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함께 시작하는 삶.
죽으면서 동시에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노르웨이의 숲의 와타나베가 떠오르는 이야기.
특별한 음악을 통해 -어두운 방에 불이 켜지듯- 어떤 기억이 반짝 켜지는,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그런 경험.
음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하루키다운 이야기.
오래전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라는 산문집에서
"만일 내가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역시 지금처럼 똑같은 인생을 더듬어가면서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나 자신이 되는 것 말고는 또 다른 길이란 없다."
라고 하루키가 말했을때, 어찌보면 참 허무한 그 글이 이상하게 좋았다.
그냥 이렇게 살고 있어도, 이건 '나' 자신이니까. 내가 어떤 길을 걸었어도 난 여기로 왔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그냥 좀 위로가 되니까.
다자키 쓰쿠루가 핀란드까지 날아가서 구로에게 들었던 이야기.
"우리는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각자 인생을 살아왔어.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때 혹시 잘못 판단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해도, 어느 정도 오차야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지금과 같은 자리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어. 그런 느낌이 들어."
이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구나, 하루키는 또 그때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다자키 쓰쿠루는 어땠을까. 이 이야기를 듣고.
분명 내가 첨 이 글을 읽었을때와 같은 위안을 받지 않았을까.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과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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