 녹음을 했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다 마법같았다. 저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어릴땐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런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이성과 감성의 두개의 다른 단어가, 그의 노래에서, 그의 어휘에서는 하나의 단어가 된다. 그게 멋지고, 또 부럽다.

새 앨범의 노래들과, 지난 솔로 앨범들, 카니발 앨범의 노래들, 긱스의 노래들, 패닉의 노래들. 
적절히 섞어 불러준다. 
우와- 함께한 시간들이 이렇게 많았고, 내가 그의 노래를 이렇게나 많이 좋아하고 함께 했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시간. 연대 대강당의 사운드는 별로지만 그의 노래와 연주는 그 모든것을 상관없게 만든다.
문득 언제나 그의 공연에 있던 재일이까지도 그리워진다. 그 어눌한 말투.


그렇게 오랜시간 함께 있어줘서, 노래불러줘서, 음악을 만들어줘서, 공연을 해줘서, 신나게 해줘서
나는 그저 고마울 뿐인데.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그가 한다. 최고라고 엄지손가락도 몇번이고 들어준다.


<팬>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했던 주말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정의하자면 팬이란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나에게 이적의 음악과 이야기들은 지난날 아름다운 진통제였고, 그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시기에 그 사람만이 해 줄 수 있는것들. 빚진 마음은 나에게 있는데, 공연장에서 나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하는건 '그'였다. 
그렇게 그 사람과 내가, 우리가 함께 나눈 것들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좋을까.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이란 세 단어에 집어넣기엔 그 의미가 너무 큰데. '팬'이란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소중히 해주는 그에게 또 문득 고마움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그런 교감이 가능했던 시간.
언제까지고 우리 시대의 뮤지션이 그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주고,
그렇게 좋은 사이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 교감을 나누면서, 그렇게.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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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하트에서 11월 11일 11시 11분에 시작되었던 하우스 콘서트.
아름다운 이아립씨의 노래를 들으며, 아- 그녀처럼 기타 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

조명들이 따듯한 오렌지 빛을 내는 버닝하트의 그 작은 공간이
모든 도시의 소음들과 격리된,
어느 또다른 작은 행성처럼 느껴졌던 밤.

나와 이 몇 안되는 사람들만이 또다른 세상속으로 들어와있던 듯한 그런 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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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날들을 살아가다보면.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올해 첫 감기에 걸려 골골대던 주말이었다.
몸은 아프고, 할일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렇게 살아있지 않으면 안되는 날들.
그런 날들을 살아가는 어느 날에  '어떤 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날도 온다.
그래서. 또 '어떠한 날들'을 살아갈 힘이 되어 주는.

다섯번째 앨범에 들어있는 '흡수'를 시작으로 그의 열번째 공연이 시작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손 끝에서 만들어내는 그 따뜻하고, 깊이있는 기타 선율.
그가 짚는 코드에 따라, 그가 건드리는 기타 줄 하나하나에 따라 그 넓은 세종문화회관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흡수'의 그 추상적인 느낌도.
'인연'의 그 아름다움도.
'기타발전소'의 그 내달림의 느낌도.
비발디 협주곡의 그 고전적인 아름다움도.
아무런 이질감없이 어울린다. 이병우의 기타 앞에서.

그리고 이어진 그의 영화음악들. 스캔들, 장화홍련, 마더, 연애의 목적, 그 유명한 괴물의 한강 찬가까지.
조성우의 영화 음악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하다면
이병우의 영화음악들은 시각적인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좋다.
어떤 것들을 보고 있을 때 떠오르는 음악들.
색깔이나 계절감. 산이나 나무, 내리는 눈, 흐르는 물. 그리고 배경.
그것들이 원래부터 그런 음(音)을 만들어내고 있던 것 처럼. 그런 음을 고유값으로 가지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끝난 1부. 그리고 시작된 2부.
유희열이 부르는 어떤날의 출발, 너무 아쉬워하지마.

그렇게 듣게 되는 어떤날의 음악들.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기분.
불쑥 어떤 날을 듣고 있던 어린날의 어떤 날로 돌아가는 기분.
시간이 그렇게 직선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래서 내가 멈추지도 못하고 마냥 달리고 있지만은 않아도 된다는 이 기분. 고마운. 기분.

