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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기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내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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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함께 시작하는 삶.

죽으면서 동시에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노르웨이의 숲의 와타나베가 떠오르는 이야기.

특별한 음악을 통해 -어두운 방에 불이 켜지듯- 어떤 기억이 반짝 켜지는,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그런 경험.

음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하루키다운 이야기.



오래전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라는 산문집에서 


"만일 내가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역시 지금처럼 똑같은 인생을 더듬어가면서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나 자신이 되는 것 말고는 또 다른 길이란 없다."


라고 하루키가 말했을때, 어찌보면 참 허무한 그 글이 이상하게 좋았다.

그냥 이렇게 살고 있어도, 이건 '나' 자신이니까. 내가 어떤 길을 걸었어도 난 여기로 왔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그냥 좀 위로가 되니까.


다자키 쓰쿠루가 핀란드까지 날아가서 구로에게 들었던 이야기.


"우리는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각자 인생을 살아왔어.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때 혹시 잘못 판단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해도, 어느 정도 오차야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지금과 같은 자리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어. 그런 느낌이 들어."


이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구나, 하루키는 또 그때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다자키 쓰쿠루는 어땠을까. 이 이야기를 듣고. 

분명 내가 첨 이 글을 읽었을때와 같은 위안을 받지 않았을까.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과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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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까치 | 2002-02-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댄스 댄스 댄스,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등을 발표하면서 우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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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챈들러의 소설 속에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잠시 죽는 것이다' 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

챈들러 씨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견을 좀 늘어 놓자면, '안녕'을 말한 직후의 죽음은 실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우리가 정말 잠시 죽는 것은 자신이 '안녕'을 말했다는 사실을 몸 한가운데에서 직면했을 때다. 이별을 말했다는 사실의 무게를 자기 자신의 일로서 실감했을 때. 그러나 대개의 경우,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주위를 한 바퀴 돌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해 왔지만, 능숙하게 '안녕'이라고 말했던 예는 거의 기억에 없다. 지금 돌이켜 보면 '좀더 제대로 안녕을 말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후회가 남는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설령 후회했다고 해도, 그래서 삶의 방식이 바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무책임한 인간인가 하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이라는 것은 아마 뭔가가 있어 갑자기 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여러 가지 것들이 쌓여 가면서 죽어가는 것일 것이다.  


p.154-155 <안녕을 말하는 것은>中


무라카미 라디오의 제일 마지막 편에 나오는 이야기.

인생의 수 많은 '안녕'들이 쌓이면서, 우린 서서히 늙어가고, 죽어가는 것이겠지.

어떠한 '안녕'을 겪고, 통과하면서. 


그 '죽음 같은' 안녕들의 의미를 이제는 너무 잘 아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이 얘기가 오래오래 맘에 남는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덕분에 최근 나온 무라카미 라디오2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도 같이 읽고 싶어짐.

언제나 그렇듯 음악에 대한 무한한 그의 애정을 담은 문장들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그의 예찬론,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그의 일상이 유쾌했던 책. :)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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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비채 | 2011-11-2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30년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197...
가격비교


활자 인쇄가 없던 시대의 옛날 사람들이 필사본을 만들어 책을 읽었듯이, 간절히 듣고 싶은 마음에 고생해서 레코드를 사거나 혹은 콘서트에 가죠. 그러면 사람은 말 그대로 온몸으로 음악을 듣게됩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감동은 특별합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르면서 음악이 점점 값싼 것으로 변해갑니다. 지금은 공짜나 마찬가지 가격으로 음악이 배포되는 시대가 되었죠. 손바닥만 한 기계에 몇 십 시간 몇 백 시간의 음악이 들어갑니다. 원하면 얼마든지 쉽게 음악을 끄집어낼 수 있고요. 물론 편리하고 좋지만, 그래도 그건 음악을 듣는 방법치고는 조금 극단적입니다. 물론 그런식으로 듣는 게 어울리는 음악도 있겠지만,그렇지 않은 음악도 분명 존재합니다. 음악에는 역시 그 내용에 따라 적합한 그릇이 있다고 봅니다.

p.106









작년 크리스마스, 동률옹이 콘서트장에서 그런 말을 했었지.