아. 어쩌면 유희열 저사람은. 어떤 날의 음악을 저렇게 <어떤 날스럽게> 부르지?
어떤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느끼는 감동에 눈물이 나고,
유희열의 너스레와 열창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나서 이적이 부르는 어떤날의 하늘과 초생달.
유희열이 어떤날의 음악을 너무나 어떤날 스럽게 불렀다면 이적은 어떤날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처럼 부른다.
잘 어울린다-.

그렇게 짧았지만.
어떤날의 음악에 마음이 녹짝지근해진다. 언젠가는. 조동익씨와 함께 어떤날의 음악들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해주는 이병우씨. 진짜로 살아가다 '어떤 날'에는. 이병우씨와 조동익씨가 무대에 서있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병우씨의 기타 음악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과,
그의 연주 테크닉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자전거> 등을 연주해주시고,
앵콜무대에서는 직접 어떤날의 노래를 부르시며 기타를 쳐 주셨다.

앵콜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며 뭉클해 하는 그의 얼굴과.
그의 연주에 벅차 오른 내 심장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속에 놓여있었다.

2010년. 10월의 마지막 날 밤. 그 곳에서.


이병우 -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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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호선 버터플라이.

23일 공연을 못 봐 의기소침해있던 나를 달래준.
내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들어준.
성기완 아저씨-

2. 짙은

튜닝을 끝내자마자 기타를 떨어뜨리는 몸개그(?)를 보여주셨던
여전하신 용욱씨. 
그리고 여전히 좋은 그의 노래.:)

3. → Pia-no-jaC ←

진짜로 열정 가득한 무대와 귀여운 한국말 인사를 (무려 콘티까지) 짜왔던 피아노잭. 
저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가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서, 
무대에 저 두 사람만 있었던 것 같지 않은건 기분탓인가.
(아니면 자꾸만 부서지는 악기와 무대를 셋팅해주러 간간히 나왔던 staff들 때문일 수도.)

4. 조정치

이렇게 지적이고 잘 생기셨(?)으면서. 대체 왜! 앨범 자켓은 그렇게 만드신건지. 
앨범이 나왔을 때 왠지 올해 GMF에서 만날 것만같은 예감이 들었던게 
진짜로 그렇게 되었다. Cafe Blossom무대에서.-

5.Thomas Cook

올해는 '마이엔트메리'가 아닌 '토마스 쿡'으로 무대에 오른 순용씨.
아. 간만에 만나는건데 이렇게 안쓰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뭔지. 
유난히 그의 무대에서만 태양이 뜨겁게 느껴지는지.
내년에는 마이엔트메리의 깔끔하고 감성넘치는 음악들로 다시 만나길.

6. 페퍼톤즈

진짜로 그들의 음악은. 우울증 치료를 해주는 테라피 음악이라고.
그건 진짜-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코끝이 찡해져왔다.
"괜히 코 끝이 찡한걸 보니 난 아직 사춘긴가봐."

7. 심성락

연주만으로 나를 울린. 심성락 할아버지.
세상에 다시는 없을 그런 연주.
내 뺨에 닿는 차가운 가을 바람도.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조차도.
모두 그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가장 감명깊었던 음악.

8. 디어클라우드

첨 듣는 그들의 라이브.
앨범들으면서 정말 감동많이 받았었는데. 
아. 라이브는 앨범보다 조금 별로인듯.

9. 이소라.

'역시' 이소라구나.
그 가창력. 그 아름다운 목소리. 그 화려한 말솜씨.
전부 다- 아. 역시 이소라구나.

"평생 서투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틀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고 싶다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애쓰면서, 노력하면서 살고싶다는 그녀의 말에.
심장이 쿵-. 아. 그녀는 나와 이미 다른 곳에 있구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이미 몇 계단쯤 위에 서 있는 사람일테니.


올해 봄, 뷰민라를 다녀오면서 이런 음악, 이런 감동, 이런 환희, 이런 느낌을 잊지 말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었지만
난 23일 공연을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런 것들을 '잊어서' 그랬던게 아니라 진짜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탓이었다. 놓친 양방언 공연이야 내년 1월에 있는 정규 공연을 가면 된다. 중요한건 그런것들이 아니라, 내가 음악을 소중히 하고, 그것에서 여전히 감동을 받고, 그것이 여전히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내 마음일거다. 마음 가장 가운데에 그런것을 품을 수 있는 따듯함을 갖고 살아가야겠다고, 이제는 다시 그렇게. 다짐한다.




사진 출처는 모두 민트페이퍼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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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려온 공연이었건만. 
두달전부터 예매해놓은 티켓을 날리고. 매진된 가운데 겨우 건진 티켓 한장으로 다녀온 공연.

목소리와 기타 - 공연 제목처럼 이 공연에는 목소리와 기타. 그리고 약간의 피아노와 펜더로즈 소리만이 있을 뿐.
지극히 작은 소극장에서의 너무나 소박한 무대라 
나는 내가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여백이 많을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작은 무대에서 울리는, 그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만이 만들어내는 그 팽팽한 공기의 흐름.
소리로 공기를 가득채운 그 공간. 그 섬세함과 디테일함까지 모두 살아있어, 자칫 움직이거나 다른 소리가 섞이면 와장창 깨어질 유리같은 기분이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 오직 그의 음악만이 온 사방에 가득차 있다.
숨조차도 못 쉬겠다.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그런기분.

그 긴장감은 중간 부분부터 함께 들어온 피아노 소리와 함께 느슨해졌다.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
참 신기하지. 피아노는 조용히 소리만 내고 있을 뿐인데. 
뭔가 팽팽한 실로 감아놨던 소리들을 풀어주는 느낌.

노래는 주로 3집과 4집의 곡들 위주로 불러줬다. 
그의 4집 <레 미제라블>이 나오고, 어디선가 읽었던 리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섬약한 감수성, S대 풍의 자의식에 숨막혀 죽을것 같다"고.
누군가의 그 리뷰를 보면서 몹시 기분나빠했던 기억이 나지만.

그의 이야기와 함께 노래를 들으며 그는 참 강한 사람이라는걸.
그는 내가 감히 질투조차하면 안될만큼 노력하고, 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걸,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칠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란걸 깨달았다.

그런 순수함을 아직 간직하고 있어,
그런 연구도 할 수 있고, 그런 음악도 만들 수 있고, 그런 가사도 쓸 수 있는 사람인거다.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외롭게 공부하고, 외롭게 연구하고, 그래서 음악을 했었을 지도 모를. 그의 이야기가.
그를 또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1. 우연찮게 목요일 공연을 보게 되어, 박새별의 피아노를 듣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만 세션참여 하신다고-
#2. 진짜 조용한 가운데 울려퍼지는 펜더로즈 소리는 너무 아름다워서 '소리'를 갖고싶다는 욕심이 생겼을정도.
#3. 얼마전 '문수의 비밀'을 찾아 들으면서 가지 생각에 나 혼자 싱글싱글 웃었더랬는데, 문수의 비밀을 불러줘서 좋았다. 문수는 트위터도 할 줄 아는구나? 야동도 보고. :)
#4. '문수의 비밀'에 나오는 옆집 강아지 '대한'이의 실제 주인 이름이 '민국' 이라는 얘기에 웃음이 났는데, 주인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대한이 이름이 '대한' 이었다는 이야기에 괜히 마음 짠한 감동. - 난 왜 이런거에 감동받지? 별 얘기 아닌데.

#5. '그대는 나즈막히'의 전주 부분 기타소리 -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있을 듯. 정말- 아름다웠어.
#6. <루시드폴> : “이 노래는 숫자로 하면 420번 정도가 되는 노래입니다.” <객석> : ??????? <루시드폴> : 노래 제목이 Saigon이거든요. <객석> : … 
- 그의 스위스 개그.


루시드 폴  - 마음은 노을이 되어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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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다녀온 북콘서트.
3월에 다녀온게 마지막이었으니 5개월만이었다.
간만에 갔더니 오랫동안 북콘서트 사회자셨던 박용환 아나운서님이 안계시고, 3호선 버터플라이 기타리스트 성기완님이 계셔서 깜짝놀랐다. @_@ 
성기완님이 시인이기도 하시다는건 이번 북콘서트에서 첨 들은 사실.
이소원이라는 여자 아나운서 분과 함께 진행하셨다.