"이제 음악은 일상의 배경이 되어버린것 같아요. 운전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듣게 되는 배경 음악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 그 자체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게 다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내가 공연장을 찾는 수 많은 이유중에 하나는 그런데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시공 속에 '음악'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을 느끼고 싶어서. 

그 음악에 어울리는 그 그릇을 찾아주고 싶어서.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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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27월-9월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난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가 1초에 7권의 책을 파는 작가가 아닐 때에도 나는 그를 사랑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노르웨이의 숲'은 몇번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 읽었던 하루키와 지금의 하루키는 많이 다른 느낌인데,
내가 자랐기 때문인지, 하루키가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그의 글을 사랑하고, 그의 글을 읽고 있다는데에는 변함이 없다.


1Q84 3권을 읽기 전에 1,2권을 다시 읽고 있다.
지난 번 2권에 나왔던 어느 구절이, 마음에 쿵! 하고 떨어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을 때에는 그때의 그 느낌은 덜 하지만,

문득 오늘은 이 구절이 다시 읽고 싶어져서 옮겨 적어둔다.
누군가 여전히 그리운 이 기분은 가을 바람 덕분에 나날이 깊어간다.

오후의 몇 시간을 아오마메는 덴고를 생각하며 보냈다. 그녀는 좁은 베란다에 놓아둔 알루미늄 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동차 소음에 귀를 기울이고, 이따금 추레한 고목나무 잎사귀를 손끝으로 잡아보며 덴고를 그리워했다. 오후의 하늘에 아직 달은 보이지 않았다 달이나오는 건 몇 시간쯤 뒤의 일이다. 내일 이맘때면 나는 어디에 있게 될까,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짐작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일이다. 덴고가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하면.

<1Q84 2권 p.134-135.>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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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가 남자아이한테 묻는다.
"너는 나를 얼마나 좋아해?"
소년은 한참 생각하고 나서 조용한 목소리로
"한밤의 기적 소리만큼"
이라고 대답한다.
소녀는 잠자코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기다린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무엇인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어느날 밤중에 문득 잠이 깨지."

그는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어. 아마 두시나 세시 그쯤이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몇 시인가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그것은 한밤중이고, 나는 완전히 외톨이이고,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알겠니? 상상해봐. 주위는 캄캄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소리라고는 아무것도 안 들려. 시계바늘이 시간을 새기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아-시계가 멈춰버렸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나는 갑자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한테서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장소로부터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고, 그리고 격리되어 있다고 느껴.


내가 이 넓은 세상에서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못하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돼.
내가 그대로 사라져버려도 아무도 모를거야.
그건 마치 두꺼운 철상자에 갇혀서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것 같은 느낌이야.
기압 때문에 심장이 아파서 그대로 찍히고 두 조각으로 갈라져버릴 것 같은...그런 느낌 알 수 있어?"

소녀는 끄덕인다.
아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소년은 말을 계속한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괴로운 일 중의 하나일 거야.
정말이지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프고 괴로운 그런 느낌이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죽고 싶다는 그런 것이 아니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상자 안의 공기가 희박해져서 정말로 죽어버릴 거야.
이건 비유 같은 게 아니야.
진짜 일이라고.
그것이 한밤중에 외톨이로 잠이 깬다는 것의 의미라고 그것도 알 수 있겠어?"

소녀는 다시 잠자코 고개를 끄덕인다.
소년은 잠시 사이를 둔다.

"그렇지만 그대 저 멀리에서 기적 소리가 들려.
그것은 정말로 정말로 먼 기적 소리야.
도대체 어디에 철도 선로 같은 것이 있는지 나도 몰라.
그만큼 멀리 들리거든.
들릴 듯 말 듯하다고나 할 소리야.
그렇지만 그것이 기차의 기적소리 라는 것을 나는 알아.
틀림없어.
나는 어둠 속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그리고 다시 한번 그 기적 소리를 듣지.
그리고 나서 내 심장은 아파하기를 멈춰.
시계 바늘은 움직이기 시작해.
철상자는 해면을 향해서 천천히 떠올라.
그것은 모두 그 작은 기적 소리 덕분이야.
들릴 듯 말 듯한 그렇게 작은 기적 소리 덕분 이라고.

나는 그 기적 소리만큼 너를 사랑해"

거기에서 소년의 짧은 이야기는 끝난다.


- 무라카미 하루키-

Posted by [TK]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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