첫번째 이아립씨의 무대. 
'이름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를 불렀다.
기타에 목소리만을 얹은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이들은 꼭 바람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백이 많기 때문에 바람이 통과하고 있는 기분.
그리고 그 통과하는 바람속에 내가 서 있는 기분. 

오프로드다이어리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청소년소설
지은이 표명희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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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책은 오프로드 다이어리.
온라인 상에서의 세상이 실제 세상이 되어버려, 그 속에 숨어있는 청소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 
주인공 '빔'이 대인기피 까페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이야기.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온로드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갈 '오프로드'를 걷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진짜'로 만들어 줄 수 있겠지. 이건 이렇게 소설로 나왔지만 나는 10대 때 진짜 오프로드를 흔들림없이 걸었던 서태지를 보았기 때문에. 그의 삶 자체가 어린 내가 읽을 수 있었던 '오프로드 다이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짝반짝 거리지만 흔들리는 불빛처럼 쉽게 잡을 수 없었기에 모든게 불명확하고, 그래서 힘들었고, 그래서 늘 무언가에 매달려있던 청춘의 지난 날들. 그리고 역시 지금 그러고 있을 어느 청춘들에게 참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아립씨가 책을 낭독해 주시고 '벌써 잊었나' 와 '베로니카'를 불러주셨다.
<공기로 만든 노래>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번 앨범이 '길 위의 소리'를 모티브로 만들었기때문에 어쩌면 '오프로드 다이어리'와 일맥상통할 수 있다는 이아립씨의 설명. 그녀의 목소리도, 그녀의 생각들도 참 자유롭고 아름답다. 

두번째는 국카스텐의 무대와 김두식 선생님의 책 <불편해도 괜찮아>의 코너.
국카스텐이 '거울'을 어쿠스틱으로 부르고, 김두식 선생님의 책 이야기가 이어지게 되었다.

불편해도괜찮아영화보다재미있는인권이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사회문제 > 인권
지은이 김두식 (창비, 2010년)
상세보기

'불편해도 괜찮아'는 인권에 대한 책이다.
나는 오늘 처음 알았으나, 김두식 선생님은 희망제작소에서 '우리 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책도 내시고 하셨던 분이었던 듯. 이런분을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고. 덕분에 트위터에서 팔로우도 했다. :)
이분 덕택에 오늘 '지랄 총량의 법칙'에 대해 배웠다.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떨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보통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일들에서 무의식적으로 다른이의 인권을 얼마나,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나 역시 김두식 작가님처럼 이 책 제목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동성애자를 만나는 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장애인을 만나는 것 같은 일은 불편해서조차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등급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음악 심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 하게 되었다. 
방송에서 어떤 '은유'를 이용하여 이야기한 노래 가사들에 대해 그 어떤 '단어' 하나만을 꼬투리 잡아 그 '단어'하나에 무게를 두고 금지곡이 되는 현실인 것이다. 그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채.
그 기준조차 불분명한 방송의 심의 때문에 피해를 보는 뮤지션들이 많은데, 국카스텐 역시 그런 밴드중의 하나 였던듯.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유쾌하고 거침없이 토로하고, 질문하는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씨에 대해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유쾌하고 가벼울 것 같은 국카스텐의 하현우씨지만 음악은 은유적이고, 무게감있고, 근사하다.
김두식님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국카스텐은 '꼬리'와 'Sink Hole'이라는 노래를 어쿠스틱으로 불러주었다.

늘 이렇게 북콘서트는 얻을 것이 많고 마음에 불이 하나 켜지는 기분이 든다.
어떤 책을 알고, 그 책의 어느 구절을 작가로부터 듣고,
멋진 뮤지션들의 좋은 음악을 듣고 나면
마음이 환해 지는 기분.

소중했던 시간.

아. 그리고 지름신도 남는다. 
오늘 본 국카스텐 덕분에 상상마당에서 다음주에 있는 "이 공연" 이 너무너무 가고싶어졌다.
아아. 국카스텐 @_@ 아아. 서울전자음악단 @_@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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